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으로 가득 찬, 항상 내일을 기다리는…
온산소방서 김용근 서장

어떤 일을 해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하는 사람의 ‘하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의욕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며, 의욕은 또 다른 것에 대해 연구하는 원동력이다.
인터뷰 내내 김용근 서장은 계속해서 왜 이 일을 했는지, 왜 무엇을 준비하는지 자신감 있게 말했다.
초여름 날씨보다 더 뜨겁고 열정적이었던 김용근 서장을 만나보자.

소방의 길로 들어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
대부분의 소방공무원은 특별한 계기를 갖고 소방의 길을 선택하지만, 솔직히 저는 공직에 몸담고 싶다는 마음에 소방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다행히 소방공무원에 합격은 했지만, 역시 이쪽 일은 단순히 공직이 아닌 특별한 뭔가가 있어야만 할 수 있다는 말들이 실감이 나더군요. 2년간 아무런 애착도 갖지 못했고 하루하루 말그대로 ‘일 하고 있다’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때를 되돌아보면 제 양복 안주머니에 항상 사표를 넣고 다녔던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애착이 없었던 거죠.
그렇게 번민하던 중 저의 멘토라고 할 수 있는 상사를 만나게 됐고 그때부터 제 생각과 마음가짐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분을 통해 소방조직의 향후 발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고, 개인적인 충고를 들으면서 소방행정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되면서 소방에 대한 열정을 품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열정으로 지금의 제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서장님께서는 일반 국민에게는 낯선 안전통제본부에서 근무하신 경험이 있으신데, 안전통제본부는 어떤 곳이고 그곳에서 맡으신 업무는 무엇입니까?
2002년은 월드컵과 아시아경기대회로 우리나라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축제 분위기 이면에 국내·외적인 상황은 알카에다의 국제테러 기도와 유럽의 훌리건 난동, 기타 대회를 방해하려는 세력으로 인해 비상이 걸리기도 했었죠.
그래서 국정원, 소방, 경찰, 군 등 12개 기관이 합동으로 안전대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기관을 만들어 대회안전을 지원하자는 모토로 시작된 것이 안전대책통제본부입니다.
그때 부산소방본부에서 제가 최연소 계장으로 근무 중이었는데, 소방대표로 선정되면서 1년간 파견근무를 하게 됐죠. 그 당시를 회상해 보면 안전대책통제본부 요원의 자부심도 대단했으며, 특히 기관별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는 기(氣)싸움도 치열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소방조직을 잘 모르던 국정원이나 청와대 경호부서에서도 이를 계기로 소방의 중요성과 조직의 역동성을 다시 보는 기회가 됐다고 할 수 있어요.
안전통제본부의 주요 추진 사항은 국제 테러 조직의 테러기도, 홀리건 난동, 대회 방해세력의 위해 행위 차단과 참가 선수단의 안전 확보, 경기장을 비롯한 대회 관련 시설물의 안전점검, 경기장 질서유지 등 외국 선수단과 방문객에 대한 안전한 활동을 뒷받침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안전대책통제본부에서 종합대책을 수립, 기관에 통보해 주고 기관별 추진이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집행통제 하는 업무를 주로 했습니다.

안전통제본부에서의 근무가 소방서장으로 책임·지휘하는데 어떠한 도움을 주고 있는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큰 힘과 자신감, 업무의 시각을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됐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기관간의 공조체제, 체계적인 안전 활동 계획수립, 현장지휘능력 향상 등의 경험이 지금도 자연스럽게 몸속에 배여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대형사고 현장지휘와 조직의 통솔 능력이란, 지식과 열정만 가지고 되는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평소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주변정보와 경험에서 나오는 적절한 판단력, 결행 능력, 조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들을 안전통제본부에서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했던 것 같습니다.

