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단계적으로 건강저해 식품의 판매를 금지해 나가는 것만으로는 어린이 건강이 보호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다.

새 학기를 맞아 서울시교육청이 탄산음료, 라면, 커피, 튀김류의 학교 내 판매를 금지했다. 이어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이 3월 21일 공포되어 어린이 식품 안전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이 한층 더 구체화되었다.

특별법의 주된 목적은 학교 및 학교주변 200m 범위 안에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Green Food Zone)을 지정 관리하여, 건강저해 식품이나 식중독, 비만 등으로부터 어린이 건강을 보호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정책은 일부 선진 국가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어린이 주변 환경을 건강하게 조성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하겠다. 그러나 세부적인 실천방안에 있어서는 보완되어야 할 점이 없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은 쉽게 변질되거나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등도 가급적 취급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판매 금지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빙과, 사탕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단계적으로 건강저해 식품의 판매를 금지해 나가는 것만으로는 어린이 건강이 보호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다. 이미 판매 금지 식품이 교문 밖에서는 불티가 나게 팔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품목별 규제보다는 기준을 제시하여야 한다. 품목을 금지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소비자원(2005)이 유제품 30종에 대해 당분 함량을 조사한 결과 과즙함유 우유의 평균 당분 함량은 100ml당 10.1g으로 탄산음료인 사이다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우유, 주스는 건강에 좋고, 탄산음료는 좋지 않다는 이분법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학교 매점 프로그램(School Tuckshop Programme)에서는 △100ml당 8g이상의 당분을 포함한 음료의 판매 금지, △튀김 판매는 주 1회만, △매일 2종류 이상의 과일을 판매할 것, △소스는 요청이 없는 한 뿌리지 말 것 등을 정하고 있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 나가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둘째, 건강한 환경조성과 더불어 건강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의 건강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어린이 스스로가 기호식품의 유통기한, 영양성분, 위생관리에 관한 사항 등을 정확히 읽어내고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건강정보활용능력(Health Literacy)을 길러주어야 한다. 영양불균형, 불규칙한 식사, 비만 및 생활습관병의 증가, 무분별한 다이어트, 식품의 안전성 문제를 포괄하는 식생활 교육을 통해 스스로의 건강을 유지·증진하고 건강한 환경 조성에도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셋째, 학교급식 및 어린이 기호식품에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식품의 원재료 생산, 제조, 가공, 보존, 유통단계에서 위생관리상 주요공정을 중점적으로 관리하여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원재료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함으로써 신선한 식품의 공급과 함께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어린이 기호식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건강한 식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미국의 대기업인 월트 디즈니는 식당의 어린이 메뉴를 재검토하고, 비만 예방을 위해 지방과 당분 함량을 제한하는 기준을 도입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빵 대신 쌀을 이용해 만든 라이스버거가 판매되는 등 패스트푸드를 건강식품으로 대체하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기업을 배제하는 정책이 아니라,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학교를 포함한 지역사회 전체가 그린푸드존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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