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가능응급환자의 소생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자동제세동기를(심장충격기:AED) 의무설치 하도록 하는 응급의료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삶 속에서 자동제세동기를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이를 정확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해 법안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사회의 흐름이 급속도로 빨라지고 식생활 문화가 점차 서구화 되면서 비만, 고지혈증 등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늘어가고 있다.
개그맨 김형곤, 세계적인 팝스타 마이클잭슨도 위와 같은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르렀고, 야구선수 임수혁은 식물인간의 상태가 되고 말았다.
심장마비는 발생 후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이 시행되면 생존율은 50%이며, 이후 1분이 지날 때마다 생존율이 7~10%씩 줄어 10분이 지나면 생존율은 5% 미만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그러나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하거나, 처치법을 몰라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 아까운 생명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국내 심장마비 환자 발생은 연간 3~4만 명에 달하지만 평균 생존율은 4.6%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심폐소생술의 체계적 교육이 이뤄지지 못함과 동시에 응급장비의 미비가 주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정부는 촉각을 다투는 위급상황에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자동제세동기(심장충격기:AED)를 구급차, 철도차량, 항공기, 선박 등 주요 시설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응급의료법을 지난 6월 개정했다.
자동제세동기란 부상자의 가슴에 전기패드를 부착시키고 일정량의 전기충격을 심장에 가하도록 고안된 기구다. 그러나 법안이 시행되고 1년이 지났지만 민간시설은 물론 일부 관공서에서조차 자동제세동기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한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전국16개 광역자치단체 중 인천과 광주, 대구, 전북, 강원 등 5곳 청사에 아직 비치되지 않았으며, 중·소도시 공공보건의료기관에도 상당수가 아직까지 비치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20t이상 선박은 전국적으로 3천여 척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동제세동기를 구비한 선박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자동제세동기의 의무화에도 불구하고 비치가 되지 않고 있는데에는 가장 중요한 세부 설치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자동제세동기를 구비하지 않은 곳이 많아 이를 접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이에 대한 교육도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확실한 사용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응급 상황 시 필요한 소화기의 경우, 관련 규정에서 다중이용업소는 각실 홀, 통로에 비치하고, 30평당 1개 기준으로 구비해야 하는 등 자세한 지침이 마련돼 있지만, 자동제세동기는 이러한 세부 규정이 없다. 또 설치 대상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학교, 백화점, 일반 기업, 호텔 등 다중이용시설들이 모두 빠져있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기기를 설치하는 비용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자동제세동기는 한 대에 약 8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으로 의무설치 대상 시설에서 정부의 지원 없이 자비로 구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며, 이를 구비하지 않았을 시에도 처벌규정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 법안이 된 셈이다.
이처럼 허술한 법안만 마련된 우리나라에 비해 해외 선진국은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0년부터 지하철 역, 공항, 학교 등 공공시설에 자동제세동기가 설치됐고, 아틀랜타 공항은 공항 내 400대를 설치해 3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며, 이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웃나라인 일본도 온천, 수영장, 은행 등에 자동제세동기 구비를 의무화 하고 있으며, 공립고등학교, 야구장, 체육관 스포츠센터, 공원에 설치를 확대하고, 이중 사이타마현은 향후 5년간 8,500대를 구입해 설치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은 자동제세동기를 구비할 수 있도록 2010년 예산안 협의 중에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자동제세동기를 거리낌 없이 접할 수 있도록 홍보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한 각 소방서에서는 공공기관과 다중이용시설에 자동제세동기 사용법 순회교육을 실시해 응급환자 소생률을 크게 높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응급사고는 그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 준비의 일환인 자동제세동기 의무설치와 같은 긍정적 대안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재정비해 많은 이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어야 하겠다.

글 | 장진희 기자 jjh7060@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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