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풍 여주소방서장

전 직원을 동료라고 생각하는 이기풍 서장,
참다운 수장의 모습은 이런 것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이란 남다르기 마련이다. 단어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고, 기분 좋고, 어쩌면 떨림까지 느끼게 하는 그것이 ‘처음’일 것이다.
이기풍 서장에게 여주소방서와 지금 이순간이 특별한 이유는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처음이 좋아야 끝도 좋다’라는 말 역시 새로움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이기풍 서장에게 여주소방서는 첫 둥지나 다름없다.
지난 1996년부터 금년 1월까지 경기도소방본부에서 소방경리 담당, 안산 구조·구급과장, 수원남부 구조·구급담당, 장비담당 등의 자리를 역임하다 지난 1월 29일 여주소방서장으로 취임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소방관이 그렇겠지만 이기풍 서장은 더더욱 의욕이 충만하다고 말한다.
새로움이란 설렘과 의욕으로 매일을 시작하는 그의 모습에서 현장에서 활동 중인 대원들의 패기가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소방의 길로 들어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 또한 활동을 하시면서 천직이라고 느낀 적이 있다면 그 순간을 소개해 주세요.
어렸을 때 선친께서 지역의용소방대에서 활동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 지역 주민들을 위해 활동하시는 아버님의 모습이 제게는 참으로 멋있게 보였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동안 어려운 이웃을 보며 이타적 의식을 갖게 되었고, 이런 제 자신의 마음을 가장 쏟아 부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소방공무원의 길을 택하게 됐습니다.
특히 사회 구조가 복잡해지는 산업화의 과정에서 우리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요인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로부터 나 하나만 건재 하겠다는 소시민적인 의식은 사회를 구성하고 지탱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뿐 아니라 역할과 기능 분담이 철저히 요구되는 사회에서 서로의 연결 고리를 약화 시키는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과 ‘시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소방은 이런 제 생각과 일치하는 공직 이외의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소방공무원으로 근무 하면서 늘 마음속으로 다지고 있는 좌우명 중 구조·구급 상황시 제일 먼저 들어가서 가장 늦게 나오리라는 ‘First in, Last out’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는 제 소신일 뿐 만 아니라 모든 소방공무원에게 의식의 근간을 이루는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며, 실천해야 할 목표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First in, Last out’ 이는, 제가 늘 마음속으로 다지는 좌우명입니다. 어느 사고 현장에서든 제일 먼저 들어가서 가장 늦게 나오는 것이 소방관이 가져야 할 최우선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활동했을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조·구급 사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수원소방서에서 근무했을 때의 일입니다. 아직도 정확한 날짜와 시간까지 기억하고 있는데, 그날이 1995년 8월 21일 오전 2시경이었어요.
용인시 구성면에 소재한 경기여자기술학원에서 화재가 일어났고, 신속한 구조 활동에 나섰지만 37명의 꽃 같은 학생들이 사망했던 그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에는 수원의 소방력이 현재와 같이 중부와 남부로 관할 분리되기 전이었으며, 용인시까지 수원에서 관할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기술학원이 소방서에서 멀리 위치해 있었던 지리적인 문제도 있었고, 화재발생 시간이 새벽 깊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화재가 크게 번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히 학원의 구조상의 문제와 더불어 일부 원생들이 방화 후 탈출을 시도한 사건으로, 16명의 부상자와 함께 대다수의 인원은 구조 됐지만 안타깝게도 37명의 젊은 아이들이 질식 소사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새벽 짙은 어둠 속에서 구조대원들을 지휘, 혼신의 힘을 다해 구조 활동을 펼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구조장비의 열악함과 도착 전에 대부분의 희생자는 이미 질식 사망한 상태라 고생의 보람 보다 가슴 아픔이 더 컸던 날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에도 경향 각지에서 대형화재사고가 빈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접한 이천소방서 관할 내 위치한 korea2000 냉동 창고 화재로 40여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소방력이 끊임없이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화재는 우리에게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존재입니다.
이렇게 사회 전반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 요인을 감안한다면 이제 소방은 사회 안전 부분을 얘기하는 정도를 넘어서 생존에 관한 의식으로 접근하고 다루어져야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2008년 1월 29일 여주소방서장으로 취임하시면서 실질적으로 ‘서장’이라는 위치는 처음이신데, 특별한 지휘 방침이 있으시다면….
경기도소방본부 경리담당으로 재직 할 당시 경기도 전체를 출장 등의 업무로 둘러보던 중 특히 여주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서장으로서의 첫 발령지가 여주소방서로 결정되자 왠지 인연이란 느낌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더 관심이 가고 의욕이 넘쳤었죠.
여주지역은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신 것처럼 경기 동부 최외곽 지역으로 그동안 여러 가지 규제에 묶여 상대적으로 개발이 제한되고 낙후된 지역이었으나, 최근에는 고층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도시기반 시설이 확충되고 있어요. 이외에도 영동고속도로의 확장, 중부내륙고속도로의 연장과 함께 제2영동고속도로의 신설, 대형물류 창고의 신설 또는 이전 등으로 급진적인 도시 형태를 갖춰가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지역으로 소방의 3대 요건 중 소방용수 시설의 낙후와 미흡은 본서 단위 업무 시행 후 최우선 과제로 선결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조직의 정비와 함께 경기도에서 최초로 북내119안전센터를 시범 안전센터로 선정해 3교대 근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여주소방서에서 시행하는 모든 업무들이 정상적으로 추진 되도록 인화단결, 국민에 대한 적극적인 봉사, 자기 계발 노력, 대형화재와 안전사고를 방지하며, 부조리를 근절하자는 3무(無) 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천 할 계획입니다.
위의 3무(無) 운동을 기반으로 여주소방서가 지역적으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소방조직 전체가 발전하는데, 제일 첫 번째 디딤돌 역할을 맡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생각입니다.

