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기(鄭貞基)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장

인터뷰를 위해 도착한 본부장 실 앞에는 결제 등을 받기 위한 사람들로 넘쳐났다. 기다리는 동안 ‘오늘 오래 인터뷰를 하진 못하겠구나’라고 걱정했는데, 정정기 본부장을 만나는 순간 쓸데 없는 생각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자신의 소방 입문부터 현장에서 뛸 때의 일을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히 말하던 정정기 본부장의 얼굴 위로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한 젊은 소방관의 모습이 계속 아른거렸다.

30여 년 동안 소방의 길을 걸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방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아버님이 경찰공무원으로 복직을 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국가공무원이라는 직업과 제복에 대한 동경이 다른 아이들보다 큰 편이였
어요. 아버님 역시 제가 경찰공무원 공부를 하길 원하셨고 저 또한 아버님의 모습을 존경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었죠.
그러다가 소방 간부생 시험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경찰 시험을 보기 전에 문제 유형이 비슷할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시험 삼아 봤는데 덜컥 합격이 된거죠. 그래서 이왕 합격했으니까 가서 교육 한 번 받아본 후에 마음에 안 들면 나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방공무원 쪽에는 전혀 생각이 없었으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왔던거죠. 그런데 막상 입문해 보니까 어떤 공무원도 소방공무원 만큼 자기 목숨을 바쳐서 투철하게 움직이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소방공무원이라는 직업에 굉장히 큰 매력을 느끼고, 마음이 변하면서 지금까지 30년이란 세월을 소방에 몸담게 됐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생명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진정한 희생정신의 표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고 가족들이 위험하다고 만류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이 길을 걷는 것은 그 매력을 맛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2008년부터 서울소방방재본부에서 ‘서울소방재난본부’로 명칭이 바뀌게 됐는데, 새롭게 변화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1월 1일자로 서울소방재난본부로 기관 명칭이 변경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우선 현장기능 중심인 방호과와 구조구급과를 재난대응과로 배치하고 장비팀, 안전교육팀과 같이 지원기능 업무를 진행하는 부서를 안전지원과로 재배치하는 등 기능별 업무 중심을 중점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방민원분야 청렴도 향상을 위한 감찰기능 강화를 위해 ‘소방 감사반’을 신설하고 정원을 배정했으며, 조직 진단에 따른 자체인력 3교대 부서를 전환배치 했습니다. 이밖에도 방재기획기능은 본청 행정국으로 이관이 된 상태입니다.
이로써 서울소방재난본부는 4과 1반 23팀, 1특수구조대, 1종합방재센터, 1소방학교, 22소방서(113개의 안전센터, 24개의 구조대), 1청와대 소방대, 1항공대로 구성됐으며 총 5,425명의 인원으로 새롭게 구성됐습니다.
방재본부에서 재난본부로 바뀌면서 내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꾀한 것은 조금 더 국민안전에 다가가는 소방으로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의 변화입니다.
신문기자분들이 독자의 입장에서 기사문을 작성하듯이 우리 소방도 시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입장에서 움직이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전 소방공무원이 부서 칸막이 없이 모두 예방과 홍보에 자신의 업무처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우리 소방본부 모든 직원들도 이번 기관명칭 및 조직 변경이 일하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모든 재난에 더욱 적극대응하고 위기에 처한 경우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하는 조직이 될 것입니다. 또한 평소 안전에 대비하는 안전교육, 응급처치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방조직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본부장님께서 서울소방의 가장 큰 핵심 과제로 ‘one-stop 민원시스템’을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저희 서울시의 시정목표는 ‘맑고 매력 있는 도시’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대한민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어야 진정한 발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FTA 등으로 이제 세계는 하나의 시장 안에서 경쟁하고, 함께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세계 안에서 자리잡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난 안전 분야가 안정적으로 밑바탕 돼야 한다고 봅니다.
맑고 매력 있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 안전을 맡고 있는 우리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는 다양한 소방안전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 첫째로 화재 및 재난문제에 있어 이제는 사후대책이나 사고수습이 아닌 예방 중심의 시스템을 지향할 계획입니다.
이 계획을 위해서 우선 화재예방을 위해 취약시기 방화 순찰 및 특별 소방점검을 통해 대형화재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고 위험물·가스시설 등 소방분야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특히 주택화재 예방대책의 일환으로 1가정 1소화기 갖기 운동 전개 및 단독 경보형 감지기 확대보급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방민원처리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7년 7월부터 완비·방염분야 민원업무 원스톱 처리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올해 8월말까지 시민이 가정에서도 손쉽게 인터넷을 활용해 소방민원업무 처리를 이행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민원인들이 완비·방염 등 복잡한 민원을 처리할 때, 누구나 한 번만 보고도 이해할 수 있도록 다중이용업 매뉴얼을 개발하고 배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최대한 쉽고, 빠르게 소방민원을 해결할 수 있도록 민원인의 입장에서 노력할 것을 약속합니다.

