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벽인광(鑿壁引光)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벽(壁)을 뚫어서(鑿) 불빛을(光) 끌어(引)드린다’는 뜻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착벽투광(鑿壁偸光)도 같은 의미이다.

사자성어는 아니지만 책과 관련된 단어로 표맥(漂麥)이란 한자어도 있다. ‘글을 읽는데 몰두해 다른 일을 잊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한 가지만 더 적어 보기로 한다.

을야지람(乙夜之覽)이란 말이 있다. ‘임금이 밤에 독서하는 것’을 지칭하는 사자성어로 임금이 낮에는 정사를 보고 잠을 이루기 전인 을야(乙夜) 곧, 밤 9시부터 11시까지 책을 읽는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짬을 내서 독서를 한다는 말일 게다.

그래서였던가. 같은 맥락으로 비추어 볼 때 알렉산더 대왕이 항상 ‘호메로스 일리아드’를 그리고 나폴레옹이 전쟁터에서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애독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 키케로는 “서재가 없는 방이야말로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고 말했으며, 독서광이었던 조선시대 정조는 “아무리 밤이 깊어도 반드시 촛불을 켜고 책을 읽은 후, 잠을 자야 비로소 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이뿐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은 ‘다산 시문집’에서 독특한 여덟 가지 피서법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른바 소서팔사(消暑八事)로 더위를 이기며 뜻있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알리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짜증나는 일상 속에서 ‘무더위 탈출’ 또는 ‘신선한 힐링’을 위해 어떤 책이든 조용히 책장을 넘겨보면 어떨까?

‘책을 읽다가 양을 잃어버린다’는 독서망양(讀書亡羊), ‘책을 읽음으로써 옛날의 현인들과 벗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독서상우(讀書尙友), ‘독서를 게을리 하지 마라’는 물라독서(勿懶讀書) 그리고 ‘독서하지 아니하는 이가 하는 말은 흥미가 없다’는 어언무이(語言無味) 등의 좋은 고사성어도 더불어 숙지하면서 말이다.

이뿐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독서를 많이 하는 민족은 어디일까? 바로 유대인이다.

원래 ‘탈무드’라는 말도 히브리어로 ‘학습한다’는 뜻이다. 유대인들이 책장에 꿀을 떨어뜨려 아기에게 핥게 함으로써 자녀에게 책을 사랑하는 의식을 치르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때문에 유대인들이 뉴턴이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세기의 학자를 배출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제 서서히 가을이 스쳐가고 있다. 그렇다면 독서는 무엇일까?

각촉성편(刻燭成篇)이란 말이 있다. ‘초가 타는 시간을 재어 문장을 짓다’라는 의미이다. 문장을 매우 빠르게 짓는 재능을 형용하는 말이다.

차치(且置)하고.

독서를 의미하는 좋은 글들이 우리 주위에 널려 있음은 어찌 보면 창피한 현실이다. 독서에 대한 불성실함에 대한 반증이리라.

상아탑(象牙塔)이 그렇고 ‘책은 읽지 않고 펼치기만 해도 유익하다’는 개권유익(開卷有益), ‘책을 펴고 글을 읽으면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는 개권유득(開卷有得), ‘하루종일 책을 읽는다’는 권독종일(券讀終日)이 그러하다.

또 있다. ‘책을 읽으면 옛 사람과도 벗이 되어 함께 놀 수 있다’는 독서상우(讀書尙友), ‘백가지 꽃의 향기가 독서의 향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백화쟁비독서향(百花爭比讀書香), ‘소를 타고 길을 가며 책을 읽는다’는 뜻으로 독서에 여념이 없음을 이른 승우독한서(乘牛讀漢書), ‘학문을 많이 연구하면 큰 재물이 생긴다’는 의미로 독서의 실용성을 통해 독서를 권장하는 말인 서중자유천종속(書中自有千鍾粟) 등등 헤아리기 벅차다.

그렇다면 이중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단어는 과연 몇 개나 될까?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독서에 시절이 따로 있겠는가마는 대한민국이 어느새 독서와 계절을 맞대응시키는 그런 불행한 사회가 된 지 이미 오래다.

그렇다. 어찌됐든 가을이든, 겨울이든 계절에 관계없이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등화가친(燈火可親),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수불석권(手不釋卷), 위편삼절(韋編三絶)이 필요한 시기임에 틀림이 없다.

이런 말도 있질 않은가? “책 읽기에 좋은 세 가지 시기가 있다. 겨울철, 밤 그리고 비 오는 날이다”라는. 바로 독서삼여(讀書三餘)를 뜻하는 말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생활시간 변화상’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시간은 매우 짧게 나타나고 있다.

평일 기준으로 6분에 불과하다는 게 통계청의 보고 자료이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015년에 펴낸 ‘국민 독서 실태조사’ 보고서와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연간 독서율은 65.3%이다.

연간 독서율이란 지난 1년 동안 일반 도서를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통계를 바탕으로 바꿔 말하면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성인이 34.7%에 이른다는 얘기다. 이러한 수치는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독서율이다.

이 수치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김종우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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