고속도로의 지체를 줄이고 운전자들의 편의를 위해 도입된 하이패스시스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날로 늘고 있다.
비싼 단말기부터 충전의 어려움, 장애인 非해택 등 끊임없이 문제점과 개선 점들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하이패스란 달리는 차안에서 무선 또는 적외선 통신을 이용, 통행료를 지불하는 최첨단 전자요금 징수시스템을 말한다.
하이패스 사업은 고속도로 요금소의 지·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통행료를 무인으로 징수하는 시스템이지만 하이패스 이용 고객들은 ‘단말기 가격’과 ‘전자카드 충전’, ‘장애인들의 사용 불편’ 등을 들며 낮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처장 신해룡)는 지난 해 11월 ‘하이패스 사업평가’ 보고서를 통해 하이패스사업은 고속도로 요금소 지·정체 해소를 위한 한국도로공사의 시설투자 및 운영비용을 절감시켜 주지만, 결과적으로 고속도로 요금소 지·정체 해소를 위해 하이패스 이용자들이 고가의 단말기 구입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간 50회 이상 사용해야 이익

하이패스 사용자들에게 조사한 결과 기본적으로 단말기의 가격이 너무 비쌀 뿐 아니라 07년 8월 하이패스 차로에 차단기가 설치된 뒤 앞차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사고가 날 위험이 있으며, 요금충전의 불편함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끔씩 고속도로를 찾는 이용자에겐 단말기 가격이 너무 비싸고 막상 구입해도 충전하기 불편할 뿐 아니라 통과속도도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가 08년 10월부터 5만 원대의 임대형 단말기 판매를 중단하는 바람에 시중 구입 가격이 10∼18만 원 선으로 오르면서 하이패스 이용이 연간 50회를 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교통정보 제공을 위해 하이패스 시스템을 ‘능동형 단거리 전용통신(DSRC)시스템’으로 구축했는데도 업체들은 정작 교통정보 수신 장치가 없는 단말기를 내놓고 있고 한국도로공사도 교통정보 제공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 한 상태다. 더욱이 도로공사는 통행량이 적은 지방까지 하이패스 차로를 급속히 늘려 이용이 적은 운전자들도 어쩔 수 없이 단말기를 살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는 불만도 새롭게 건의되고 있다.
위의 문제점 말고도 선불식 충전 등 이용과정이 불편한 것도 지적대상이다. 하이패스 카드는 요금소나 고속도로 휴게소, 일부 은행 지점 등에서 미리 충전해야한다.
이에 반해 영국 및 스웨덴의 경우는 ‘차량번호인식장치’로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으며, 미국 및 두바이에서는 비싼 ‘OBU 방식(하이패스 방식)’ 대신에 간단하고 저렴한 ‘RFID Tag’을 부착하고 통행요금은 인터넷에서 충전·지불하는 편리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밖에도 외국에서는 은행계좌, 인터넷, SMS, 자동징수기 및 지로 등으로 통행료를 결제 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이용자들이 꼽은 또 다른 불편은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해 말부터 미납 차량 통과 방지를 위해 설치한 차단기에 대한 부분이다.
차단기를 통과하려면 시속 30㎞ 정도로 속도를 낮춰야 하는데다 요금 잔액이 부족하거나, 단말기가 없는 차량이 실수로 지나가면 차단기에 걸려 차로 전체가 정체되기 때문이다. 또 급정거에 의한 추돌 사고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08년 8월 차단기가 설치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경우 차단기 설치 후 이로 인한 사고가 150건이나 접수됐으며,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도 일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차량에겐 ‘그림의 떡’

하이패스에 대한 불만은 이용자들에게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이패스 차량의 경우 무인으로 체크되기 때문에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장애인이 타고 있는지 확인이 되지 않아 ‘장애인 할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경우 이용자체가 불가능 한 것이다.
지난 5월 한 관련업체에서는 무선지문인식기를 하이패스 단말기에 부착하는 방식의 ‘할인 과금이 가능한 통행요금징수 단말기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해 관심을 받았었다.
이 시스템은 할인 받을 대상자(장애인, 국가유공자)들의 지문을 한국도로공사가 확보해 대상자들이 운전하는 차량에는 지문인식이 가능한 장치를 하이패스 단말기에 부착하고 이들이 하이패스 톨게이트 1∼2㎞ 전 지점에서 자신의 지문을 인식하면 톨게이트에서 이를 확인, 이용료를 감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지문노출로 인한 여러 문제와 지문인식 중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고가의 단말기 가격을 이유로 한국도로공사 측은 상용화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쳐 사용불가 방침이 내려졌다.
하이패스 서비스가 시작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렇다 할 장애인들의 사용 방법에 대해서는 내 놓지 않은 채,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은 어렵다는 입장만 보이는 도로공사에 대한 불만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이처럼 사용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도로공사는 하이패스사업으로 인한 이익을 이용자들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단말기 보조금을 이용자들에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용자를 위한 시스템이라는 명분이 무색한 ‘하이패스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만큼 한국도로공사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하루빨리 해결책을 발표하길 기대해 본다.

글 | 류상근 기자 sgru@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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