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기후변화에 ‘기후난민’ 증가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몰디브가 수몰 위기에 처했다. 해수면보다 겨우 1.5m 높은 곳에서 살아가는 몰디브 주민들은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모두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한다. 몰디브의 대통령 모하메드 나시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몰디브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리기 위해 수중 각료회의를 열기도 했다.
중국 서남부 지역은 지난해 지독한 가뭄에 시달렸다. 100년 만의 가뭄으로 주민 5000만 명이 피해를 입었고, 그 중 100만 명 정도는 해당 지역을 떠났다.
기후변화로 인해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가뭄, 홍수 등 자연현상과 인위적인 생태계 파괴 등 생태적 환경의 변화로 인한 ‘기후난민’이다. 기후난민 증가 원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지구온난화’다. 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바닷물이 해안의 주택가와 농지를 침범하면서 사람들은 점차 내륙으로 몰려났다.
현재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가 위치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초 기후변화와 관련한 보고서 초안을 공개하면서 “홍수와 해수면 상승, 폭풍, 해일 등 다양한 기후변화의 피해 때문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백만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주요 피해는 기온 상승과 강수 양상 변화, 계절 변화, 해수면 상승, 홍수, 열대 폭풍 증가 등이 손꼽힌다. 이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40억 명의 인구가 밀집해 사는 곳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인도와 방글라데시, 중국의 해안 저지대와 파키스탄 남부지역, 메콩강 하구, 베트남 홍하 하구, 버마 이라와디강 하구, 투발루와 키리바시 같은 태평양 섬나라 등을 기후변화 위험지역으로 꼽았다. 실제로 작년 한 해에만 말레이시아와 파키스탄, 중국, 필리핀, 스리랑카 등지에서 기상이변 때문에 수백만 명의 이주민이 생겨났다. 파키스탄에서는 대홍수로 인해 주택 190만 채가 파괴돼 수백만 명이 피신했으며, 스리랑카에서는 한 달 동안 두 차례의 대홍수가 발생해 25만 명이 임시대피소에 기거하는 등 기후난민이 급증했다.


‘기후난민’ 전 지구적 혼란 야기할 것

기후난민은 주로 섬이나 해안가에서 발생한다. 섬이나 해안가의 주민들은 자연재해로 인해 점차 내륙에 형성된 도시로 몰리고 있다. UN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1950년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구의 17%인 2억3000만 명이 도시에 살았지만 2005년에는 39%인 15억 명이 도시에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에는 도시에 사는 인구가 50%까지 치솟고, 2050년에는 30억 명 이상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급격한 인구 증가와 각종 환경 문제를 겪고 있는 도시에 기후난민이 몰려들 경우 사회·경제적 자원 부족으로 인해 여러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난민이 몰리면서 상당수 도시가 인구수용 한계를 초과했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는 폐기물 처리시설이 부족해 2차 오염이 심각해지는가 하면, 원주민과 난민 사이의 다툼·강도 사건이 급증하면서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기후난민 문제는 섬이나 저지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2007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미 대륙의 경우 서부 산악지대에서 강수량의 변화에 따라 수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무더위에 시달리는 도시들에서는 금세기에 걸쳐 더위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기간도 길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유럽에서도 고산지대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자연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점점 그 형체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급격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대비책은 없다. 환경을 위해 눈앞의 경제를 희생해야 하는 현 사회구조에서 기꺼이 환경을 택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돈에 눈이 먼 인간은 계속해서 선택을 망설이다가 기후로 인한 피해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나서야 환경을 위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말뿐인 ‘지구촌’은 아직 공생을 원하지 않는 듯하다.  


 

박상권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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