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식 본부장의 인터뷰를 위해 인천소방방재본부를 들렸을 때, 서 본부장은 무척이나 바빠 보였다.
‘날이 추워지다 보니 역시 소방 쪽은 정신이 없다’면서도, 질의 하나하나에 꼼꼼하게 답하고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따듯한 차 한 잔이 들어가자 그는 소방 입문부터 한 지역의 수장이 되기까지 끈끈하게 메여 있는 소방이야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저는 피라미드 꼭지점에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바쁘게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이상적인 상하 구조죠”

소방분야에 입문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어나요?
사실 제가 소방에 입문할 시기인 7~80년대는 소방에 대한 정보가 지금과 같이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던 시절이 아니었어요. 그러다 보니 소방에 입문하게 된 동기도 상당히 우연적이라고 할 수 있죠.
풍운의 꿈을 안고 서울에서 공부를 한참 하던 때에 소방간부 1기생으로 근무하고 있던 J모의 친한 친구로부터 권유를 받았습니다. 소방에 대한 무한 발전의 가능성과 비젼을 제시하며 당시엔 생소한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던 소방공무원에 대한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적극 권유 받았죠.
그 후 1979년도 제 2기 소방간부후보생 시험에 응시하게 됐고 합격이 되면서 소방인의 길을 걸은지 어느새 벌써 28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현장에서 활동하던 시절 가장 기억에 남은 구조·구급 사례나 사건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으세요?
28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을 소방에 몸담았던 것만큼 기억에 남는 많은 사건들이 있었죠.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95년에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99년 일어난 인천 중구 인현동 히트 노래방 불장난 화재사고입니다.
삼풍백화점은 건국 이래 가장 많은 사람이 붕괴로 인해 매몰된 사고로 건물의 설계, 시공, 유지관리의 부실로 인한 총체적 인재 사고죠. 아울러 히트 노래방 화재 사고는 화재에 대한 국민 의식이 얼마나 취약했는지 보여주는 사고였습니다.
두 사건 모두 안전 불감증에서 왔다는 점이 더욱 안타까웠죠. 사망자에 대한 피해 보상은 종료됐지만 아직까지도 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분들을 볼 때면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과거에 비해 소방 쪽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텐데, 그때와 비교해 가장 큰 변화는 뭘까요?
많이 발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다른 부서와 비교해 보면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청사나 차량, 인명구조 장구 등 예전이 비해 많이 확보되고 품질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죠.
8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가지고 있던 소방장비가 대부분 일본제나 미국 잉여물품으로 운영됐어요. 그래서 그때는 예산지원이 넉넉지 않으니까 미군 부대를 통해 소방차량이나 수관 등을 얻어다 쓰는 직원이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었죠.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1시간용 공기호흡기는 생각지도 못했고, 당시 파출소당 공기호흡기가 많아야 2~3개 정도 비치됐을 뿐 아니라 한 번 사용하는 시간이 10분을 넘기지 못해 공기를 미군부대나 정유공장 등에서 충전해 오곤 했죠.
지금은 그 시기를 거쳐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소방장비의 성능이나 품질 면에서는 뒤떨어지지 않게 됐죠. 하지만 이런 시설의 향상에 비해 아직 직원 복지 부분에 대해선 선진국들을 발판 삼아 개선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근무환경의 대대적인 개선과 직업병에 대한 치료, 재활치료 방안 등이 더욱 발전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 됐듯이 소방공무원에 대한 복지제도와 사후 보장제도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어도 남은 가족들의 경제적 고통이 크다는 점에서 여러 차례 문제가 제시됐는데, 이 부분이 어떻게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최근 고(故)윤재희 소방관 사건과 더불어 화재현장에서 진압을 하다 순직하거나 부상을 당하는 사례가 종종 일어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우리 소방공무원은 다른 직종보다 사고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어 그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근무여건의 개선이 우선시 돼야겠죠.
우리 인천 본부를 예를 들면, 단계적으로 근무 여건에 변화를 주기위해 개청과 함께 격무부서인 구급대와 구조대, 상황실에는 250여 명을 추가로 배치해 3교대 근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소방력 확충도 근무개선의 한 방법이 되겠죠. 직원 사기진작을 위해서는 적기적소에 인력을 배치하고 진급을 보장함으로써 마음 놓고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청에서 이번에 취약 지역이면서 소방력이 낙후된 남구지역을 위해 140여 명의 인력을 배치하고 남부소방서를 개청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시면 됩니다.  
또한 24시간 근무체제로 있는 외근 부서 직원들의 여가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순번 휴무제를 두 달에 3회 이상씩 제공하는 등 외근 직원에 대한 사기진작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추진할 계획입니다. 그래야만 업무에 임하는 직원들의 사기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소방이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일선에서 많은 노력과 희생을 하고 있는 직원들의 덕분이죠. 그런데 이런 분들의 복지에는 문외한처럼 대처하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차차 개선점을 찾아 누구나 지원하고 싶은 소방, 일하고 싶은 소방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소방관이란 직업이 굉장히 우대받고 선망의 대상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3D직종이라고 불릴 만큼 상황이 비관적인 것은 사실이니까요.
소방인의 복지 시스템이 소방전체에 자리 잡길 기원하며, 저 자신도 노력할 것입니다.

인천지역 본부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는데, 지도자로서 앞으로 어떤 혁신 변화를 주도할 생각이십니까.
인천은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도시’와 ‘세계일류 명품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2009년 세계도시엑스포,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 등 다채로운 국제적 행사를 기획 중입니다.
이에 발맞춰 소방도 각종 재난 안전사고 예방과 살기 좋은 인천을 이룩하는데  전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그 첫 번째로는 국민에 대한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예정입니다.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라는 생각으로 국민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적극적인 서비스를 이행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과학적인 예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 맞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과 과학적인 분석으로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예방프로그램을 활용해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예방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세 번째는 신속한 현장 대응입니다. 순간의 방심과 잘못된 대응이 국가재산의 막대한 피해와 국민의 불편을 심화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대응 능력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믿을 수 있는 소방방재’를 이룩하는 데 힘쓸 것입니다. 모든 일에는 신뢰가 우선돼야 하듯, 투명하고 맑은 유리알 같은 열린 행정으로 명품도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소방이 일익을 담당할 수 있게 노력해 나갈 방침입니다.

마지막으로 안전 분야의 권위자로서 이제 막 소방에 입문한 후배들과, 소방분야에 자리 매김하고 있는 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안전한 삶을 위해 가져야할 마음가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든 일에 과도기가 있듯이 소방 역시 아직까지는 과도기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과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던한 노력과 열정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소방을 천직이라 생각하고 맡은 바 업무에 성실히 임해줄 것을 당부하며, 그동안 우리 소방이 기본 전략인 양적인 팽창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질적인 개선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많은 것에서 보다 새로운 것의 추구로 혁신해 나가야만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릅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안전관리를 소방에서만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국민 개개인이 안전관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지고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몸소 실천해야지만 안전한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습니다.
소방에서도 시민들이 참여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소방안전 체험관을 빠른 기간 내에 설치하도록 계획 중입니다.
각종 안전사고는 간단한 대처 요령만 알고 있어도 대형사고로의 확대를 막을 수 있어요. 각종 안전교육을 통한 실천만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인 거죠.
국민여러분의 참여 속에 안전관리를 생활화하고, 안전관리는 국민의 참여도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김재호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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