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환 인천서부소방서장

관직에 오래 몸담고 있는 분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잘 웃지 않는다는 공통된 점을 찾게 된다.
특히 웃다가도 사진기 앞에서는 이내 굳어버리는 표정 때문에 몇십 장의 사진이 다 똑같아 보이기 일쑤다.
정충환 서장 역시 인터뷰 내내 경직된 얼굴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야기 도중 과거 현장 활동 때를 회상하거나 앞으로의 포부를 말할 때마다 얼굴 가득 드러나는 미소가 진정으로 이 일을 즐기고 있는 듯해, 그 모습을 담기 위해 서둘러 사진기 셔터를 눌렀다.

소방의 길로 들어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
아버님과 형님께서 공직에 계셨기 때문에 공직사회에 대한 동경은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부모님 또한 권고의 말씀이 있으셔서 자연스럽게 공직사회에 대한 뜻을 품고 자라왔죠.
그러다가 대연각 호텔, 대왕코너화재 등 대형화재 시 소방관들의 인명구조와 화재진압 광경을 매스컴을 통해 목격하면서 소방 쪽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의 모습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거든요. 또한 매스컴 속 소방관과 같이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을 위해서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자화상을 그려보면서 소방관과 내가 잘 부합된다는 생각과 함께 단호하게 문을 두드린 거죠.
그리고 지금까지 소방의 길을 걸으면서 단 한 번도 그때의 선택에 대해 후회를 한 적이 없습니다. 천직이라 생각했고, 또한 내가 선택한 길이라는 생각으로 힘든 일이 눈앞에 닥쳤을 때도 그 일을 즐기려고 노력해왔죠.
이 말은 지금의 후배들에게도 하고 싶습니다. 소방관은 단순한 직업일 수도 있지만 진실성이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소방관이 아니라고요.

현장에서 활동하던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구조·구급 사례나 사건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저에게 현장에서 뛰던 시절은 결국 지금까지 소방의 길을 걷게 된 원천인 동시에 이 직종에 대한 열정과 프라이드를 갖게 해준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염 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인간이기 때문에 겁이 났던 초창기 시절부터, 연소 작업 후 주민이 건네주시던 물 한잔에 피로가 사라짐을 느꼈던 것 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죠.
모든 활동이 보람되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소중한 생명을 구해냈을 때의 감사한 마음과 벅찬 느낌은 차마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정확한 날짜와 시간까지 기억이 납니다. 2002년 3월 20일 오후 6시 50분경 부평구 부평 4동 다세대 주택에서 LPG 폭발사고로 집이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때 제가 구조구급과장으로 재직 중이었는데, 대원들과 밤을 새우며 구조작업을 진행해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고 그로인해 몸과 마음도 지쳐가고 있었어요. 그렇게 한참동안 구조 활동을 벌이던 중에 붕괴된 건물더미에서 25살 된 주부와 2살 된 아기를 발견하고 신속한 움직임으로 병원으로 이송,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힘든 구조작업의 기억은 모두 날아가고 가슴 벅참으로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기쁨과 감격을 느꼈던 것 같아요.
비록 그때의 사고로 인해 6명이 사망하고 2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이처럼 소중한 생명을 내 손으로 지켜냈다는 기쁨은 그 어떤 직업에서도 느낄 수 없는 소방만의 소중한 매력인 것 같습니다.

