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은 그간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독점적으로 수행해오던 소방검정업무에 경쟁체제를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신기술·신제품을 적극 육성할 수 있어 긍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인 반면, 검정기관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검정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어 아직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 3월 9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소방산업기술원에서 독점적으로 수행해 오던 소방검정업무를 경쟁체제 업무로 변환하는 개방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기존에 시행돼오던 소방용품은 소방시설대상물에 설치되기 전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을 통해서만 형식승인 및 성능을 테스트 받아야 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체제는 소비자의 검정기관 선택권을 제약하고, 신기술·신제품에 대한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품질 및 성능 기준 적용으로 우수제품 개발을 저해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또 획일적인 제품검사로 품질 관리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고, 업계의 검정수수료 인하 및 서비스 개선 요구에 소홀하며, 구조가 다른 제품에 대한 형식승인 요청 시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소방방재청은 이런 다양한 문제가 소방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각종 개선책을 내놓았다.
먼저 단일검정기관이었던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Two-Track 방식의 경쟁체제를 전격 도입했다.
제품검사는 민간에 전면 개방하고 복수화 함으로써 검정수수료 인하는 물론, 신속한 검사로 서비스 개선 및 업무처리 불편을 해소하고, 형식승인은 책임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위탁해 통합 관리를 수행토록 함으로써 공공성을 확보키로 했다.
두 번째로는 신기술·신제품 도입 활성화와 우수제조업체에 대한 검정 서비스를 확대해 품질을 개선한다. 「형식승인 예비인증제」 및 「신기술제품 지원팀」 을 상설 운영하고, 한국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 등에 불량제품 「검사요청권」을 부여하며, 검사결과를 추적·관리, 사후 검사대상을 예고해 진입조건을 완화한다. 또 우수품질인증과 연계한 우수제품의 검사 생략제도를 확대하고 품질관리 수준별 선택적 사후검사제를 도입, 시행해 나갈 방침이다.
세 번째로는 제조업체의 검정수수료 인하를 위해 시장에서 형성되는 제품가격에 연동되는 수수료체계를 운영하고 UL, FM 등 우수인증제품에 대한 수수료를 할인하며, 형식변경 시 유사시험을 생략해 그에 대한 시험항목 수수료 부담을 완화시키기로 했다.
네 번째로는 소방제품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해외수출 기반 강화다. 기술기준 개선 시 「제조업 참여제」를 도입하고, 현행 32개 품목인 검정대상품목을 연차적으로 축소해 국제적 품질로 표준화 할 계획이다. 또 검정기준보다 수준이 높은 제품에 대해서는 KFI 등 우수제품 인증제를 운영함으로서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해 나갈 예정이다.
이밖에도 지난 2월 대전에서 발생한 고가사다리차 부실사고와 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고가사다리차 등 소방장비 품질개선안도 마련된다.
과학기술과 접목한 첨단 소방장비 개발을 가속화하고, 현행 최저가 낙찰방식의 가격경쟁이 아닌 품질경쟁 중심의 구매제도를 도입하며, 「소방장비검수센터」를 설치해 장비의 설계부터 제작 전반에 걸쳐 감리는 물론 검수까지 전문화함으로서 소방장비의 안전 확보와 함께 품질개선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민간 검정기관의 과열경쟁… 폐해 우려

이번 개선안은 소방산업이 발전한다는 긍정적인 시각 이면에 각종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제품검사가 민간으로 이양됨에 따라 검사기관에서는 이익이 적게 나는 품목의 제품이나 지역의 경우에는 검사를 꺼리게 되고, 공정하고 엄격한 검정보다는 수수료 수입확대를 위한 물량유치 경쟁으로 소방검정이 부실해 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제조업체는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검사를 쉽게 이행해주는 민간 검정기관으로 치중될 수 있기 때문에 부실한 제품이 유통되는 결과를 낳고, 이는 소방시스템 및 소방산업의 약화로 이어져 대형 사고를 야기시킬 수 있다.
소방방재청은 이러한 부실검정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검사기관 평가제’ 및 ‘유통제품 수집검사’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문평가단을 통한 검사능력을 유지하고, 부실검사 시 ‘One-Out제’를 적용해 패널티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한 유통 중인 소방용품을 정기적으로 수집, 검사해 성능미달제품의 경우 형식승인 취소 및 수거명령을 내리는 등 확실한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기 위해 검사원 클린시스템을 구축, 검사원의 부조리 및 부당행위를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번 시행되는 민간 검정업무 이양이 각 검정기관의 경쟁으로 인한 부실검정의 악화가 아닌, 국내 소방업체의 발전으로 이어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장진희 기자 jjh7060@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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