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량 감소효과 ‘글쎄’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를 201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교토의정서’에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 이행에 신축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기업이나 국가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을 사고파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는 “배출권 거래를 통해 비용효과적인 방식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이바지하고 국제 탄소시장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겠다.”며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을 수집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추진하는 정부와 달리 시민·환경단체에서는 이 제도를 통해 실제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제정안이 입법예고되자 녹색연합, 다함께, 민주노총 등은 “배출권 거래제가 과연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배출권 거래제가 비용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될 것이라는 희망과 달리 투기자본의 또 다른 놀이터가 될 수 있는 이 제도를 지지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유럽에서 시행된 온실가스 거래제를 예로 들며 막대한 배출권이 인정돼 온실가스의 실질 감축 효과는 없었고, 온실가스 감축 책임이 있는 기업들은 배출권 거래를 통한 투기 이익 창출에 골몰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제정안 제5장 제24조의 ‘배출량 감축에 소요되는 비용이 이 법에서 적용받는 할당 대상업체의 평균적인 비용에 비해 현저히 낮지 않을 것’, ‘배출권이 과다하게 공급되어 배출권의 가격이 현저히 낮아지는 등 배출권 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조항 등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보다는 배출량 거래가 가능한 시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  유엔 청정개발체제(CDM) 자문단에서 발표한 보고서 역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실효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수소불화탄소(HFC-23)를 배출하는 각국 사업장에서 실질적인 감축을 달성하기보다는 이들 사업장에 배출을 계속하거나 감축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려는 강한 유인을 주고 있다.”며 현재의 배출권 거래제도가 실제로는 수소불화탄소 배출을 지속하는 결과만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실패, 비용부담 우려

한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6년 기준으로 6억 톤에 육박한다. 이 중 산업계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3억 5000만 톤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약 2억 톤의 배출권이 할당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배출권 거래시장 성립 가능성에 대해 회의론을 제기하기고 있다. 충분한 준비 없이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탓에 대부분의 기업이 할당된 배출권 수준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경우 국내에서 배출권이 거래되기 힘들고, 추가 배출권을 구입하기 위해 해외 기업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윤인택 기후변화대응전략연구소장은 “미국 VCS(자발적 탄소시장)의 경우 톤당 3000~4000원 정도에 불과해 1700억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기도 어렵다.”며, 정부가 수치 부풀리기로 시장 규모를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녹색성장 5개년계획’에서 정부가 제시한 배출권 거래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으로 5000억 원이다.

산업계에서는 배출권 구입으로 인해 증가하게 될 비용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한국전자산업진흥회,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등 13개 경제단체는 “미국, 일본도 제도 시행을 철회했거나 보류한 상태고,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G20 국가에서도 거래제를 도입한 국가는 단 5개국밖에 없다.”며 제도 시행을 늦춰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대한상의 이동근 상근부회장 역시 “온실가스 감축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G20 국가들이 동시에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해 국내 산업 여건과 거래제에 대한 국제 동향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합의는 도출됐지만 그 방법과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한 눈치 보기, 실효성에 대한 의문, 관련 제도의 부작용 우려 등의 문제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 역시 이 같은 논란에 휩싸였다.

현 거래제는 목표량을 채우는 데 급급해 탄소 배출량의 실질적인 감소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새롭게 형성되는 또 하나의 시장이라는 개념이 강하다. 주객이 전도됐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구내형 기자 safe@safe119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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