2008년 4월 12일은 서부소방서장으로 취임하신지 1주년 되는 날입니다. 지난 1년간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며, 성과를 거두신 것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년 한 해는 소방관계법령에 따라 기존다중이용업소의 비상구 등 안전시설의 설치 추진을 통해 사회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기존다중이용업소의 안전시설 등을 추진하는 동안 중소영세업체의 경영난 및 국민의 경제생활 어려움과 법집행의 유보, 정부규제 심의안건 처리 보류,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많은 고충과 행정력 소모가 컸었지만 전 직원의 적극적은 행정지도로 99.9%의 설치를 추진하는 성과를 이루어 냈습니다.
또한 특정소방대상물의 화재예방 홍보, 화재·구조·구급 현장 활동, 재난대비 대응 관리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해 2007년 소방관서 평가에서 7개 분야, 28개 영역, 68개 평가항목 1,000점 기준에서 총 868.80으로 점수를 받아 인천광역시 최우수 소방기관으로 선정됐어요. 그동안의 직원들의 노고에 다소나마 보답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죠.
2007년의 주요 소방 활동 사항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봉사활동을 한 것과 강화소방서 개서 추진입니다.
우선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추진함으로써 2007년 6월에 검단 오류동 낙원 양로원에 X-ray 차량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 다산직업전문학교의 이·미용전문가들과 함께 찾아가 어르신들의 건강 체크와 미용 등을 해주었습니다.
또한 추석을 맞아 석남동에 위치한 온정의 집을 찾아가 소방안전점검 및 기초건강검진을 실시했으며, 생필품 등을 전달했습니다.
소방이라는 이미지가 불을 끄고 구조·구급만을 한다고 생가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이처럼 이웃 가까이에서 좀 더 따스한 정을 베풀기 위해서 우리 직원 모두가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활동은 끊임없이 이어 갈 것입니다.
두 번째로 작년부터 시행한 사업 중 가장 중점적인 것으로는 강화소방서 개서 부분입니다. 강화지역은 예로부터 역사와 문화의 지역으로,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많을 뿐 아니라 관광도시로 발전함에 따라 소방 수요의 급속한 증가 및 도시와 비교 소방 수혜의 불균형이 큰 편이었어요. 그래서 만약을 대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도농지역 특성에 맞는 소방서 설치를 추진한 상태입니다.
강화소방서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남산리 200-1,3,4번지인 현재 강화 119안전센터 자리를 수리해서 사용할 예정이며, 128명의 소방력과 25대의 소방차량 등을 동원해 안전한 강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2008년 한해도 강화소방서의 완공을 위해 신중을 기해, 강화지역의 문화재와 주민들이 좀 더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강화지역뿐 아니라 인천시민 모두가 우리 소방으로 인해 좀 더 편안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을 끈을 놓지 않을 것 입니다.

서부소방서에서는 화재피해주민을 돕기 위해 ‘영수증 적립’이라는 색다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홍보를 부탁드립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마트들은 고객이 매장 내에서 구입한 물품금액의 0.5%를 지역 내 비영리단체에 환원하는 ‘지역사랑 마일리지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요.
이 제도에 착안해 우리 서부소방서에서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검단 이마트점과 연계를 맺어 ‘화재피해 주민 돕기 영수증 적립제도’를 추진하게 됐습니다.
이 제도는 주민들이 이마트 검단점에서 물건을 산후 영수증을 모금함에 넣으면 분기마다 총 영수액의 0.5%를 심의를 거쳐 선정해 화재피해 주민을 지원하는 시스템입니다.
모금에 참여하는 방법은 영수증을 모금함에 넣는 방법 외에도 ‘무인 적립기’에서 영수증을 대고 ‘서부소방서(인천) 또는 코드번호 104번’을 선택하시면 도움을 주실 수 있습니다.
0.5%라고 하면 굉장히 큰 금액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이마트 검단점에서만 실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0.5% 중 심의를 거쳐 일부만 화재피해 주민을 위해 쓰이기 때문에 1주일에 5만 원 정도만이 모이는 실정입니다.
앞으로 검단점뿐 아니라 다른 지역구와도 연계해 좀 더 발전된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번 모금함 운영은 인천서부소방서와 함께 이마트가 추진하는 지역사회 수익환원 프로그램의 일환인 만큼 지역 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안전 분야의 권위자로서 이제 막 소방에 입문한 후배들과, 소방분야에 자리 매김하고 있는 분들, 그리고 국민여러분께 안전한 삶을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professionalism이 있어야 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마지못해 택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일찍이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뚜렷한 직업관과 투철한 사명감이 없이는 Fire-Professional이 될 수 없습니다.
요즘 재난현장에서 소방공무원들의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해 안전사고 예방을 강조하다 보니 대응활동 시 위축돼 몸을 사리는 직원들을 보면 왕년에 현장에서 물불 안 가리던 저와 동료들 이 생각나 무척 안타깝습니다.
소방관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 국민의 봉사자가 되겠다는 무한봉사정신의 직업관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언제 어떠한 재난현장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첨병의 수호자로서 긍지와 자부심으로 무장된 정예 Fireman으로서 살신성인 정신의 투철한 사명감으로 근무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소방 언론에도 당부에 말을 덧붙인다면, 좀 더 신중하고 심층적으로 기사를 다뤄줬으면 좋겠어요. 항상 소방언론보다 주요 일간지 등에서 먼저 보도되는 부분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방을 대표하는 만큼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심층적으로 다가서서 홍보가 덜 된 좋은 정책은 많이 퍼트려 주시고 잘못 인식된 부분은 제대로 잡아주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시길 기대합니다.

김민정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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