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스트레스, 더 이상 개인 문제 아니다

한 리크루팅 업체의 설문 결과에 의하면 국내 직장인 44.6%가 ‘회사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또 직장인의 65.8%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질병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직무 스트레스가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일 수 없는 이유다.

직무 스트레스 문제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연세대 원주의대 장세진 교수가 공단 밀집지역, 종합병원 등 245개 사업체 직원 6,977명을 대상으로 직무 스트레스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고위험 스트레스군’이 22%(1,24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적 스트레스군’도 73%(4,541)에 달해 전체 응답자의 95%가 직무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었다. 이는 미국 40%, 일본 61%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근로복지공단 발표자료 역시 한국인 직무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근로복지공단 조사에 따르면 과로·스트레스 등에 따른 뇌심혈관 질환 사망자는 2000년 545명에서 2003년 820명, 2004년 788명으로 증가했다. 사무직 노동자뿐 아니라 ‘블루칼라’ 노동자들도 만성피로에 시달리면서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질병과 과로사의 위험에 직면한 것이다.

직무 스트레스란 직무가 요구하는 것이 근로자의 능력, 자원, 요구와 맞지 않을 때 발생하는 유해한 신체적 반응이다.

특정 질환을 일컫기보다는 직무와 관련해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통칭(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 연구소 정의)하는 것으로, 지저분하거나 혐오스러운 작업환경에서 일할 때, 조직에서 자신의 위치가 불분명하거나, 일이 지나치게 많거나, 재량권이 부족할 때 등 다양한 원인에 기인한다.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 환기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직원의 스트레스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은 낮은 편이다. 스트레스를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는 심각한 ‘병’이라 생각하지 않고 전적으로 직원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은 스트레스가 지극히 개인적인 증상이며 다양한 요인들의 작용으로 나타난다는 이유로 작업환경에 의한 스트레스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직무 스트레스를 방치하면 개인의 신체적 고통이 커질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도 생산성 손실, 사고 증가, 사기 저하, 이직률 증가, 기업이미지 훼손 외에 노사갈등으로 인한 간접적 피해도 발생하므로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연간 11조3,650억 원으로 추산(2003년 기준)된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은 직무스트레스 측정이 노동자들의 주관적 소견에 기초해 이뤄진다는 이유로 직무 스트레스 측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에서 이미 2년에 한 번씩 직무스트레스를 조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정신건강이 심각한 사외문제로 대두되는 이 시대에 개인과 기업,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안녕을 위해서는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단순히 ‘기업에서 스트레스 측정 도구를 마련해 획일적으로 직원의 스트레스를 조사하라’는 것이 아니라, 직무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뜻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기업과 사회의 관심이 높아져 근로자들이 보다 건강한 정신으로, 보다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정은주 차장

담당자  wnes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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