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건 철  마포소방서장

“소방의 존립목적은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유건철 서장은 인터뷰 내내 국민들을 위한 소방행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소방에 입문하면서 받은 감동을 국민들에게도 전달하고 싶다며, 감동을 주는 행정으로 소방이 가장 신뢰받는 공무원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강한 포부를 밝혔다.

소방에 입문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으십니까?
충남 청양이라는 시골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의용소방대 외에는 소방공무원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소방공무원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살았지요. 성인이 된 후 군복무를 마치고 중소기업에 취업해 약 1여 년간 근무를 했습니다. 그렇게 생활하던 중 인접 사무실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화재가 발생한지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아 소방공무원들이 등장했고, 방수복을 입고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됐습니다.
고군분투하며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공무원의 모습에 진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에 소방공무원에 도전하고 싶은 열정이 마구 솟구쳐 오르더군요. 순식간에 불을 끄고 돌아가는 뒷모습이 남자가 봐도 너무나 늠름하게 보였고 그 모습에 하던 일을 단칼에 끊고 소방에 입문하게 됐지요. 그 당시 종로소방서 소방공무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방화복 뒤에 쓰여 있는 ‘종로’ 라는 두 글자가 그땐 정말 멋있게 보여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또한 남을 위한 일을 한다는 것에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기에 소방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소방에 종사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조·구급 사례를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28년간 소방 계에 종사하면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1996년 한남대교 남단 리버사이드 호텔 맞은편에 위치한 OO재지사옥 화재사건 이었습니다. 아직도 화재현장 사진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위험천만하고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사진을 보면 일반인들은 단순 화재진압 훈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주 긴박한 실제 상황으로 450여명이 사다리차에 몸을 의지해 대피해야 했습니다.
리버사이드 호텔의 1층은 영화 시사실로 지금의 소극장 규모의 작은 극장형태였습니다. 그 안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소파와 영화필름이 타면서 나오는 유독가스와 화재 열기로 13층 건물은 순식간에 암흑이 됐지요.
화재 발생지에 도착했을 땐 여기저기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그 당시 최초 화재진압 팀장으로 현장을 지휘하던 저는 건물 내에 소방공무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각층으로 배치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사다리차를 동원해 차분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2월의 추위와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화재 진압이 어려웠지만 정확한 판단으로 450여명의 인원을 단 한명의 사망자 없이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시장 표창을 받기도 했지만 상보다 중요한것은 생명이기에 차분히 작전에 따라준 시민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시민을 고객으로 인식해 먼저 다가가는 소방, 친근한 소방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마포소방서는 각종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떠한 프로그램들이 있나요?
우리의 경제수준은 선진국 진입 문턱에 있지만 안타깝게도 안전의식 만큼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과 법, 제도, 장비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의 기술수준과 낙후된 환경,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크고 작은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에 국가의 안전의식을 결정하는 안전교육은 일시적인 교육으로서가 아니라 가정과 직장, 학교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만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비로소 생활화, 체질화 되며 안전문화가 정착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마포소방서에서는 시민 자율 소방방재 능력의 향상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서 4층에 상설 소방안전체험관을 마련해 방문교육을 원하는 유치원,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소화기 시뮬레이션과 지진·화재실험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화재대피 방법과 응급처치인 심폐소생술, 기도폐쇄 교육 등을 동영상으로도 실감나게 배울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소년과 더불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기업체 및 공공기관, 대학교 등으로 출장교육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으며, 화재 취약 대상인 다중이용업소를 대상으로 관계자 교육을 월 1회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촌 홍대 앞은 클럽이 많이 밀집돼있고 체인 형태의 영업망을 구축해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Club day night’라는 페스티벌을 개최, 수많은 젊은이와 외국인 등이 클럽으로 몰리고 있어 화재 등 유사시 많은 인명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입니다.
이에 마포소방서는 올 1월부터 각 클럽대표를 소집해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개최해 소방안전 대책을 협의하는 한편, 소방훈련과 기동순찰 및 소방안전 교육 프로그램을 병행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소방안전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화재로 어려움에 처한 주민들을 위해 ‘화재피해복구 재활센터’를 구축했는데요, 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화재피해복구 재활센터’는 화재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피해주민에게 체계적인 재활지원 절차 안내는 물론 실질적인 피해 복구를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피해주민이 조속한 시일 내에 생활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상시 지원 체계를 구축해 놓은 시스템입니다.
