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과 의학, 과학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오래전부터 인류는 ‘에너지 고갈’이라는 위협에 직면해 왔다.
신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이 세계적 화두로 손꼽히는 지금, 두 번째 태양이라 불리는 ‘인공태양’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길게는 몇 십 년, 짧으면 몇 년 안에 우리가 그동안 이용해 왔던 에너지들은 모두 고갈될 지 모른다. 화석연료의 한정된 매장량으로 인한 수습 불안과 그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은 인류가 맞이해야 할 가장 큰 재난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은 불안한 국제 유가 상황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으며, 중국, 인도 등 BRICs (2000년대를 전후해 빠른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경제 4개국을 일컫는 경제용어) 국가들의 경제성장에 따른 에너지 수여의 급격한 증가와 자원보유국들의 카르텔 강화 등으로 인해 에너지자원의 수급 불안은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어려움은 더 심각해 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본지 역시 인류가 대비해야할 재난으로 신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내용을 올해 4월 기획기사로 거론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 세계가 대체 에너지, 무한에너지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는 현재, 가장 화두로 떠오르는 것이 ‘인공태양’이다.

바닷물 1ℓ로 석유 300ℓ급 에너지 생산 기대

인공태양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행융합반응을 지상에서 똑같이 일으켜 핵융합에너지를 얻는 장치를 말한다. 온실가스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아 미래형 녹색 에너지로 각광박고 있으며,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연료는 수소보다 무거운 중수소와 삼중수소로 모두 바닷물에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바닷물 1ℓ로 석유 300ℓ에 맞먹는 핵융합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으로 인공태양이 설치된 것은 1993년이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태양빛을 반사하는 우산 모양의 대형 반사경을 우주 공간에 설치해 지구의 일부 지역에서 밤을 밝혀 주는 실험을 했다. 즉 ‘도비스베드(새로운 빛)’라는 인공태양 계획을 세우고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분리된 무인 화물운반우주선인 ‘프로그레스 15’에 붙어 있는 폭 20m의 태양거울을 이용해 폭 4㎞ 정도의 지역에 빛을 반사, 달빛 정도의 조명 효과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세계 각국의 인공태양 연구는 이러한 반사경을 이용한 인공태양보다는 핵융합을 통해 태양에서 일어나는 수소의 핵융합 현상을 지구상에서 실현하기 위한 방향으로 바뀌어 갔다. 이는 핵융합이 값싼 무한정의 연료를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 있고, 화력발전에서 생기는 탄산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으며, 핵분열 발전에서 나오는 방사능과 핵폐기물이 나오지 않아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이다.
2002년 현재 일반적으로 채용되고 있는 방식은 1968년 소련에서 개발된 토카막(Tokamak)형으로 일본·유럽·러시아의 국제 열핵융합실험로(ITER)에서 채택하고 있다. 자동차 튜브처럼 생긴 용기 속에 플라스마를 넣고, 이 튜브의 외벽을 감은 코일에 아주 강한 전류를 흐르게 하면 튜브의 벽에서 플라스마가 떨어져 중심부로 모이게 됨으로써 수억℃의 초고온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플라스마의 온도를 올려도 계속 냉각되기 때문에 일정 시간 동안에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플라즈마란 기체 상태의 물질에 계속 열을 가해 온도를 올려주면 이온핵과 자유전자로 이루어진 입자들의 집합체가 만들어 지는데, 물질의 세 가지 형태인 고체, 액체, 기체와 더불어 제 4의 물질상태로 불리며, 이러한 상태의 물질을 말한다.
다음은 헬리컬(Helical:나선)형을 들 수 있다. 1㎤당 수백조 개의 수소를 수억℃의 초고온으로 높여 감금장치에 1초 이상 가둬 놓는 방식으로, 토카막 방식과 달리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 바깥쪽에 2개의 초전도 코일을 나선 모양으로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이는 토카막과 같이 대 전류를 흘릴 필요가 없어 안정성이 뛰어나고, 연속운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1998년부터 일본에서 실험에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레이저 핵융합 방식이 있다. 이는 중수소 등의 연료를 넣은 작은 캡슐에 레이저 광선을 비춰 가열·폭발시킴으로써 핵융합 점화의 계기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즉 연료 압축용 레이저와 연료 가열용 레이저 2대의 레이저 광선 발생장치로 연료의 가열과 압축을 각각 분담함으로써 에너지가 연료의 중심에 효율적으로 도달하게 하는 것이다. 기존의 방식보다 건설비용이 적게 들고, 적은 에너지로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01년 일본 오사카대학의 레이저 핵융합연구센터와 영국 연구소가 공동으로 레이저를 통해 핵융합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 역시 일찍부터 인공태양 연구에 뛰어들어 1995년부터 대덕연구단지 내에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KSTAR)’를 설치하는 작업에 착수한 이후 끊임없이 연구를 해 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9월 9일 충남 대전 대덕특구 국가핵융합연구소(소장 이경수)에서 국내 기술로 개발된 KSTAR의 본격 가동을 선포하는 기념식을 열었다. 교과부는 지금까지 건설된 핵융합 장치의 모든 성능 검증을 마치고 장치 운영의 목적에 맞는 연구를 계획대로 수행할 수 있는 단계로 들어섰음을 알리기 위해 이 같은 행사를 마련했다.
한국형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KSTAR’은 태양과 같이 초고온·고압상태의 환경을 만들어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고 이를 담아두는 핵융합로다.
1995년 12월 착공해 약 12년간 3,090억 원을 투입한 KSTAR는 2007년 9월 완공된 후 지난해 6월 단 한 번의 시도로 자기장 1.5테슬라 조건에서 최고 플라즈마 전류 133킬로암페어(㎄)와 100㎄ 이상 플라즈마 지속시간 249밀리초(㎳·1㎳는 1000분의 1초), 섭씨온도 200만도를 달성하는데 성공해 성능을 세계적으로 입증받기도 했다.