얼마 전 여주소방서 최 모 소방관이 순직하는 등 소방공무원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와 변화가 촉구됐는데, 이에 대한 서장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제가 부임하기 전인 작년 11월 27일 故최태순 소방장이 이천 CJ육가공 공장 화재에 지원 출동한 뒤 돌아오던 중 고속도로에서 사고로 순직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최 소방장의 국립묘지 안장식이 지난 5월 14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있었습니다. 사고가 난지 6개월이 다 되어서야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었던 점에 대해 같은 동료로서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현행 국가유공자지원 등 예우에 관한 법률상으로 보면, 소방관은 현장에서 사망을 했을 때만 국가유공자 및 보훈대상자로 지정이 되도록 돼있는 실정입니다.
그렇다 보니 최 소방장의 경우 화재현장이 아닌 귀서 중 순직했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로 지정되고, 국립묘지에 안장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최 소방장은 아내(36)와 딸(5)을 남겨두고 떠났는데, 국가보훈대상자로 지정되지 않아 유족이 연금을 받을 수 없게 돼 주변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관계법령이 개정되어 앞으로는 공무로 인해 순직한 소방공무원이 이번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소방관은 업무상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대부분이 24시간 근무 후 24시간 휴식을 하는 근무체제에서 비번날도 각종 소방 활동에 동원되어 과도한 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루빨리 인력이 확충되고 근무여건이 개선돼 직원들이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안전 분야의 권위자로서 이제 막 소방에 입문한 후배들과 소방분야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분들, 그리고 국민여러분께 안전한 삶을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소방에 입문하게 된 후배들에게 가장 먼저 환영한다는 말과 함께, 열정을 갖고 임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업무에 대한 열정이야 말로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저를 비롯해 소방에 몸담고 있는 모든 소방공무원들은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기 위해, 또한 국민들이 더욱 안심하고 안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맡은 바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숭례문사고와 대형화재 사건 등으로 인해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던 아픈 기억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같은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민들 곁에서 온몸을 던져 일하겠다는 각오의 말을 다시 한 번 드리고 싶습니다.

김상진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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