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 천만 명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 각종질환은 물론이고 호흡조차 걱정해야 할 정도의 공기 질을 지니고 있다는 결과가 발표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자의 수가 날로 늘어나면서 삶의 질에 대한 욕구를 반영하 듯 고급버스의 판매가 집중되는 등 대중교통시장은 꾸준히 발전해가고 있다. 또한 버스로 인한 도심의 대기오염이 심화된다는 지적에 정부는 가스를 사용하는 버스를 대폭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대기 중 공기질 문제는 개선의 노력을 해 나가면서, 하루에 10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 내의 공기 질은 다중이용시설의 기준치를 훌쩍 뛰어넘는 데도 뚜렷한 대안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버스 등의 내부 공기에는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발암성 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등으로 얼룩져 있어, 호흡만으로도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환경부가 다수 국민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의 실내 공기 질 관리를 위해 조사한 결과 지하철의 미세먼지 평균 오염도는 최고 314㎕/㎥, 버스는 215㎕/㎥이며, 이산화탄소의 오염도는 지하철이 평균 1,755ppm(최고 3,685ppm), 버스가 1,753ppm(최고 3,134ppm)로 다중이용시설 기준치 1,000ppm을 모두 초과했을 뿐 아니라 기준치의 최고 6배 이상인 곳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통수단별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미세먼지의 경우 지하철 오염도가 버스, 열차의 약 2배 정도로 높게 나타났으며, 지하철은 2, 3호선의 오염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7호선>1호선>4호선의 순으로 조사됐다. 또 버스의 경우 노선 특성상 외부 먼지의 유입가능성이 높은 시내버스가 시외·고속버스에 비해 미세먼지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이산화탄소의 경우 지하철 4, 7호선이 농도가 특히 높았는데, 환기시스템 점검 및 가동시간 연장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밖에도 차량 내장재에서 주로 발생하는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및 포름알데히드는 지하철(4호선), 고속버스에서 각각 높게 나타나고, 시내버스나 열차의 오염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있으나 마나 한 권고기준

이산화탄소 농도가 기준을 초과 하는 장소에서 오래 머무를 경우 두통과 권태, 고혈압과 두통 등의 증상과 각종 질병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한 언론사에서 수도권 지하철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용 시민의 70% 이상이 마른기침이나 가슴 답답함 등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고 지하철 안에서 참을 수 없는 졸음을 경험한 시민 또한 10명 중 9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가 이처럼 심각하자 환경부는 그간 적정 관리기준이 없어 사실상 사각지대로 내몰린 대중교통을 대상으로 ‘대중교통수단 실내 공기 질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발표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하철의 경우 평상시엔 이산화탄소 2,500ppm 이하, 미세먼지는 200㎕/㎥ 이하 수준으로 유지시켜야하며, 출퇴근 시간에는 3,500ppm 이하 미세먼지는 250㎕/㎥ 이하로 공기질을 관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열차와 고속형/직행형 시외버스의 경우 평상시 이산화탄소 2,000ppm 이하, 미세먼지는 150㎕/㎥ 이하로 하고, 혼잡시에는 3,000ppm 이하, 미세먼지는 200㎕/㎥ 이하로 제시됐다.
그러나 환경부가 정한 가이드라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시민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고기준은 박물관, 의료기관, 보육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의 이산화탄소 기준치 1,000ppm을 최고 3.5배 초과한 수치이며, 시내버스의 경우 정차 시 잦은 환기가 이루어 진다며 아예 관리 대상에서조차 제외됐다. 또한 2005년 이전 도입한 전동차는 아무리 실내 공기질 권리를 권고한다 할지라도 환기 시설을 확충할 공간이 부족한데다 환기구를 늘릴 경우 소음 증가문제, 안전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번 가이드라인이 현실성 없고 실효성 없는 대안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공기질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는 이유는 강제성이 없고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버스회사나, 지하철공사 등이 이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가이드라인에 강제성을 두면, 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합의 도출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향후 권고안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법제도화 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차량 제작 시부터 공기질에 대한 규정을 지킬 수 있도록 제작업체에도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대중교통에 대한 부분을 전담하고 있는 국토해양부의 경우 버스 실내 질에 대한 규정은 물론이고 주무부서 역시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고 홍보를 하면서, 정작 이용자들의 안전은 나 몰라 하고 있는 실정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하루 빨리 현실적인 대안 발표로 안전하고 쾌적한 대중교통의 이미지를 바로 잡아,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국가적인 움직임이 필요할 때이다.

글 | 차미경 기자 chamk@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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