온산공단이 산업단지로 나날이 발전함에 따라 산업안전 예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안전한 산업도시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온산소방서에서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온산국가산업단지는 1974년 석유화학 시초산업과 화학펄프 공업 육성을 위해 조성됐습니다. 현재 가동업체는 246개소 10,282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간 132억 6.100만 달러(전국 국가산업단지 수출액의 9.2%)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성장하는 온산국가산업단지의 다방면에 안전대책을 세우고 있고, 그 중에는 소방안전대책 추진사항도 포함돼 있습니다.
우선 안전관리 협의회를 구성·운영해 나갈 계획입니다. 온산공단 안전관리 협의회는 대형사업장 36개사로 구성돼 있으며, 자율방재 및 정보공유를 위한 민간협의회를 정례화 해 예방활동 및 대형사고 발생 시 공동대응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량위험물안전관리 협회회도 운영 중인데, 이는 대량위험물취급소 10개사에 대해 위험물 전문 대응체제를 갖추기 위한 협의회를 구성해 선진해외정보 수집과 업체별 안전관리기법에 관한 정보공유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정유 및 석유화학 업종과 비축기지 및 탱크터미널, 비철금속 및 정밀화학 업종에 대한 분야별 예방대책 및 대응매뉴얼을 작성해 운영하는 등 업종별로 예방 및 대처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안전교육훈련 강화를 돕고 있습니다.
공단 안전관계 책임자들을 소집해 교육하는 등 정기적인 의식교육과 출장교육을 통한 현장 교육을 실기하고 있으며, 업체 자체소방대 8개사와 화학소방차 13대, 292명을 대상으로 연간 및 월간 훈련과 종합훈련으로 팀워크 강화를 시행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소방용수 확보를 위해 수자원공사와 협의해 공업용수를 이용할 수 있는 35개소의 소화전을 설치 중에 있습니다.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서장으로 취임하신지 1년여가 지났습니다. 지난 1년간을 되돌아 봤을 때 얻은 것과, 부족한 점에 대해 평가한다면….
온산소방서 관할은 산업단지, 농·어촌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 경관과 더불어 지역민의 소득 수준이 전국 군 중에서 선두를 달리는 곳입니다.
1974년 조성된 온산국가산업단지는 항상 고도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화학 사고에 항시 대비가 필요합니다.
또한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 특성상 원드서핑 등 해양스포츠를 할 수 있는 좋은 조건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어 해안 사고와 수난 인명구조대의 역할 비중이 높은 곳이기도 합니다. 이밖에 신고리 원자력(3, 4호기) 발전소가 올해 착공해 2013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에 있어 방사능 안전에 대응이 필요한 지역입니다.
지역적 특성이 위험성을 많이 띄고 있는 만큼 그에 맞는 안전대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자력발전소 소방안전대책, 온산공단 대량위험물 안전관리협의회 조직, 수난의용소방대 발대, 공단 내 공업용수 소화전 설치, 공단업체 안전교육 강화, 진하해수욕장 수상구조대를 운영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력의 여건을 고려해 볼 때 과욕을 부린 점도 있지 않았을까 되돌아보곤 합니다.
이제 소방조직은 전통적인 가치에서 좀 더 넓고 고차원적인 가치를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전적 소방업무인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 대응 범위를 넘어, 이제 산업재해까지도 분석하고 사고 건수를 저감 시킬 수 있는 방안 강구 등의 분야까지 시야를 넓혀 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안전 분야의 권위자로서 이제 막 소방에 입문한 후배들과 소방분야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안전한 삶을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현재 국민소득 2만 불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부의 비젼은 선진일류국가 건설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선진국으로 도약하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선진국, 선진도시는 무엇일까요? 저는 진정한 선진국, 선진도시는 소득수준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환경, 복지, 교육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어울려져 품격이 높아져야 가능한 것이며,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재 건수는 앞으로 감소할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소방인이 땀 흘린 노력과 경제성장이 뒷받침 해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내장재 불연화, 화재감시시스템의 발전 등은 화재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한편, 화재가 발생해도 국소적인 연소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게 된 거지요.
한편에서는 이러한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소방분야의 입지와 역할이 축소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울리히 벡 교수가 「위험사회」란 책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산업과 기술과학이 발전 할수록 이에 따른 예측 불가능 한 기술재해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방사능 안전, 환경오염, 오존층 파괴, 엘리뇨 등 이러한 현상으로 발생될 재해가 기술재해라 할 수 있죠.
이러한 기술위험에 대비한 일을 누가 주도적으로 한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볼 때 장차 소방의 역할과 할 일은 더 많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패러다임의 변화, 즉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준비 없이는 수용 할 수 없고, 과학적인 실력 향상 없이는 기술재해 분야를 맡을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방인재의 양성이 절실합니다. 소방분야는 그야말로 블루오션지대이며, 개척할 것이 많이 있습니다.
후배 여러분은 소방에 꿈과 소신을 가지고 도전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문턱에 접근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진일류국가는 지금보다 품격을 높여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여러요소 중 지금 가장 뒤떨어져 있는 부분이 안전입니다.
소방안전, 교통안전, 산업안전의 의식이 향상되고 일터나 직장에서 가족의 생명과 안전을 걱정하는 일이 없으며, 안전비용이 소비가 아니라 투자라고 인식 할 때에 선진국이 될 것입니다.

김민정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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