아무래도 서울소방의 이미지가 지난 해 일어났던 ‘원묵초등학교 사건’으로 인해 많이 실추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어떤 변화를 노력 중인지…
지난해 일어났던 원묵초등학교 안전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 분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픕니다.
이 사고로 우리 소방본부에도 많은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우선 이 사고로 노후소방차량에 대한 특별 정밀조사를 실시해 교체하기로 했으며, 고가차 등 특수소방차량에 대해 정밀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소방장비 정비·점검을 위한 소방차량 정비분야에 전담전문 인력을 특채해 배치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소방차량 정비창 신설을 추진해 소방차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며, 효율적인 장비관리를 위한 매뉴얼을 보급, 와이어 교체 기준 등을 포함한 실질적인 장비관리 규칙을 개정했습니다.
소방차량 관리뿐 아니라 인력에 대해서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으로 안전사고의 위험을 원칙적으로 차단해, 더 이상 관리 소홀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서울소방 내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1,000만 인의 도시인 서울의 안전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2008년도 새로운 계획은 무엇이며, 어떠한 혁신변화를 주도하실 생각이십니까?
우리본부는 새로운 2008년을 ‘생명존중의 고품질 U-119서비스’,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관련 소방안전대책’이라는 큰 목표와 SAFE-SEOUL구현으로 세계일류 ‘창의·문화도시’기반구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생명존중의 고품질 U-119서비스’는 우리나라 응급환자 소생률 20%대를 50%대로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목표로 심장질환·노인질환 구명률을 제고하고, 응급처치, 적재장비 공간 확보 및 승차감 제고를 위한 이동용 중환자실(M-ICU)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또한 원격화상 의료지도시스템을 구축해 현장에서 전송되는 환자의 심전도를 의료진이 보면서 환자의 응급처치를 지도하고, 병원도착 즉시 전문처치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더불어 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께 응급구조폰, 무선페이징, U-안심폰 등을 확대해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119와 연계하는 시스템을 확대, 독거노인 분들이 홀로 사망하는 사고를 예방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생명존중 프로젝트 중 하나인 ‘대국민 심폐소생술교육’과 일반인이 사용가능한 ‘심실제세동기 보급’을 확대해 다중이 모이는 곳에서 심장마비가 왔을 때 속수무책으로 사망해 일반인에 의한 ‘현장응급처치제로’라는 오명을 씻는 계기로 만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안전 분야의 권위자로서 이제 막 소방에 입문한 후배들과, 소방분야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분들, 그리고 국민여러분께 안전한 삶을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소방은 국가재난 관리시스템의 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창하게 국가재난을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우리주변에서 화재·구조·구급 뿐 아니라 가스사고·전기·수도 등 모든 안전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소방입니다. 지난해 12월 119구급대 이용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119 구급대에 대한 기여도가 99.5%, 신뢰도가 98.7%로 나타났으며, 119구조대 이용자들의 99.3%가 앞으로도 위험한 사고에 처한다면 다시 119를 이용하겠다는 감사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이러한 119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어느 조직에서도 볼 수 없는 전폭적이고 헌신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며, 소방조직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선택된 영광이라는 자부심까지 느끼게 해줍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께서 신년사에서 ‘미친 듯한 열정이 없으면 위대한 성취도 없다’는 말을 강조했는데, 이 말처럼 우리 소방도 1천만 서울시민의 안전지수를 높이고 행복총량을 증진하기 위한 창의시정의 주역으로서 도전과 열정, 그리고 주인정신으로 조직의 명예와 소방의 가치를 높이는 데 몰입할 것입니다.
소방에 막 입문한 후배님들, 오늘도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적으로 화재·구조·구급현장에서 슈퍼맨처럼 활동하고 계신 소방공무원, 그리고 소방에 한없는 믿음을 보냅니다.
또한 소방에 한없는 믿음을 보내고 계시는 시민 여러분! 우리는 누군가, 어디서든 119를 누르면 곧바로 출동할 것입니다. 출동할 때의 팽팽한 긴장감과 돌아올 때의 뿌듯함은 어느 직장보다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앞으로 우리 소방조직은 화재·구조·구급활동 뿐 아니라 예방위주의 안전교육, 독거 노인 등을 위한 U-안심폰서비스, 어린이 안전체험교육 등 모든 재난관련 및 복지분야까지 할 일이 많습니다.
모두가 소방조직을 함께 이끌어 간다는 것에 주인의식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저 자신 또한 앞으로도 열정을 가지고 ‘맑고 매력있고, 안전한 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황영웅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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