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재해율에 따른 감점제도 때문에 산재를 당하고도 보상을 못 받았던 근로자들에게 희망 보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무과실재해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재해율에 포함시키지 않는 법안에 대해 노동부에 권고하는 등 산재피해자를 위한 움직임을 활발히 하고 있다.

<사례>
도장작업을 하는 근로자가 재해발생 전날 회사의 회식에 참가한 후 집에서 뇌출혈로 사망했으나, 산재처리로 인한 재해율 증가에 부담을 느낀 사업주가 산재승인에 협조하지 않아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함.

위 사례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빈번하게 노동자가 받는 피해 중 하나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돼 왔던 부분이다.
국민권익위원회(ACRC, 위원장 양간)는 현재 간급공사 입찰 등에 영향을 미치는 재해율에 무과실 재해도 포함되면서 사업주의 신고기피로 인해 근로자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앞으로 무과실재해는 재해율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동부에 제도개선 권고를 해 놓은 상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노동부장관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장관, 국토해양부장관 등 관계기관의 장에게 협조요청 해 재해율에 따른 가감점 부여, 공사실적액 감액 등을 통해 관급공사 입찰 사전심사에 영행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전심사 중 재해율 평균을 내는 목록에는 사업주의 과실재해 뿐만 아니라 무과실재해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제로 재해율에 따라 건설업체에 부여된 가감점(+2, -2)과 공사실적액 감액은 관급공사 입찰 사전심사에서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산재에 대한 처리방식에 대한 조사에서도 산재처리를 하지 않아 그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최근 산재에 대한 처리 방식

근로자 응답
-산재보험 처리하였다(24.2%)
-별다른 보상 없이 술 한 잔 마시고 끝냈다(25.8%)
-전문건설업체에서 치료비 등으로 돈을 주었다(24.2%)
-팀, 반장이나 일반 건설업체에서 치료비 등으로 돈을주어 처리하였다(16.1%)
-일반건설업체에서 치료비 등 돈으로 주었다(9.7%)


사업주 응답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였다(39.8%)
-전문건설업체에서 치료비 등으로 돈을 주었다(25.7%)
-팀, 반장이 치료비 등으로 돈을 주었다(25.7%)
-일반건설업체에서 치료비 등으로 주어 처리하였다(5.3%)
-별다른 보상 없이 술 한 잔 마시고 끝냈다(8.8%)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이유로는 근로자의 경우 ‘팀·반장 또는 사업주가 거부했다’가 25.7%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는 ‘산재보험 적용현장이 아니다(23.2%)’, ‘산재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는 몰랐다(19.6%)’ 등이었다. 사업주의 경우에는 ‘산재보험 적용현장이 아니었다(36.1%)’, ‘일반건설업체 또는 전문건설업체가 기피했다(26.4%)’, ‘산재로 처리할 경우 향후 예상되는 불이익이 걱정됐다(18.1%)’ 등으로 답했다.
이처럼 사업주들은 재해율을 낮추기 위해 개인지병 등 사업주의 무과실 재해에 대해서도 산재신고를 기피하거나, 근로자가 신고하는 것을 방해하는가 하면, 공상처리, 하청업체에 대한 은폐 강요 등 비정상적으로 산재를 처리해 근로자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이번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가 수락된다면, 고혈압 등 개인지병, 폭풍·폭설·폭우 등 천재지변, 체육행사 및 야유회 참가, 기타 취침·운동·휴식 중의 사고에 의한 재해로 사업주의 귀책사유가 없는 업무상 재해에 대해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노동부 역시 이번 요청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도 실제 업무처리과정에서 사업주의 무과실 재해가 밝혀지면 재해율에 산정하지 않고 있지만 연간 2만 여건에 달하는 산재에 대해 현장 조사를 통해 과실여부를 조사하기에는 행정력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행정력을 늘리는 한편, 사업주의 산재 은폐가 드러나면 기존에 부여했던 가점을 제외하는 방안 등을 활용해 은폐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사업주의 과실이 아님에도 까다로운 법제도 때문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돼왔다. 이번 권익위의 권고를 노동부가 받아들여 사업주도 부담을 덜고 근로자도 최대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강한 근로환경이 만들어 지길 기대해 본다.

글 | 차미경 기자 chamk@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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