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지난 2009년 2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케미칼 연구소 신축 공사 현장에서 축대가 무너지면서 작업 중이던 인부 3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는 기초공사를 위해 지하 22m가량 터파기 공사를 벌이던 중 1개 면 H빔으로 된 축대가 무너지며 발생했다. 경찰은 해빙기의 지반약화로 인해 구조물이 붕괴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례2>
지난 2009년 2월 경남 김해에서 하수관 공사장의 흙이 작업인부를 덮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해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김해시 상동면 여차리 하수관 공사장에서 흙과 자갈이 일부 무너졌고 이 사고로 깊이 3.2ｍ, 폭 3.7ｍ 규모의 공사장에서 하수관을 묻는 작업을 하던 공모(64) 씨가 무너진 흙에 허리가 깔리면서 척추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은 “파이프를 묻는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공사장 안쪽으로 흙과 돌이 무너져 내렸다”는 작업인부의 진술로 미뤄 지반이 약해져 흙이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빙기란, 말 그대로 얼음이 녹아내리는 시기로 주로 2월~4월까지를 해빙기 기간으로 본다.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봄이 오면 땅 속에 있는 얼음이 녹아 지반이 물러지게 되고, 그 영향으로 건물의 기초가 내려앉거나 건물의 균열 및 붕괴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위 사례와 같이 지난해 발생한 건설현장 붕괴사고 역시 얼었던 지반아 녹으면서 제 힘을 다 하지 못해 무너져 내렸고 결국 근로자의 목숨을 앗아가고 말았다.
이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사장 노민기)은 해빙기 건설현장의 붕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위험요인별 안전대책을 담은 ‘해빙기 건설현장 안전보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해빙기 건설현장 안전보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월부터 4월까지 해빙기 기간에 겨우내 얼었던 지반이 녹아 흙막이 가시설의 붕괴, 가설구조물의 변형에 따른 붕괴, 굴착공사 주변 지반 붕괴 등의 대해 예방대책을 세울 것을 당부하고 있다.
주요예방 대책으로는 ▲흙막이 가시설의 붕괴예방을 위해 작업 전 시설물 부식 등 이상유무 점검 ▲가설구조물의 변형에 따른 붕괴예방을 위해 구조검토 실시 ▲굴착공사 주변 지반의 배수로 정비 및 지반 지지력 등을 확인할 것을 강조했다.
이밖에도 콘크리트 양생작업 시 일산화탄소에 의한 질식이나 작업장 화재사고, 폭약에 의한 폭발사고 등의 원인과 안전대책을 제시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해빙기 건설현장 안전보건 가이드라인’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제공하는 한편, 전국 건설현장에 대한 기술지원을 실시하고 공사관계자 및 관련 공무원 대상 교육 실시로 가설구조물 설치상태와 안전성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허울뿐인 예방대책, 사고 더 키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관리공단이 해빙기 건설현장 안전보건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노력을 충실히 했을 때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다.
공단의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빙기인 2월부터 4월까지 해빙기 건설사고가 8건이 발생해 총 10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으로는 최근 경기 위축으로 건설현장 및 각종 시설물의 방치 또는 유지관리비용 절감을 위한 시설물 보수지연 등 안전관리의 소홀과 건설공사의 조기발주에 따른 공사장 증가, 공기단축 등 무리한 시공과 안전조치 미비를 들 수 있다.  
자체적인 관리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제대로 된 감독을 하지 않는 이상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노동부는 300명의 인원으로 100만 곳이 넘는 공사현장을 일일이 다 찾아다닐 수 없어 연간 3번의 형식적인 현장감독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붕괴사고는 대부분 지반과 토질의 불균형 등으로 생기는데 현장에는 토목전문가와 같이 공사현장의 시설물 붕괴 위험점검에 대한 전문가의 부재로 제대로 된 감독이 되지 않고 있다. 성균관대의 한 교수는 “국내 대학의 건축공학과에서는 구조공학만 배울 뿐 지반 토질공학은 배우지 않는다”고 전하며, “토목전문가가 없는 한 현장의 건설물은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국토해양부 역시 지자체에 1년에 3차례 안전점검 공문만 보낼 뿐 실질적인 점검 및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빙기 기간 동안 건설현장은 지반이 약화되면서 그 어느때보다 가장 위험한 시기다. 안전을 위해 정부의 신속한 대응책 마련과 건설업주 및 관리자의 안전의식 고취를 통해 더 이상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글| 장진희 기자 jjh7060@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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