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폐지 논란

일회용 컵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시행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가 2008년 폐지됐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업계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의 미환불금을 기업이 판촉비용, 홍보비 등으로 사용해 미환불금 사용 용도가 부당하다는 논란과 일회용 컵 보증금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이 소비자로 하여금 비용을 지불하게 했다는 점,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업체에서도 소비자들에게 보증금을 부과해 자체 수입으로 처리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판단 하에 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또한 업계나 소비자에게 불편만 가중시키는 제도라며 컵 보증금제도의 시행 여부를 업체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도록 결정했다.
컵 보증금제도를 폐지한 이후, 종이컵 사용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2008년 1/4분기 대비 패스트푸드점 한 곳은 약 33%가 증가했으며 커피전문점 한 곳은 약 53% 증가했다. 조사 결과 일회용 종이컵 사용이 20%에서 많게는 50%까지 증가한 것이다.
이에 2009년 5월 환경부는 자원을 절약하고 재활용을 촉진함으로써 저탄소 녹색실천운동에 앞장선다는 의미로 휴게음식점 업계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한 번 더 체결 했다. 종이컵 사용을 자율적으로 줄이고, 불가피하게 사용된 종이컵은 회수를 강화해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내린 조치였다.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전문점의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통해서 고객이 다회용 컵을 가져오는 경우 가격할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2009년 9월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서울에 소재한 패스트푸드 및 테이크아웃점을 대상으로 환경부와 휴게음식점 업계가 체결한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 내용 중 다회용품 사용 여부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다회용품을 사용해야 하는 패스트푸드점 15개 매장 중 9개 매장이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회용 컵 배출 및 무단투기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1m당 0.37개 이상의 일회용 컵이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일반 성인 보폭으로 한 걸음 당 1개씩 발생하는 것이다.


소비자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 늘려야

환경실천연합회에 따르면 환경오염의 주범인 종이컵은 연간 소비량이 120억 개로 종이컵 1톤을 만드는데 20년생 나무 87600그루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것을 개인 컵으로 대체하게 되면 해마다 종이컵 펄프수입 358억 원과 연간 120억 원에 달하는 쓰레기 처리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낸다.
자발적인 협약으로 일회용품 소비 감소가 이루어지지 않자 환경 관련 단체 내에서는 자발적으로 나서 일회용품 소비를 줄이고자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에서는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말고 자신의 컵을 사용하자는 의미에서 지난해부터 ‘With a cup’ 캠페인을 실시해오고 있다. 환경실천연합회는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줄여 날로 심화되는 환경오염,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방지하자며 지난해 8월 ‘My Green Cup 만들기’ 캠페인을 실시했다. 기업에서도 일회용품과 종이 사용을 억제하는 등의 녹색경영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폐지결정에 대해 신중해야 했다며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의 부활을 제안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전국 대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3%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에 찬성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의 만남을 통해 일회용 컵 사용량 증가에 대한 대책 모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회용품 재활용보다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보증금제도 같은 강한 규제를 다시 제도화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자발적 협약을 한 업체를 대상으로 시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지키지 않은 업체에게는 벌금과 같은 법적인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테이크아웃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일회용 컵 사용량 또한 많아지기 때문에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에 동참하는 소비자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권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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