실제 화재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빠르게 일상생활로의 재활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화재피해복구 재활센터에서는 실의에 빠진 피해주민을 위한 지원정보를 매뉴얼화해 피해복구에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유관기관과 협력 하에 대한적십자사의 구호물품을 지원하고 지방세를 감면하며 납부기한 연장 및 화재보험·가스 사고 피해자의 책임보험 등과 같은 화재관련 생활수혜정보를 안내하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본서 홈페이지에서 매뉴얼을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고, 상시 검색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24시간 운영하고 있어 문의 시 언제든지 답변해 드리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거노인이나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에 해당하는 피해가정은 화재피해복구 재활센터의 심의를 거쳐 서울재난본부 및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에서 최종 심사해 우선지원대상자로 선정합니다. 제공하는 서비스로는 가장 시급한 주택복구, 즉 가재도구에서부터 도배까지 완전하게 복구하고 이와 함께 각종 물품 등 경제적 물적 지원이 이뤄지게 됩니다.
우리 마포소방서 화재피해복구 재활센터에서도 2008년에만 화재피해 이재민에 대해 대한적십자사 마포봉사관 등과 연계해 6회 16세대에 쌀 등 구호물품을 지급했으며, 화재보험 청구와 관련해 89건의 화재증명원 발급과 600여회의 안내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더불어 다가오는 동절기를 맞아 화재를 예방할 수 있도록 어려운 가정에 소화기를 무료로 보급하도록 할 계획이며, 앞으로 ‘화재피해복구 재활센터’가 더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민원처리 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시민고객의 권리’ 제도를 시행하면서 민원처리 시스템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으며, 제도 시행에 따라 시민들은 얼마나 만족하고 있습니까?
‘시민고객의 권리’ 내용에는 친절·신속·공정한 민원서비스를 받을 권리, 민원처리 과정에서 불만·이의제기 및 시정요구의 권리, 공무원의 비리 처벌 요구 권리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서에서는 민원실의 환경 개선과 민원 담당 공무원의 업무처리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환경개선으로는 그동안 비좁았던 민원실의 확장을 통해 보다 편안하고 안락한 민원실로 개선했습니다. 내 집과 같이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커피, 녹차와 같은 음료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민원처리 시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각종 정보지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민원담당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청렴 마인드 향상과 친절 교육을 실시하고 특히 팀장급 간부를 1일 민원실장으로 임명해 민원인의 불편사항과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찾아내 적극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민원사무 처리기간의 단축을 통해 민원인들의 만족 지수를 높이는데 노력하고자 합니다.
본제도 시행 후 ‘대민업무 청렴도 설문’을 시행했는데 그 결과 우리 서에서는 부정적 응답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시민들로 하여금 소방행정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향상된 것으로 판단하고 앞으로도 시민들을 위한 행정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방에 입문한 후배들과 소방분야에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안전한 삶을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잘해낼 것인가’라는 절차와 원칙보다는 ‘무엇을 어떻게든 빨리 해내야 한다’는 결과 중시의 문화적 환경에서 성장과 발전을 추구해 왔습니다.
그에 따라 우리 주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고 역시 결과중시의 생활습관이 가져온 병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습관이 평생토록 자신의 안전은 물론 가정과 직장, 그리고 국가안전과 경쟁력에 직결될 수 있음을 잊지 말고 항상 안전에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개인 스스로의 안전과 함께 소방 역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인간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가치이기에 과학적이고 선진화 된 소방행정 구현은 인명보호를 최우선으로 함은 당연한 것입니다. 각종 재난·재해·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요청을 받고 다가가서 도와주는 행정에서 나아가 시민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해 먼저 다가가는 소방으로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은평구 대조동 나이트클럽 화재로 소방공무원 3명이 순직하는 참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오직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헌신해 온 모든 소방인 들의 가슴속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지만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더욱 굳은 신념으로 업무에 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재난현장의 일선에서 시민의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참다운 안전 파수꾼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영웅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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