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료 원  양천소방서장

양천소방서장실을 들어서는 순간 본지 기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른 소방서 서장의 옷차림을 보면 대부분 말끔한 양복이나, 제복을 입고 있기 마련인데 이와는 다르게 권료원 서장은 주황색 구조복과 동절기 점퍼를 입고 있었다.
화재 시 빠르게 출동 할 수 있기에 항상 구조복을 입는다는 권서장을 보면서 말로만 소방을 외치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진정한 수장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소방의 길로 들어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
제가 소방에 입문하기 까지는 어머님의 말씀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소방공무원과 일반직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었지요. 한창 고심하던 중에 어머님께서 저에게 소방공무원을 적극 추천하셨습니다.
나 보다는 남을 위해 살아간다면 그만큼 뜻 깊은 일도 없다고 말씀하시며, 소방공무원으로서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직업을 평생직장으로 삼아도 후회 없을 것이라고 하셨지요. 그렇게 어머님의 뜻을 이어받아 중앙소방학교 제4기소방간부생으로 합격했고 소방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님의 말씀을 듣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소방인의 길로 들어서 힘든 고비도 많았고,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적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왜냐 하면 나 보다는 남을 위하는 봉사가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보람이자 삶의 활력소이니까요.

소방에 종사하면서 가장 보람찬 사례를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소방에서 오랜 시간동안 근무하면서 보람을 느낀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소방 간부로 입문해 많은 동기들은 대부분 예방과, 지도과, 인사과, 기획과 등 주로 머리를 쓰는 행정부서에서 근무했지만 저는 몸을 움직여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는 진압부서에서 화재 진압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남들보다 큰 불도 많이 겪고, 연기도 많이 마시며 불속을 누비고 다녔지요. 화재의 일선에서 진압활동을 펼치다 목숨을 잃을 뻔 한 고비도 몇 차례 넘겼고, 꺼져가는 생명도 여러 차례 구해냈습니다. 이렇듯 소방관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구하고 지켜내는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가장 보람된 일을 꼽으라면 「소방의 노래」를 만든 일입니다. 서울 소방학교 교수시절부터 소방 훈련가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소방에는 훈련가가 없기 때문에 소방관들이 소방학교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빨간 마후라’나 ‘진짜 사나이’ 등 군가를 부르며 훈련을 받는 것이 못내 아쉬웠어요. 처음에는 군가를 개사해서 노래를 만들었으나, 저작권 등 여러 문제점이 불거져 직접 작사·작곡을 통해 창작곡을 만들게 됐습니다.
노래를 만드는 것이 비단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습니다. 창작곡을 만들면서 온갖 열정을 쏟아가며 골몰한 나머지 길을 가던 중 전봇대에 부딪힐 뻔 한 웃지 못 할 일도 있었지요. 그러나 소방공무원에게 사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소방가가 필요했기에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만든 노래는 「진짜 소방관」, 「브라보 소방」 등 개사곡 10곡과 「자랑스런 소방관」, 「소방의 정신」, 「소방관의 기도」 등 창작곡 11곡을 만든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내지마’, ‘제발 부탁해요’ 등 창작소방가요를 UCC로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얻어지는 효과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이제는 소방의 홍보 방법이나 기법도 현실에 맞게 대폭 수정되거나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난전화나 허위신고로 인한 소방력의 낭비가 여전히 심각하고, 나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구급 수요에 따른 구급대원들의 애환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그동안 해왔던 구태의연한 소방홍보방식으로는 효율적인 대국민 홍보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태까지 소방 곡은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의 노래가 많았습니다. 그러한 분위기를 탈피하고자 여성 4인조 보컬그룹인 ‘블랙피닉스’ 팀을 결성해 「화내지마」 라는 노래를 만들어 신나는 춤을 곁들였더니 주위의 반응이 아주 폭발적이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빠른 템포의 노래와 랩을 접목시켜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고, UCC 동영상을 제작해 홍보활동에 임했습니다.
그 결과 여기저기서 블랙피닉스 팀의 출연신청이 쇄도했고, 주요 일간지나 각 공중파 방송에 출연했지요. 신한은행에서는 전국 960개 점포에서 2주간 방영함으로써 대대적인 소방 홍보가 됐습니다.
이와 함께 119 구급대원들의 애환을 노래로 만든 ‘화이어 앤젤스’의 「제발 부탁해요」도 전 세계에 붐을 일으킨 텔레토비를 착안해 서울소방의 마스코트인 화동이 인형을 쓰고 가벼운 율동과 경쾌한 노래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이것 역시 반응이 좋아 각종 매스컴에 소개되고, 삼척 세계 엑스포 장비전시회에도 초대돼 열렬한 환호를 받았습니다. 이로써 양천소방서를 널리 알렸을 뿐만 아니라 소방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도 크게 기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소방 홍보야 말로 그 어떠한 소방정책보다 훨씬 효과적 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셈입니다.
양천소방서는 타 소방서와는 다르게 ‘소방오토바이 기동진압대’를 창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개인 차량이 많아지면서 교통체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응급상황 발생 시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고 급히 출동을 해도 교통체증으로 인해 빨리 도착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화재현장 도착이 늦어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듣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5분 이내에 출동을 해도 화재를 당한 피해자들은 5분이 50분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니까요.
