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한 언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문자가 없어 역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표기문자로 채택했다. 이로서 한글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세종대왕은 글 없는 백성을 어엿비 여겨 훈민정음을 창제했고, 현재 우리는 한글을 통해 역사를 기록하기도 하고 문화, 산업 등 각 분야 발전의 밑거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수성에 대해 끊임없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아쉽게도 세계 공통어인 영어에 밀려 국제적 무대에서 빛을 볼 수 없었던 한글이 이제 인도네시아의 한 소수민족의 표기문자로 채택돼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훈민정음학회에 따르면 지난 8월 6일 인도네시아웨시주 부톤섬 바우바우시는 토착민 찌아찌아족이 사용하는 찌아찌아어를 표기할 공식문자로 한글을 채택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인구 6만 여명의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은 독자적인 언어를 가지고 있지만 문자가 없어 제대로 표기하지 못해 고유어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언어를 기록할 수도, 역사를 남길 수도 없었지만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함으로써 그러한 위기에서 벗어난 셈이다.
지난해 7월 훈민정음학회는 바우바우시와 한글 세계화를 위해 한글로 된 교과서를 만들어 제공하고, 현지 교사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한국어 연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MOU를 체결했다. 이후 올해 7월부터 찌아찌아족 밀집지역 소라올리오 지구의 초등학생 40여명에게 편찬한 한글로 표기된 찌아찌아어 교과서를 나눠주고 주 4시간씩 수업을 시작하게 됐다. 또한 바우바우시 인근 제6고등학교에 다니는 140여명의 학생에게는 매주 8시간씩 한국어 초급 교재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게 됐다.  
이번 찌아찌아족 학생들에게 보급된 ‘바하사 찌아찌아1’이란 제목의 교과서는 훈민정음학회가 편찬한 것으로 ‘부리(쓰기)’, ‘뽀가우(말하기)’, ‘바짜안(읽기)’ 이렇게 세 개의 단락으로 구성돼 있다.  
‘감사합니다’는 ‘따리마까시’, ‘사랑합니다’는 ‘인다우뻬엘루이소오’, ‘용서하세요’는 ‘모아뿌이사우’ 등 한글로 표기하고 있으며, 부톤섬의 역사와 문화, 사회, 지역, 전통, 설화 등의 내용과 함께 한국 전래동화인 토끼전도 수록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한글 전파를 위해 찌아찌아어 발음을 분석하면서 15세기에 사라진 ‘순경음 비읍(ㅸ)’도 되살려 사용하기로 했다.
그간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에게 한글을 전파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언어학자들은 중국, 태국, 네팔 등 오지의 소수 무문자 민족에게 한글 보급 시도를 꾸준히 해 왔지만 대부분 비공식적이고 지속적이지 않아 모두 실패에 이르렀다.
찌아찌아어 교과서 편찬을 주도한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이호영 교수는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이 없다면 소수민족의 언어는 대부분 사멸한다”고 전하며, “찌아찌아족의 일상생활에 한글이 얼마나 스며들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훈민정음학회는 현지에 1명뿐인 한글 교사를 늘리고, 내년까지 ‘바하사 찌아찌아2’를 발간, 수준별 맞춤학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바우바우시는 한국센터를 설립해 한국문화 전파의 중심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도시의 간판이나 교통표지판도 한글을 사용하며, 학교 수업 외에도 한글을 도시 전체로 보급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부 역시 이러한 한글 보급의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기관별로 운영 중인 한글 관련 사이트와 연계해 한국어 교재 및 교육콘텐츠를 제공하고 2012년까지 한국어 e-러닝 및 원격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한글의 보편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종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글 표기의 국제적 보편성 제고 ▲쉬운 한글 쓰기로 의사소통 증진 ▲한글 보급 확대 및 접근성 강화 ▲한글 문화유산 계승·발전 등 4대 중점전략과 10개 추진과제를 마련하고, 한글 보급 기관을 ‘세종학당’으로 통합 브랜드화 하며, 한글문화관을 건립해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전했다.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과학적인 언어라 칭송받던 한글. 이제 그 진면목을 보여줄 때가 왔다. 국내를 뛰어넘어 세계로 도약해 한글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날이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글 | 장진희 기자 jjh7060@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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