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자체검사 결과 중 현재 판매 생수 일부분에서 잠재적 발암물질이 발견됐다고 발표하면서도 그 제조사의 공개는 불허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 만해도 물을 사서 마신다는 것은 ‘봉이 김선달’ 같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제 길거리에서 생수병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보는 것이 자연스러워 졌을 뿐 아니라, 웬만한 음료에 비해 생수, 보리차, 건강음료 등 물을 기본으로 하는 음료수가 판매량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익숙하게 발표되고 있다.
우리 몸의 70%이상을 차지 한다는 물, 그만큼 물은 우리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얼마 전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시한 수질검사 결과, 시중에 판매 중인 생수에서 발암물질이 발견 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전국에 유통 중인 생수 29개 제품에 대해 브롬산염 함유 여부를 분석한 결과 8.9%에 해당하는 7개 제품에서 국제기준치(0.01㎎/ℓ)를 초과하는 0.0116∼0.0225㎎/ℓ의 브롬산염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에 따르면 브롬산염은 동물에 암을 유발시키는 발암성 물질이다. 사람에 대해서는 발암 근거가 부족해 잠재적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다.
브롬산염이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동물 실험에서는 신장·갑상선 등에 이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캐나다·유럽 등은 브롬산염의 먹는 물 기준을 0.01㎎/ℓ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먹는 샘물의 브롬산염 기준은 없으며, 해양심층수에 대해서만 국제 기준과 동일한 수준의 수질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김태승 국립환경과학원 먹는물 연구과장은 이번에 조사 대상이 된 7개의 제품에 대해 “브롬산염이 지하에서 취수하는 원수가 아니라 제품제조 과정에서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업체가 미생물 발생을 막기 위해 물이나 페트병에 오존을 쬐어 살균하는 과정에서 물 속의 브롬 이온이 오존 분자와 결합해 브롬산염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점이 불거지자 환경부는 해당 제품 제조사에 이번 검출 결과를 통보하고 브롬산염을 생성시키는 오존살균 공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유통 중인 제품을 자발적으로 회수하라는 권고조치를 내렸다. 또한 관련 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해 브롬산염의 먹는 샘물 기준을 국제기준 수준으로 정하기로 하고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8월 말이나 9월 초부터 개정안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브롬산염 허용기준이 정해지기 전까지 먹는 샘물 제조과정에 오존처리 공정을 하는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각 시·도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환경부가 정작 브롬산염이 검출된 업체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보호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환경부측이 기업의 명예훼손을 이유로 이번에 브롬산염이 검출된 제조사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 놓은 것이다. 이 같은 방침에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환경부가 기업의 명예훼손만 생각하고, 국민의 건강은 등한시하는 것이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 기준이 없어 국제기준을 초과했다고 제조사 명단을 공개할 수는 없다”며, “업체들의 자발적 노력을 통해 제품 회수와 공정 과정상의 시정조치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처음 조사결과를 발표할 당시만 해도 환경부는 브롬산염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국제기준 이상 검출됐다는 사실에만 집중 해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는 비난을 받았었다. 뒤늦게 국내 생수의 브롬산염 수치가 건강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법적인 조치 없이 제조사의 회수에만 기대하고 있는 환경부의 뒷짐 행정이 답답하다는 것이 대다수의 입장이다.
환경부의 안일한 대처로 국민들은 오늘도 찜찜한 마음으로 ‘샘물’을 집어 들 수밖에 없다. ‘물은 생명이다’라는 환경부의 캠페인 문구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글 | 차미경 기자 chamk@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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