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은 인간의 기본 욕구중 하나인 배변을 해결하는 곳으로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다. 그러나 모두가 이용하는 공중화장실에서 질병을 초래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세균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하철, 터미널, 극장, 공원, 상점 등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에는 공중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이는 모든 이들의 편의와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편의를 위한 공간이 다양한 세균들로 인해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유엔세계보건자료에 따르면 위생 불량 화장실로 인해 세계적으로 연간 200만 명이 사망한다고 전했다. 이중 면역력이 약한 5세 미만 어린이가 대부분이고, 특히 여성 자궁암의 80%가 화장실 등을 통한 2차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역시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공중화장실에서 질병을 초래하는 세균이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화장실협회와 서울대 미생물연구소가 서울 시내 공중화장실의 서양식 변기시트에 상존하는 병원균의 서식정도와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화장실 변기 1개에는 평균 71만 마리의 세균이 검출됐고, 평균 10㎠에는 3,800마리의 세균이 서식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하철 손잡이 속 세균의 44배, 화장실 손잡이의 11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검출된 세균은 총 31종으로 8종은 면역력이 낮은 환자나 노약자, 어린이 등에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감염 균’으로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는 아시네토박터와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이 각각 검출됐으며, 오염된 대변에서 발견되는 대장균 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들은 쉽게 번식하는 세균들로 요로감염, 신우신염, 방광염 등의 질병을 발병시킬 수 있다.
이러한 세균이 인체에 영향을 끼칠수 있는 이유는 양변기의 구조를 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용변 후 물을 내릴 때 수조 물과 변기물이 충돌하면서 물이 튀어 오르게 되는데, 배변물 속의 황색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대장균 등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무서운 기회감염균이 퍼져나가게 된다. 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해 이용 횟수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공기 중에 퍼져있는 세균들이 좌변기 좌대에 묻어 접촉하게 되면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여성은 생식기의 구조상 남성보다 요도가 짧고 굵어 세균의 침입이 쉽고, 배변을 보면서 수시로 물을 내리는 습관 때문에 더 큰 위험대상이 되고 있으며, 생리 시 감염위험이 더욱 높다.
그러나 세균이 두려워 용변을 참는다면 더 큰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정체된 소변이 세균의 먹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방광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가까운 이웃나라인 일본의 공중화장실은 세균과 청결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공중화장실 좌변기 좌대의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변좌세균 클리너’약품이 항시 비치돼 이용자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1회용 변기커버를 사용해 세균의 접근을 막고, 베이비시트, 오스트메이드(인공항문 장착자를 위한 시설) 등이 설치돼 있어 청결뿐 만이 아닌 편리함도 도모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에는 공중화장실이 불결할 경우,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행정당국의 강력한 지도·단속으로 청결한 화장실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공중화장실의 세균 번식이 더 왕성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하며 공중화장실에 대한 주기적인 살균 및 소독처리와 위생 변기시트 설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중화장실의 세균 개체수를 비교할 구체적 기준이 없고, 많은 양의 세균이 검출된다 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우리나라 역시 변좌 클리너와 1회용 변기커버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호텔 등 극소수만이 사용할 뿐, 대중이 쉽게 이용하는 무료 공중화장실에서는 비용 문제로 사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화장실협회 관계자는 “검출된 세균은 감염 경로나 건강상태 등에 따라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화장실은 인간의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장소다. 보건당국은 모두가 이용하는 공중화장실 속 세균관리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질병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글 | 장진희 기자 jjh7060@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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