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에이즈(HIV)감염자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그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따가운 시선, 턱없이 부족한 정부의 지원으로 HIV 환자들의 하루하루는 고통스럽기만 하다.

1996년 개봉된 ‘굿바이 마이 프랜드(Goodbye My Friend)’에서 주인공 에릭은 절친한 친구였던 텍스터를 ‘에이즈’라는 병 때문에 잃게 된다.
당시에도 생소했던 ‘에이즈’는 치료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병이었지만 두 주인공의 우정앞에서는 단순한 질병일 뿐이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과학과 의학의 발전이 무색할 정도로 에이즈는 아직도 완치제가 없는 불치병으로 분류 돼 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에이즈’가 단순한 불치병을 넘어서 가벼운 접촉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고 잘못 인식되면서, 감염 환자에 대한 거부감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인식 때문에 에이즈 환자들은 병마와 싸우는 고통과 함께 남을 의식해야 하는 심적 고통까지 더해, 괴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토로한다.
질병관리본부는 2009년 9월말을 기준으로 내국인 에이즈(HIV) 누적감염인은 총 6,680명이며, 이중 1,183명이 사망해 5,497명이 생존해 있다고 밝혔다.
감염인의 성별은 남성이 6,123명(91.7%), 여성이 557명(8.3%)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11배 높게 나타났으며, 감염경로가 밝혀진 5,496명 중 성 접촉에 의한 감염은 5,433명으로 99%를 차지했고 2007년 이후 수혈 및 수직감염사례는 없다.
통계에서 나타 난 에이즈 감염인 누적 수 6,680명은 4년 전에 비해 74%나 증가한 수치다.
상황이 이런데도 감염인 치료 및 관리, 예방을 위해 책정된 올해 예산은 약 39억 원으로 작년보다 4억 원, 4년 전에 비해서는 23억 원이나 적다. 관련 예산이 감염인 수의 꾸준한 증가를 따라잡기는 커면 반대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는 에이즈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와는 뚜렷이 대비되는 처세라고 지적한다.
미국은 2007년 에이즈를 비롯한 치명적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향후 5년간 480억 달러(약 28조7,000억 원)를 투자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또 중국의 경우 최근 에이즈 사망자가 5만 명을 넘어서자, 결핵, 한센씨병 등과 더불어 에이즈를 무료치료 대상에 포함시키고,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직접 감염자 차별철폐운동에 나섰다.
우리 정부 역시 그간 감염인의 보호와 지원이 에이즈 예방의 필수적인 요소임을 인식하고 감염인 보호지원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감염인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며,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에이즈 감염인의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 전액을 정부가 지원(09년 62억 원)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감염인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09년 1,128명)해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감염인의 치료 순응도 향상과 심리적 지지를 위한 의료기관 상담사업 및 감염인 지원센터 운영, 간병지원 서비스, 재가 복지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사회적 경제적 지지기반을 상실하고 건강이 저하된 감염인들을 위한 쉼터 및 요양호스피스 운영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와는 반대로 우리나라의 에이즈환자에 대한 지원은 열악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현재 지난해 전국 7곳이던 국내 감염인 쉼터가 대구와 부산만 남고 문을 닫았다. 감염인을 위한 장기요양시설은 다 한 곳 뿐이다. 또 올해부터 혈중 바이러스 농도 측정을 통해 에이즈 환자의 건강상태를 진단하는 HIV RNA 정량검사를 민간의료기관에 이관, 회당 7~10만 원의 특진비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 뿐 아니라 직장에서 에이즈 감염자라는 이유만으로 쫓겨 난 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부담감은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감염인 수 증가에 따라 관련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에이즈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필요이상의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만이 해결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질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음지에서 혼자 고통 받는 에이즈 환자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그들이 당당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은 물론 국민들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글| 차미경 기자 hamk@safe119news.com

safe119  

<저작권자 © 주식회사 한국안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