이에 현재 총 7대의 소방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어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이라도 작은 체구의 오토바이를 이용해 화재현장에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대형화재취약대상 주변과 상습 교통정체지역에 대해 ‘소방오토바이 기동진압대’가 소방호스를 싣고 먼저 달려가 초동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소화전 설비가 잘 돼있어 오토바이 기동대가 먼저 출동해도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순조롭게 진압 활동을 펼칠 수 있지요.
이로 인해 주민들의 원성을 줄이고 소방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게 돼 일석 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일반 소방교육과 함께 인두그림 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을 위한 소방안전체험을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떠한 내용으로 이뤄졌습니까?
인두화는 나무를 전기인두로 지져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정신 지체장애인들이 열악한 작업장에서 인두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에 양천소방서에서는 인두화 작업을 하는 장애인들을 여러 방면으로 돕고 있습니다.
올해 장애인의 날을 맞아 관내 드림 장애인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 및 관계자에게 화재 와 각종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한 소방안전체험교실을 실시했습니다. 이는 평소 작업장 내에 낙각, 즉 인두작업으로 인한 화재와 각종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하고 장애인들도 소방안전체험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소화기 사용법을 설명하고 체험해보면서 작은 화재에 있어서 직접 진압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레펠 체험을 통해 높은 곳에서도 두려움 없이 탈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장애우들을 위해 직접 소화시범도 보이고, 그들과 함께 방수복을 입고 체험 하면서 ‘더 많은 신경을 써 주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지난 6월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드림장애인들이 소방을 소재로 한 다양한 낙각그림과 조형물 작품을 소개하는 ‘소방인두화전’을 열었습니다. 정성스럽게 조각된 작품들을 본 일반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지난 11월에 목동 현대백화점에서 또 한 번 인두화전 전시회를 개최했습니다.
현재 ‘소방관의 기도’ 와 제가 직접 지은 시 ‘불사조의 회상’ 이라는 작품 등, 인두화 작업을 통해 멋진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소방서 내에 전시해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양천구는 다중이용시설이 밀집돼 있어 화재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요, 안전한 양천구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양천구는 복합 영상관, 심층영업장 등 다중이용시설이 밀집돼 있고, 특히 고층아파트가 많아 화재 발생 시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됩니다. 이에 양천소방서에서는 이러한 대형 취약대상들을 특별 관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관내에 지하 6층 규모 사우나의 최대 수용인원은 500~600명 정도 됩니다. 화재가 나지 않아도 그곳에서 걸어 나오는 시간이 약 3분정도 걸리는데, 화재 발생 시 연기가 가득 차게 되면 빠져나오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이에 지하에 산소통을 구비해 화재 시 바로 현장에서 교체해 쓸 수 있도록 대비하고 건물구조 파악을 통해 빠른 구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층건물의 화재 발생 시 소방관들의 힘으로만 끄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소지한 사다리차 높이는 32m로 경사각을 고려하면 최대 8층 건물 높이까지만 올라갈 수 있지요. 이에 고층건물의 자동 소화시스템의 작동 유무를 확인하고, 정례조례 때마다 관할 소방서장의 강의를 진행하며 영상 도상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양천소방서는 관내에 소방훈련탑을 설치해 담력을 키우기 위한 레펠 훈련과 방수훈련 등 실질적인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평상시에 늘 훈련을 해야 화재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덜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유사시를 대비하고 출동대원들이 감을 익혀 화재 발생 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방에 입문한 후배들과, 소방분야에 자리 매김하고 있는 분들, 그리고 국민여러분께 안전한 삶을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소방에 몸담고 있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조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항상 생각하라” 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조직보다는 개인의 출세와 영달에만 모든 것을 걸어 자신의 에너지를 다 쏟아 붓는 경향이 많습니다. 물론, 개인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조직발전에 힘쓰는 풍토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게 느껴집니다.
우리 소방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염려하며 열의와 정성을 다해 조직발전에 애쓰는 사람들이 많을 때 소방의 앞날은 밝을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너무나도 안전에 대해 무관심 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어릴 때부터 안전을 중시하는 선진 국가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땀 흘려 힘들게 모은 재산도 부주의에 의해 한 순간에 날려 버릴 수도 있고,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허망하게 잃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안전을 생활화 해 행복한 삶을 지키고 누려야 할 것입니다.  

김민정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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