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며 인명을 구조하는 소방공무원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후부터 소방공무원을 동경하게 됐죠. 소방은 제 평생의 꿈이자 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원도소방본부 왕재섭 본부장은 1985년 소방간부 4기로 임용되며 소방공무원의 꿈을 이뤘다. 소방현장과 기획부서를 두루 거치면서 현장 지휘 능력과 기획 능력을 모두 겸비한 지휘관으로 성장한 왕 본부장은 2008년 3월 강원도소방본부에 자리를 잡았다.
강원도소방본부의 목표는 ‘도민을 위한 한 발 앞선 소방’이다. 왕 본부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서도 도민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하기 위해 움직이는 소방을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과거에 자신이 소방공무원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던 것처럼,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소방을 만들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청정한 강원 더욱 아름답게
강원소방은 종합상황실, 소방항공대, 소방학교, 12개 소방서, 59개 안전센터, 57개 지역대로 조직되어 있다. 2179명의 소방공무원과 1만50명의 의용소방대원 등 총 1만2229명의 소방인력이 움직이는 곳이다. 강원도는 산, 바다, 하천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산으로 하는 건강·웰빙 시대의 중심지로, 청정한 땅 강원도를 찾는 관광객들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대형 화재 및 산악·수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청정한 강원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다.
“얼마 전 소방공무원 전문성 향상을 위해 태백시 동점동에 강원도 소방학교를 열기도 했습니다. 항공기, 지하화재, 위해 동식물, 수난구조 등에 대한 수준 높은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지요. 소방공무원의 명예와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리더십 교육과 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한 인성교육도 저희 강원소방의 자랑거리입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강원도에서는 지난해 물놀이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53%나 감소했다. 올여름에도 사고다발지역 58개소에 119시민수상구조대를 집중 배치하고 간이구조장구와 위험표지판 같은 안전시설을 보강하는 등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폭염·열대야·태풍·집중호우 등 예상치 못한 자연재난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어 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방면지휘본부(현장CP) 및 각 소방관서별 현장 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다.

화재와의 전쟁은 계속된다
현재 강원도소방본부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화재 피해 줄이기’다. 대형화재 제로화 및 최근 3년간 화재로 인한 연평균 사망자 수(20명) 10% 줄이기를 목표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화재란 한 번 발생하면 그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 알 수 없습니다. 과거 동해안 지역에 발생한 대형 화재를 보면 더욱 그렇지요. 그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저희는 봄·가을 건조기에 동해안 산불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펌프차와 이동식 간이저수조를 전진 배치하는 등 산불 발생 시 소방력을 집중 투입하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강원소방은 2009년에 약 400건에 달하는 산불을 조기에 진압하는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 4월에는 도청 신관에서 ‘화재 피해 줄이기 원년’을 선포하며 전략상황실 현판식도 가졌다. 전략상황실은 추진본부장과 총괄점검반, 화재저감반, 피해저감반 등 3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략상황실에서는 매주 업무 추진 상황을 분석하며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매월 종합보고회를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검토한다.
“8월 종합보고회에서는 화재 발생 시 현장대응력 강화를 위한 소방인력 보강, 소방장비관리대책, 구조구급대의 효율적 운영 및 역량 개선 대책 등을 논의했습니다. 7월말 기준으로 현재 강원도의 화재 피해 사망자 수는 10명인데, 더 이상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강원도 소방인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만족스런 소방서비스는 만족스런 소방환경에서
강원도소방본부는 범도민 심폐소생술 교육, 119가족안전 체험캠프, 독거노인 등 사회취약계층 대상 U-안심콜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민과 함께하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과거의 소방은 주로 화재 진압 업무만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구조·구급·생활민원·자연재난 등 소방 활동의 영역이 엄청나게 확대되면서 국민들의 기대심리도 대폭 높아졌죠. 이 같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강원소방은 더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만족스런 소방서비스를 위해 소방공무원의 근무여건 개선 작업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고요.”
왕재섭 본부장은 과거 화재 진압 활동에 집중되어 있던 소방공무원의 역할이 현대에 이르러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며, 이에 부합하는 소방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소방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방공무원도 인간인지라 열정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체력이라는 물리적 한계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소방공무원에 대한 처우 개선 문제는 오랫동안 거론되어 왔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번번이 그 시기를 미뤄왔다. 하지만 강원도소방본부는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11월부터 현업부서 3교대 근무를 전면 실시하기로 했다. 3교대 근무 시 부족한 인원 300여 명을 증원하는 정원 조례안을 개정하는 한편, 2008년부터 119상황실 통합, 행정요원과 소방차량 정수 감축, 근거리 구급대 통합, 119지역대 통폐합 등 자구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다. 뿐만 아니라 활기찬 소방조직을 만들기 위해 행정부서와 현업근무자 사이의 대화 창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틀을 깨고 꿈을 향해
왕재섭 본부장은 “소방인력을 증원하고 3교대 근무를 시행하는 것은 소방서비스 향상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입니다. 기본 뼈대가 마련됐으니 이제는 살을 튼실하게 붙여갈 차례입니다.”라며 현재 강원소방 소방공무원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도소방본부의 독특한 인사시스템 역시 이런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강원도소방본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위해 인사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 책임행정 실현을 위해 바로 상위 상급자가 원하는 직원을 스카우트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격무·기피부서를 중심으로 2년 주기 순환근무제를 운영하고, 서장의 지휘권을 강화하기 위해 인사권을 확대했다. 직원을 배려한 연고지배치 우선원칙 시스템도 시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장대응 능력이 뛰어나고 동료들로부터 귀감이 되는 대원들에게는 ‘베테랑 소방관’의 영예를 부여함으로써 성실하고 능력 있는 대원이 존경받는 조직문화를 정립해 나가고 있다.
소방인프라도 더욱 강력해졌다. 횡성소방서 개서에 이어 평창·인제소방서가 개서를 준비하고 있고, 그 외에도 노후 소방차량 교체, 청사 신·증축을 추진 중이다. 무엇보다 국내 최초의 항공기 화재 진압훈련장, 국내 최대 규모의 안전체험관을 갖춘 강원도소방학교가 올해 문을 열어 강원소방 발전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소방이 나아갈 길
“변화하는 시대에 국민 최후의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형 사고에 집중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신규 장비 개발 및 소방력 보강에 힘쓰는 한편 자연재해 외에도 다양한 재난에 행정력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왕재섭 본부장은 문명의 발달과 함께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대형 사고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2001년 9월 미국 뉴욕의 110층 세계무역센터(WTC) 붕괴,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등예기치 못한 대형 사고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가뭄·집중호우, 지진·해일 등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자연재난 또한 수시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삶에 대한 포부와 바람을 묻자 왕 본부장은 “24시간 깨어있는 강원소방은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 그리고 복리증진을 위해 막중한 책임과 소명감을 가슴에 새기고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안전한 강원, 행복한 강원을 만들기 위해 애쓸 것이라는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발 앞선 대응으로 신뢰받는 소방을 구현하는 것, 그것은 강원도소방본부장으로서의 임무이기도 하지만 한 개인으로서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했다.

박상권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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