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지난 1월 4일 수도권 지역 폭설로 인해 도로의 출근길 교통 혼잡을 피하려 상당수 시민이 지하철로 몰렸지만 전동차 고장까지 겹쳐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전 8시40분께 지하철 1호선 대방역에서 인천으로 가던 열차가 고장 나 30분가량 운행이 중단됐다. 앞서 오전 7시40분께 남영역에서 용산역으로 가덕 지하철 1호선 열차도 남영역 부근에서 고장을 일으켜 약 15분간 운행을 하지 못했다. 또 오전 7시쯤에는 역삼역에서 강남역으로 향하던 지하철 2호선 열차가 역삼역 인근에서 약 2분간 멈춰 서기도 했다.

<사례2>
직장인 oo씨는 지난 1월 20일 지하철로 퇴근하던 길에 2호선 합정역에서 갑자기 전동차가 멈췄다고 말했다. 여러 번 안내방송이 나왔으나 결국 마지막 방송의 내용은 ‘다른 대중교통편을 찾아보라’는 안내 멘트였다.


현대인들에게 지하철은 자동차와 상관없이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계획 된 시간에 정확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최고의 대중교통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하철이 막혀서’라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지하철에 대한 개념이 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사례 1>에서처럼 폭설, 폭우 등 기상악화로 인한 오작동의 경우 어느 정도는 감안을 할 수 있지만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가기에는 지하철의 멎는 횟수가 잦은 것이 사실이다.
투명한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수도권 지하철 운행을 맡고 있는 서울메트로(1∼4호선),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코레일(국철 1호선)에 각각 정보공개를 청구한 ‘2009년도 수도권 지하철운행 장애현황’에 따르면 코레일 24건, 서울메트로 2건 등 총 26건에 달했다.
한편 전철 운행 장애의 이유로는 차량 고장이 17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호장애 5건, 전기설비 고장 2건 순이었다.
사고 내용을 살며보면 ‘유지보수 소홀에 의한 선로전화기 부식’, ‘미끄럼 방지판 노후로 단전’, ‘선로전환기 단자접촉 불량’ 등 노후 된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이유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장비가 내구연한 넘겨

올해 들어 유난히 지하철 사고가 잦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관계자들은 결국 오래된 문제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결과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하철의 잦은 사고와 가장 큰 이유로 꼽힌 노후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지연되는 설비투자를 꼽았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1월 20일 신도림역의 선로전환기(레일 방향 변환기)에서 발생한 사고 원인에 대해 본래 이 장비는 내구연한이 15년에 불과하지만 신도림역에 설치된 장비는 25년이 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에 설치된 선로전환기는 총 491개이며, 이 중 내구 연한이 지난 선로변환기는 전체의 52%인 255개에 달한다. 비슷한 사고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서울메트로에 한정되는 것만은 아니다. 코레일의 경우 사고 발생건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울도시철도공사나 서울메트로에 비해 운행사고가 유독 많은데, 이는 코레일의 전동차량 가운데 노후화된 것이 많은데다 운행거리도 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서울메트로는 영업거리가 135㎞정도인데 반해 코레일은 375㎞로 세 배 가량 더 길며, 운영 횟수도 2,200회나 된다. 또 지상에 노출된 공간이 많아 눈 등 자연재해에 취약하다. 1월 초 집중적으로 코레일 운영 구간에서 사고가 잦았던 이유도 전동차 출입문에 내린 눈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서울메트로 전동차량의 운행사고는 1건이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효율화 등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사고 발생 순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백남희 철도노조 선전국장은 “문산~서울역 구간에 차량관리원이 한 명도 없다”며, “비상사태 시 대응속도가 느려져 연착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설비가 더 노후화된 코레일과 서울메트로에 차량정비인원이 많아야 하지만 이들 공사에 적자가 더 심하다보니 오히려 인력은 적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적 재정 지원 늘려야

사정이 이런데도 지하철 사무소 간 거리가 넓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 분소 역시 통·폐합되는 추세다. 이렇다보니 사고 시 비상출동 시간이 늘어나기 마련이며, 전동차 고장 시 승객들의 대기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구연한이 지난 장비를 교체하면 된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만은 않다. 서울메트로는 “내구연한이 지난 장비를 교체 하는 데만 1조2,000억 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승객의 안전을 높이기 위한 스크린도어 전 구간 설치, 법적으로 무조건 교체해야하는 전동차와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발생한 대대적 내장재 설치 등에 밀려 부속품 교체는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각 공사가 수익을 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는 있지만 공사에만 해결방안을 맡기는 것은 무책임한 대응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지하철은 결국 국민의 가장 많이 이용하는 운송수단이기 때문에 적자 문제를 개별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기만 하면 결국 또다시 구조조정 외에는 해법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당장은 작은 부품의 내구연한 초과가 자잘한 사고만을 만들겠지만, 결국 부품의 고장은 대형사고로 가는 시발점이 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민의 발’이 부상을 당했다. 참고 뛰라고 재촉할 것이 아니라, 원인을 찾고 다시 장거리를 뛸 수 있게 지금은 보살펴 줘야 할 시기임이 확실하다. 공사의 내부적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지원 또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글| 차미경 기자 chamk@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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