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풀리면서 인근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약수터 이용객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 조사 결과 약수터 5곳 중 1곳이 ‘수질기준초과’로 밝혀지는 등 약수(弱水)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시·도가 시행한 2008년도 전국 ‘먹는물공동시설(16개 시·도 1,628개소)’ 수질검사 결과를 취합해 발표했다.
먹는물공동시설이란 여러 사람에게 먹는 물을 공급할 목적으로 개발했거나, 저절로 형성된 약수터, 샘터, 우물 등을 말하며 상시 이용인구가 50인 이상이거나 50인 미만이더라도 수질관리가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해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정하는 시설을 통칭한다.
이번 조사는 전체 대상시설 중 수원고갈, 시설정비 등으로 검사가 불가능한 340개소를 제외한 1,628개소를 대상으로 년6회(매분기 1회, 3분기 매월, 9,247개소) 조사했으며, 검사기관인 시·도 보건환경연구원과 보건소 등에서는 미생물, 건강상 유해영향물질, 심미적영향물질 등 조사시기별 수질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총 9,347개소 중 2,049개소(21.9%)가 먹는 물 수질기준을 초과하는 등 전국의 약수터 등 먹는 물 공동시설 5곳 중 1곳은 말 그대로 ‘먹지 못하는 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을 살펴보면 수질기준이 초과된 2,049개소 중 일반세균, 총대장균군 등 미생물 기준초과 시설이 2,012개소로 98.2%를 차지하고 있으며, 탁도 등 심미적영향물질 초과시설은 20개소로 1%, 질산성질소 등 건강상 유해영향물질 초과시설은 14개소로 0.8%의 초과율을 보였다.
수질기준을 초과한 약수터에는 부적합하니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이 게시되고 계속 검사를 시행해 1년 동안 연속 5번 수질기준이 초과될 경우에 한해 폐쇄조치가 내려진다.
그러나 문제는 부적합 판정을 받더라도 시민의 접근이 어렵지 않고 안내문 상에 인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제공이 부족해 기존에 이용하던 시민들이 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음용한다는데 있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각 지자체에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권고만 할 뿐 직접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먹는물공동시설의 수질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대안이 필요한 걸까.
전문가들은 약수터 주변 환경의 오염원 방지나 산책로 동물의 출입통제에 대한 관리가 전혀 없다보니 애완동물이나 야생동물의 분변, 등산객으로 인한 오염 문제 등이 수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가 제기되자 각 지자체는 약수의 특성상 화학적인 방법으로 물 관리를 할 수 없어 그냥 방치할 수밖에 없지만 ‘미생물 살균기’를 설치하는 등 수질개선에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생물 살균기는 광촉매제를 이용해 산화시키거나 자외선을 쪼여 미생물을 파괴하는 방식이어서 약수의 수질개선을 위한 시설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국에 설치된 총 51개 중 경기도 33개, 광주 10개, 전북 4개가 전부이며, 부적합시설이 가장 많은 서울시에는 한 군데도 설치된 곳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살균기는 기계마다 다르지만 보통 1,000만 원 내외로 지방은 정부보조가 많지만 서울시는 자체 예산으로 해결해야하는데, 이가 충분하지 않다”며, “다른 대안으로 먹는물공동시설 물의 수질검사 결과 등을 기재한 약수터 신호등을 시범 설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준비하는 ‘수질 신호등’은 수질기준에 적합할 때는 파랑색, 부적합해 재검사중일 때 노랑색, 음용이 부적합할 시 빨간색 램프가 켜지는 시설물이다.

오염 물, 심하면 패혈증까지…

현재 우리나라의 먹는 물에 관한 수질기준은 ‘먹는물관리법’에 법제화 돼 있으며, 미생물, 건강상 유해영향물질 등 48개 항목을 토대로 검사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53개, 일본 83개 항목(감시항목 26항목), 미국 83개 항목 및 WHO의 113개 항목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수질에서 발견된 대장균이나 세균 같은 미생물이 사람 몸속에 들어오게 되면 각종 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설사 몇 번으로 끝날 수 있지만 면역이 약한 사람은 세균성장염으로 설사를 심하게 하게 되면서 장점막이 떨어져 나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장점막이 얇아져서 세균이 장을 뚫고 들어가는 패혈증까지 생길 우려가 있다.
또한 약수터에서 발견되는 유해영향물질 중 하나인 질산성질소가 신생아의 몸에 들어가게 되면 해모글로빈에 영향을 미쳐 세정맥 또는 모세혈관의 확장으로 피부에 정맥혈이 양적으로 증가하거나 산소포화도가 감소돼 청색증에 대한 위험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수은이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은 신장손상과 일반칼슘이 빠져나가 골다공증을 야기한다.
‘물’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먹는물공동시설의 철저한 관리·감독 역시 국가의 당연한 책임이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인근 산과, 공원의 먹는물공동시설을 찾는 국민이 늘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고온으로 인한 세균번식의 불안도 커지는 시기인 만큼 정부와 각 지자체의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 | 차미경 기자 chamk@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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