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들에게는 당영한 권리인 건강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국가의 도움이 필요


의료급요 수급자들의 약물 오·남용과, 국민 세금의 올바른 활용을 이유로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대안 없이 숨통만 죄는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전재희)는 지난 11월 5일 저소득층인 의료급여 수급자의 동일성분 의약품 중복투약 관리방안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급여법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의료급여란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국민의 질병·부상·출산 등에 대해 국민의 조세를 재원으로 국가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부조 제도다.
이번에 예고된 개정안에는 ▲선택병의원 적용자에 대해서도 의료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급여일수를 산정·관리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 ▲수급자가 동일 상병으로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해 동일성분 의약품을 일정 기준 이상으로 중복 처방 받지 않도록 기준을 마련 ▲출산 전 진료비를 출산 이후에도 산모의 건강관리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와 같은 고가의 보장구는 일정 기능 및 사양 이상을 갖춘 제품만 급여토록 하는 근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선택병의원 제도는 대상자의 과다 의료이용 행태를 개선하는 긍정적 성과가 있었지만, 제도상 미비점으로 인해 선택병의원 뿐만 아니라 타 의료기관도 제한 없이 이용해 제도의 원래 취지를 왜곡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해 왔다.
이에  종전의 급여일수(의료기관 진료 및 의약품 처방·조제 받은 일수) 상한 적용을 받지 않고 선택 병의원 적용자에 대해서도 급여일수를 산정·관리 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진료의뢰서를 남발하는 선택병의원에 대해 주기적으로 통보해 경각심을 제고하는 한편, 특별한 사유 없이 시정되지 않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집중 현지조사를 실시할 방안이다.
또한 수급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다니면서 동일성분 의약품을 중복 투약하는 경우, 건강상 위해 및 약물중독 위험이 존재한다는 판단아래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도 준비 중이다. 이 시스템이 자리 잡기 전까지는 동일상병으로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해 동일성분 의약품을 6개월 동안 215일 초과해 중복 처방·조제 받고자 하는 경우 3개월간 약제를 전액 본인이 부담토록 하되, 입원환자·희귀난치성질환자·ADIS 환자 및 보건기관에서 처방받는 약제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어 보완장치를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최초 위반자에 대해서는 사례관리를 실시해 약화사고 우려 등 건강상 위해 발생 가능성을 알리고, 시정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제도적 제재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혈세방지 VS 예산 줄이기 위한 횡포

보건복지가족부는 궁극적으로 사례관리를 통해 모든 수급자의 의료이용 행태가 개선돼 약제 전액본인부담 대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 하나만 생각하고 둘이 생각지 못한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건강세상 네트워크는 “상식적으로 생각 볼 때 현재 의료급여수급자는 기초생활수급자인데 최저생계비(1인 수급액 약 40만 원)을 받으면서 본인부담금을 지불하고서라도 의료쇼핑을 하려는 의료급여수급자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번 입법예고안은 아주 특별한 사례를 가지고서 전체 의료급여수급자를 도덕적 해이 집단으로 몰아 단속하고 의료급여환자의 건강권을 내팽개치며, 의료급여 재정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술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만약 정말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피해와 환자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의료급여 환자부터라도 주치의제를 시행하고 환자들의 의약품 처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건세의 의견이다.
새어나가는 세금을 막겠다는 복지부의 입장과, 복지예산을 줄이기에만 급급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서민들은 인권침해를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입장이 대립되고 있는 상태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측은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는 커녕 오히려 인권침해를 서슴치 않는 복지부의 행태에 대해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의료급여는 국가가 보장해야 할 빈곤층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이다. 이제 더 이상 빈곤층을 재물로 삼는 복지정책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며 의료급여수급자 기초생활수급자들과 함께 당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울 것”임을 분명히 선언했다.
국가예산이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인해 낭비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뒤 생각 없이 허리띠 졸라매기만 하겠다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이번 대안은 꼭 필요한 빈곤층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처사일 것이다.
진정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법안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여유가 필요할 때다.

글| 차미경 기자 hamk@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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