2040년이면 무한에너지 사용가능

국가핵융합연구소 권면 선임단장은 “첫 플라스마 발생 성공이 KSTAR 건설의 완료 단계였다면 이번 본격 가동 시작은 실제 운영 단계로 들어가 연구진의 의도대로 KSTAR를 자유롭게 운전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2025년까지 핵융합에너지를 상용화하는데 필요한 300초 이상 장시간 플라스마 발생 기술 등 핵심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려면 1억℃ 이상의 초고온 상태인 플라스마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난해 첫 발생 때는 플라스마가 0.1초 간 유지됐고 올해 안에 2초로 늘릴 계획이다.

KSTAR 운영 목표

2009∼2012년
핵융합실험로 운영기술 확보
↓
2013∼2017년
100초 이상 장시간 운영기술 확보
↓
2018∼2025년
1억도 고품질 플라스마 형성
300초 이상 운영시간 목표
핵융합발전소 상용기술 확보
↓
2045년 이후
상용발전소 건설

이처럼 긍정적인 진행을 보이고 있지만 그 꿈이 실현되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험난하다. 본격적인 연구는 지금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계획표대로라면 상용화에 필수적인 플라즈마의 목표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최종기간은 2025년까지다. 그러나 문제는 장시간, 많은 투자가 필요한 거대 프로젝트를 정부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적극 지원할 것인가에 있다. 예산, 조직, 연구전략 측면에서 면밀한 뒷받침 없이는 성공을 바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프로젝트인 만큼 예산의 안정적인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꼽는다. 또한 대규모 과학 프로젝트 성격에 맞게 연구조직을 정비해야 하는 만큼 국가핵융합연구소를 지금처럼 별 연관도 없는 학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부설연구소 형태로 둘 것이 아니라 추진력을 갖는 별도의 연구소로 독립시키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현재의 연구소 자체적으로 인력과 자원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적 협력, 산·학·연 협력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에너지자원 빈국이며, 전 세계적으로 인구 25위인 우리나라가 쓰는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10위(2007년 기준), 석유소비 5위의 막대한 에너지 소비국이다. 이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너지 총 수입액은 3백20억 달러로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1백66억 달러)와 자동차(1백47억 달러)를 합한 수준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의 에너지 관련 문제점 중 가장 큰 위험부분은 ‘에너지 해외 의존도’ 부분이다.
석탄이나 수력과 같은 에너지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되고는 있지만 전체 에너지공급량의 3.1% 정도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극히 미미한 상태다.
이처럼 에너지에 관련한 세계경쟁력은 바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실정에서 그 해결방법으로 가장 뜨겁게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인공태양’인 것이다.
이경수 핵융합연구소장도 세미나를 통해 “핵융합에너지 속에 21세기가 원하는 에너지원의 조건이 담겨있다”며, “핵융합에너지는 청정·무한·안전·평화·고효율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가 긍정적으로 지속된다면 2040년에는 인공태양 ‘KSTAR’를 통해 무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는 더 이상 국가 경쟁력에서 머물지 않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변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이번 ‘인공태양’의 연구가 좋은 성과가 결과를 맺어 사람과 환경이 모두 웃는 그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글 | 차미경 기자 chamk@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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