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용 GMO가 식탁에 오를 수도

지난 1월 한 시민단체가 ‘GMO 유출 사건 대응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모니터링을 통해 GMO 유출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데 따른 움직임이었다. 2009년에는 유전자가 조작된 옥수수와 유채, 면화 등이 운송로를 따라 사료공장과 축사, 인근 텃밭 에서 확인됐지만, 2010년 조사 결과에서는 기존에 GMO가 발견됐던 장소 외에 일반 농지까지 퍼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유출 지역은 인천, 논산, 천안, 원주, 횡성, 김제, 나주, 경주 등 전국에 분포해 있다.  
이번 유출사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내 옥수수 주산지인 강원도 지역에서 작물 형태로 자라고 있는 GM옥수수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운송이나 보관 등 관리체계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작물 간 교잡을 통한 종자 오염으로 생태계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옥수수는 교잡이 쉽게 일어나는 품종인데, 일단 교잡이 발생하면 GMO 확산과 종자 오염을 방지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병충해에 대한 내성을 강화시킨 ‘스타링크’라는 GM옥수수는 1998년부터 사료용과 공업용으로 유통되다가 2000년에 재배·유통 과정에서 일반 옥수수와 뒤섞여 시중에 유통돼 결국 식품을 제조하는 데까지 사용됐다. 스타링크는 인간이 섭취할 경우 알레르기를 유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2000년 10월 전면 회수 조치가 내려졌으나, 스타링크 유전자에 오염된 옥수수는 2005년까지 계속 시중에 유통됐다.
횡성, 함안, 김제, 나주 등 전국여성농민회에서 운영 중인 토종종자 체종포 지역에도 GMO가 유출돼 국내 토종 종자 오염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일부 여성농민회 회원들이 지역의 농업기술센터와 농산물품질관리원 등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지만 재발 방지에 대한 확답은 듣지 못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토종씨앗사업단 심문희 단장은 “토종씨앗 확산 운동을 펼치고 있는 농민들이 본의 아니게 GMO를 확산시키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GMO 유출을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기관이 오히려 농민들보다 관련 정보에 무지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GMO 유출사건을 두고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권영근 소장은 우리나라의 「LMO법(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이 안전(safety)을 위한 예방 차원이 아니라 위험(risk)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접근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에 유전자 오염에 대한 피해 구제제도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책적 소통 지향해야

GMO 유출사건이 일어나자 서울환경운동연합에서는 구체적인 유출 장소와 제품명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환경과학원에 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아직 관련 사실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는 이유로 정보공개 요구를 거부당했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어떤 기업의 GMO 제품이 어떻게 유출됐는지, 유출 후 어떤 후속조치가 취해졌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GMO는 우리의 식생활뿐만 아니라 환경과 생태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는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MO에 관한 논의는 아직까지 일부 기업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들의 용어로만 이뤄지고 있다. GMO 시험재배지는 해당 지역 주민들조차 알아채지 못하도록 꼭꼭 숨어있다. 게다가 GMO 표시 기준은 식품원료 및 첨가물원료의 GMO 여부를 확인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허술하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유전자를 조작한 식품을 먹을 것인가 먹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마저 없는 상태다.
원광대학교 법학대학원 김은진 교수는 “GM벼의 경우 교잡 가능성을 이야기하면 농촌진흥청은 벼가 자가수분작물이라는 이유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벼의 자가수분율은 97%로, 나머지 3%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정보 공개를 청구하는 것은 이렇게 숨어있는 사실을 밝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며 정보 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GMO는 아직까지 안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뜨거운 감자’다. GMO의 독성이나 인체 위해성을 입증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며, GMO와 관련된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정부기관·학계·시민·기업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 또한 GMO를 반대하는 데 있어서도 형식과 방법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각기 다른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침묵’과 ‘해명’은 GMO에 대한 오해와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 GMO란?
유전자변형농산물.
한 품종의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분리한 뒤 다른 유전자에 삽입해 새로운 특성을 갖게 하는 것을 ‘유전자재조합’이라고 하는데,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개량한 농산물을 유전자변형농산물(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이라고 부른다.




 

이종인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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