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지난 2009년 5월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이 시행됐다. 당시 중국에서 넘어온 멜라민 과자를 비롯해 타르색소가 첨가된 불량식품 등으로 어린이 식생활 안전이 불안을 넘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특히 타르색소는 발암성 논란이 일었던 만큼 학부모들의 걱정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이에 보건복지가족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초·중·고등학교 주변 200m 이내를 식품안전보호구역인 그린푸드존으로 지정했고, 이 구역 내에서는 부정·불량식품, 정서 저해식품 판매 금지 및 학생들의 비만이나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의 판매가 제한됐다. 또한 안전한 식품만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식약청이 우수업체를 지정하는 등 ▲어린이 기호식품관리 ▲올바른 식생활 정보 제공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설치·운영 ▲식생활안전관리체계 구축을 핵심 사업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시행 후 1년이 지난 지금, 학교 앞 문구점에서 사라져야 할 각종 불량식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어 법안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시행 후 1년, 큰 변화 없어

지난 5월 3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1년 종합결과를 보고했다. 식약청은 법안 시행 후 1년을 돌아보면서 어린이 기호식품 중 고저식품의 비율은 지난 2009년 7월 32%에서 22%로 낮아진 양상을 보였다고 전하며, 그 중 빵류(13%→6%), 초콜릿류(39%→18%) 등이 큰 변화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 시행 1년 만에 고열량·저영양 식품의 비중이 크게 감소한 것은 영양성분의 변화라기보다는 열량 계산의 기준이 되는 ‘1회 제공량’을 조정하거나 소포장 또는 내부포장을 도입한 결과라고 식약청은 분석했다.
이로 인해 포장재 비용이 추가되면서 과자 값이 올라 소비자에게는 비용부담을 주게 됐으며, 소포장 도입으로 그에 따르는 환경오염의 소지도 높아졌다. 하지만 식약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포장 도입으로 환경영향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시책 시행에 있어서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하며, “이러한 부분은 각 부처별 정책이 상충되는 부분으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할 뿐,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또한 주요시책인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 지정·관리’사업으로 학교 앞 일정구역을 그린푸드존으로 지정해 불량식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나, 현실은 이와 많이 달랐다.
한 언론사의 조사 결과 최근 그린푸드존 내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부터 성분표시조차 되지 않은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으며, 일부 캔디류는 15g의 제공량 중 13.8g이 당류로 구성돼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식약청은 당초 그린푸드존 내 우수업체를 지정해 이 업체들이 고열량·저영양 식품을 팔 수 없도록 할 계획이었지만, 업주가 자발적으로 신청해야 하고 우수업체로 지정된 후에도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이유로 자영업자들은 이를 기피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 그린푸드존 내 8,051개 업체 중 우수업체는 306곳에 불과하다. 제도가 이렇다보니 그린푸드존 내에서는 정서저해 식품 단속과 함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되지 않은 식품, 무허가 제조 식품 등 일반적인 식품과 같은 수준의 단속만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 적발 되더라도 해당 업주는 위반 내용에 따라 10~20만 원의 과태료를 내거나, 영업정지 15일로 경미한 처분만 부과되고 있어 실효성을 거두기가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두고 한국식품연구원 이무하 원장은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어린이 먹을거리 안정정책 수립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학교나 부모가 관리하지 못하면 달콤하고 자극적인 저가 식품들에 노출되기 쉽고, 아이들의 판단기준이 흐려진다”고 전하며, “정부가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에게 ‘어린이 식품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알려 학생들이 바람직하지 못한 식품을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 법을 반복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육과학기술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어린이 먹을거리와 관련된 유관부처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식약청은 향후 단체급식을 제공하는 집단급식소에 대한 위생 및 영양관리를 지원하는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와 소비자가 식품 구매 시 고저식품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는 ‘신호등 표시제’를 2011년부터 시행해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이 시행된 지 이제 만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법안 정착에 1년이라는 시간이 미미할 수 있겠지만, 그 시간동안 우리는 법 적용에 따른 문제들을 재확인 할 수 있었고, 앞으로 이를 개선해 나갈 일만 남았다. 현실에 동떨어진 법안이 아닌 생활 속에 스며들 수 있는 대안으로 어린이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글| 장진희 기자 jjh7060@safe119news.com

safe119  

<저작권자 © 주식회사 한국안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