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스컬레이터 한 줄서기 캠페인을 10여년 동안 이어오다, 돌연 안전상의 이유로 두 줄서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여전히 한 줄서기에 익숙한 시민들과 두 줄서기를 지키려는 이들 사이의 마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 걸까?

최근 5년간 발생한 전체승강기 사고 중 43.5%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61.7%는 지하철 등 역사에서 일어났다.
사고유형으로는 전도사고가 79.7%로 가장 높았으며, 끼임사고 13.9%, 기타사고 6.3% 순으로 나타났다.
승관원(승강기안전관리원) 사고조사연구팀은 이 같은 에스컬레이터 전도사고 발생률이 높은 것은 이용 시 걷거나 뛰는 등의 습관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두줄서기’를 권장하고 나섰다.
아침 출근시간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 중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걸어야 하는지 서서 가야하는 지 한 두 번쯤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혹시라도 서서가기로 마음먹었다면 뒤에 서 있는 사람에게 “이쪽은 걸어가는 곳이에요”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에스컬레이터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오른쪽은 서서가는 곳, 왼쪽은 걸어 올라가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시민들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은 지난 10여년 동안 ‘한 줄 타기’는 올바른 에스컬레이터 이용방법으로 홍보돼왔기 때문이다. 지금껏 우리의 에스컬레이터 에티켓은 바쁜 사람들을 위해 왼쪽을 비워두는 것이었다.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가 1998년부터, 월드컵문화시민연대가 2000년부터 이 캠페인을 진행해 왔으며, 10년여 시간이 흐르면서 한줄타기는 안착됐다.
그러나 혼란은 지난해부터 승관원이 ‘두줄서기’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승관원은 “빈 공간에서 걷거나 뛰도록 하는 한줄타기를 하면서 사고가 많아졌고, 안전사고 예방차원”에서라고 설명했지만 하루아침에 습관을 바꿔야 하는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승관원측은 아직 미흡하기는 하지만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있어서는 현재 두줄서기 운동 후 안전사고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 예로 인천부평역을 지난해 1년간 샘플링 조사한 결과 두줄서기 캠페인 이후 안전사고율이 63%나 줄었다고 설명했다.
에스컬레이터는 시간이 지나면 속도가 불규칙해지고 기계 마모가 심해진다는 결함이 있다. 기계인 이상 가만히 서 있어야 일정하게 움직이는 데 사람들의 불규칙적인 움직임과 무게 이동 등으로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줄타기 같은 경우는 사람과 사람사이에 충돌을 많이 유발해 중심을 잃는 경우도 생기며, 레일이 동등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타고 나면 디딤판과 손잡이의 속도가 달라 노약자와 어린이의 경우 그 차이에 의해 넘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승관원이 이러한 조사결과에 반기를 드는 입장 또한 만만치 않다.
도시철도공사 자체 집계 결과 두 줄 서기 시행 전인 2006년 11월부터 2007년 8월까지 10개 월 간의 안전사고 건수가 340건이었던 것에 비해 시행 후인 2007년 9월부터 2008년 6월까지 10개월간 총 323건이 발생해 감소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한줄타기가 에스컬레이터의 고장을 야기시킨다는 점에 대해서도 2006년 역 내 에스컬레이터 고장 건수는 284건이었던 것에 비해 2007년에는 총 668건으로 증가했고 손실 비용도 약 7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승관원과 도시철도 측은 짧은 시간 통계를 토대로 효과가 없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으며, 고장률의 경우 노후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국의 사례들을 종합해 보고 자체 분석 결과 두줄서기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안전사고 예방과 고장률 감소에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승관원과 도시철도 측은 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두줄서기의 필요성과 한줄타기의 심각성에 대해 아직 홍보가 덜 됐기 때문이라며, 홍보에 집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올바른 홍보를 위해 정부·검사기관·소비자단체 등 관계기관 간담회 등을 통해 에스컬레이터의 올바른 이용방법을 정립하고 이를 포스터, 홍보 동영상 및 안내 방송 등에 반영해 다양한 체감형 홍보를 실시할 방침이다.
우선 에스컬레이터 안전이용 포스터를 매표소, 탑승구 입구, 환승역 주변에 약 14만 장을 부착하게 되며, 역사 및 차량 내에서 홍보 동영상을 상영할 예정이다. 또한 전국 지하철, 철도 역사 내 안전이용 안내방송을 통해서도 올바른 에스컬레이터 이용방법에 대해 홍보하게 된다.
정부측은 이처럼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안전한 ‘두줄서기’를 자리매김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민의 안전을 위한 정부의 다각적인 연구와 노력은 높이 살만 하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동안 습관화된 시민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번 캠페인이 시민들의 인식을 효과적으로 전환하고 성공적인 결과물을 낳길 기대해 본다.  

글 | 차미경 기자 chamk@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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