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학교교실 공기 질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오염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부산(31.5%)과 경기(25.7%), 경남(22%) 순으로 나타나는 등 학교 교실 내 공기 질에 대한 심각성이 계속해서 대두되고 있지만 관계부처는 뚜렷한 해결방법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중·고교 교실의 공기 속에 유해물질이 많이 포함돼 있는 등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양원호 산업보건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11월 13일 고려대, 순천향대, 중앙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2005년 1년 동안 전국 55개 유치원·초·중·고교의 교실과 실험실, 컴퓨터실의 공기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등이 환경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전국 55개 학교의 교실과 실험실 컴퓨터실을 개·보수공사 후 1년 이내와 3년 이내, 5년 이내, 10년 이상 등으로 나눠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 미세먼지(PM10), 총부유세균(TBC),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포름알데히드의 농도를 계절별로 조사했다.
포름알데히드(환경기준0.1ppm)경우 오염이 가장 심한 곳에 계절별 최고농도가 0.4∼0.8ppm으로 기준을 4배 이상 넘었고 가을에도 조사대상 전체의 평균 농도가 0.12ppm으로 기준을 초과했다. 휘발성 강한 유독물질인 총휘발성유기화합물(환경기준 400㎕/㎥)도 오염이 가장 심한 곳의 경우 계절별 최고농도가 865∼1천501㎕/㎥을 기록했으며, 여름철에는 전체 평균 농도(577.25㎕/㎥)까지 환경기준을 크게 높았다.
총부유세균(환경기준 800CFU/㎥)역시 오염이 가장 심한 곳의 가을철 오염도가 5천525CFU/㎥로 환경기준의 7배에 육박했고, 전체 평균도 1천463CFU/㎥로 환경기준보다 훨씬 높았다. 미세먼지(환경기준100㎕/㎥)와 이산화탄소(환경기준 1천ppm)도 계절별 최고 농도가 각각 216∼403㎕/㎥, 2천252~3천ppm으로 기준을 넘었고 전체 평균도 각각 106.67㎕/㎥, 1천228.81ppm으로 기준을 초과했다.

이름이 무색한 학교보건 법

사실 교실 내 공기 질 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꾸준히 지적돼 왔으며, 2006년 학교보건법 시행규칙이 학교 내 공기 질 관리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정되기도 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그에 대한 효과는 얻지 못했다는 것이 전체적인 평이다.
당시 시행규칙 변화로 공기 질 관리 항목이 2개에서 12개로 늘었다. 2005년까지는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만 측정했지만 2006년부터는 포름알데히드, 총부유세균, 낙하세균,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라돈, 총휘발성 유기화합물, 석면, 오존, 진드기 등 10개 항목이 추가됐으며, 학교장은 매년 한 차례 이상 공기 질을 의무적으로 점검해 개선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개정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학교 내 공기 질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007년 4월을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1개 항목 이상을 조사한 9개 교육청의 총 조사 학교 1,241곳 가운데, 측정 항목 기준치를 초과한 학교는 모두 458개교(35.6%)로 밝혀졌다.
시행령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데는 가장 적극적으로 점검해야 할 교육청과 일선 학교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2007년을 기준으로 신설학교를 제외한 기존 학교에 대한 조사에서 광주, 전남, 울산, 경북, 충북, 경남, 경북, 제주 교육청 등 7곳은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 유기화합물, 미세먼지, 부유세균 등 4가지 유해물질에 대해 기본실태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물질들은 12가지 항목 가운데서도 학생들의 건강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유해물질이다.
이처럼 교육당국의 관심이 미비한 상태에서는 법적인 제한을 아무리 강하게 한다고 해도 그 효과를 얻기란 ‘하늘에 별 따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양원호 교수는 “교실 내부와 외부의 오염물질 농도 차이를 비교한 결과 실내 오염도가 외부보다 총부유세균의 경우 5.41배, 포름알데히드 4.8배, 이산화탄소 3.12배, 미세먼지 2.06배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며, “교실 내부 공기의 오염을 막으려면 유해물질 방출이 적은 내장재나 가구를 사용하고 평소 환기를 자주 하거나 환풍기 등 환기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 내 공기 질은 집 내부의 환경보다 더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을 아닐 것이다. 법을 마련해 두고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허수아비식 법안에 대해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만드는 움직임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와 교육 당국의 발 빠른 움직임으로 깨끗한 환경 속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학생들의 기본권이 보장되길 기대해 본다.

차미경기자 chamk@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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