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산업공제조합 정정기 이사장

90년대 말 서태지를 모델로 쓴 한 CF의 카피는 ‘새로운 것만이 세상을 바꾼다’였다. 당시 서태지는 가요계의 혁명을 일으키는 아이콘이었고, 그런 그의 이미지와 새로운 상품의 이미지를 부합시킨 것이다. 아쉽게도 그 상품은 얼마가지 않아 사라졌지만, 이 카피만은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기억되고 있다.

소방산업공제조합은 소방사업에 따른 의무이행보증과 경영안정에 필요한 자금의 대여 및 공제 등 자주적인 경제활동과 경제적 지위향상을 도모해 소방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으로 창립됐다.
지난 2008년 6월 5일 「소방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제정·공포된 뒤 같은 해 12월 15일 소방산업공제조합 설립준비위원회가 발족됐다. 이듬해 3월 창립총회를 거쳐 소방방재청장으로부터 법인설립허가를 받았으며, 09년 4월 5개 지역본부를 시작으로 업무를 개시했다.
타 산업분야에 비해 현저하게 열악한 소방산업의 발전 도모를 위한 조합으로 창립 전부터 많은 기대와 환영을 받았다.
그 첫 문을 연 사람이 바로 정정기 이사장이다.
정정기 이사장의 닉네임은 ‘초대(初代)’다. 삼풍백화점 사고 당시 중앙119구조대의 첫 구조대장이기도 했고, 소방방재청 개청 준비기획단에 속하기도 했으며, 초대 소방정책국장으로 업무를 이행하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이력 덕에 소방산업공제조합의 첫 수장, 첫 걸음에도 전혀 부담이 없었다고 말하고, 지난 1년에 대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감회가 새롭고 1년을 되돌아 볼 수 있어 기쁩니다. 지난 4월 업무를 개시해서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저의 33년 공직생활을 되돌아보면 ‘초대(初代)’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도전정신과 개척의지로 공직에 봉사해왔습니다. 그 연장으로 이렇게 소방산업공제조합의 초대 이사장으로 오게 되니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이라는 자리는 힘들기도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하느냐,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모습들이 하나하나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 어떤 도전보다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방산업 육성의 기틀 마련

소방산업공제회의 주요 사업은 크게 ▲첫째 소방장비개발 및 소방인력의 기술향상과 소방사업체의 경영 안전에 필요한 자금의 대여 및 투자 ▲소방사업자가 연구개발한 첨단 소방장비를 우선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는 공공기관 등의 기관·단체에 대한 소방장비의 보급 지원 ▲소방사업자가 연구개발한 첨단 소방장비를 우선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는 공공기관 등의 기관·단체에 대한 소방장비의 보급 지원 ▲소방사업자가 소방장비개발 및 소방인력의 기술향상과 소방사업체의 경영안정에 필요한 자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고자 할 경우 그 채무에 대한 보증 ▲소방사업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이행보증으로 나뉜다.
이처럼 소방산업공제조합은 열악한 소방산업계의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출범됐고, 1여년 동안 예상외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우리조합은 소방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설립이 됐고 그간 소방시설공사업 자본금에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출자하는 소방시설공사업법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을 통해 ‘자본금 확인제도’를 도입, 소방산업 육성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장기 경제 불황으로 인한 소방업체의 단기적 침체기에 사업자들의 부담을 주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방사업의 구조적인 악순환을 막을 수 있고 소방사업의 건전성을 높일 뿐  아니라 소방사업을 통한 최대이익을 보장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 중 일부라고 생각하시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비록 과도기적인 기간이라 힘이 들 수 있지만 조만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정정기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소방산업계가 열악한 이유는 안전의식의 부족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소방산업의 문제점은 건물의 고층화, 지하화, 복합화로 인해 양적, 외형상으로는 화려하게 성장했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가장 소중한 소방시설의 안전 및 위기관리를 등한시하는 사회의식이 선진국에 비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소방사업체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제품의 품질향상과 기술투자보다는 외국제품을 수입하거나 벤치마킹해 생산하고 있는 실정으로 일본, 미국 등 선진국제품에 비해 기술력이 뒤떨어지고 중국, 인도 등의 개발도상국의 제품에 비해서는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탓에 악화일로를 걷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우리조합에서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을지라도 점차 소방산업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소방분리발주’와 같은 제도 등의 개선책을 마련하는데 노력할 방침입니다.”

‘Great Figu 2000 Plan’ 도입 추진

정정기 이사장의 2010년 가장 큰 목표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2010년 신년사를 통해 정 이사장은 조합경영을 적자기조에서 흑자기조로 전환해야하며, 열악한 조직과 일부 미흡한 제도는 천년을 이어갈 반석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소방산업공제 조합은 ‘2010년 말 까지 “적자재정”⇒2011년부터 “흑자재정” 전환’이라는 목표 아래 「Great Figu 2000 Plan」을 도입·추진할 방침이다.
소방산업공제조합은 2010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2년 이내에 출자금 2,000억 원 조기달성을 위한 경영목표 설정과 성과역량 중심의 조직 운영에 기본 방향을 두고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계획의 주요 내용은 ▲‘전략 집중형’ 조직 재배치 및 성과중심의 인사평가시스템 개선 ▲성과 우수자 인사우대 및 성과급 차등 지급 등이다.
정 이사장은 이번 계획이 조합에게는 흑자기조로의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며, 사업자들에게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환경을 안겨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밖에도 소방산업공제조합은 2010년 한 해 자본금확인제도의 유예기간의 만료로 소방사업자들의 출자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앉아서 기다리는 소극적 자세로 업무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소방사업자들이 유리한 조건으로 보증서를 발급 받고, 보증한도를 다른 공제조합보다 높게 제공해 소방사업자들이 사업적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밑바탕을 제공하고자 혼신의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조합 2010년 사업 목표는 ‘보증상품 경쟁력강화’와 ‘고객 감동경영 실현’으로 잡고 업무에 임하고자 합니다.”
정 이사장은 뒤이어 머지않아 보증시장도 개방화의 물결과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1960년 이후 40여년 동안 후발주자로서 절치부심하던 한국의 TV산업이 드디어 난공불락의 벽인 일본가전업체를 넘어선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면서 이는 모방에서 Chatch up 그리고 혁신과 독창으로 이어진 피와 땀의 결과라고 말했다.
또 “우리 조합도 합심해 노력하면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위환경에 맞는 적절한 시기의 변신력, 내부자원에 대한 효율적인 운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별화 정책이 경영전략의 필수요소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다

정 이사장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소방산업 시장에 종사하는 소방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는 본지 질의에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다라는 뜻의 ‘任重道遠’이란 사자성어가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우리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봉사하는 자세로 소방산업의 발전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사실 국내·외의 경제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업체들에게 이중고를 안기는 것은 아닌가라는 반론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소방사업자들의 자조적인 의지로 창립된 공제조합이기에 조합원들의 애로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공제조합 임직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를 위해 법률 및 시행령 개정을 최우선으로 노력할 것이며, 현 정부의 역점사업인 안전 분야의 핵심 사업으로 소방산업이 국가전략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일조하는 공제조합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정정기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밝은 모습과 더불어 도전하는 것의 즐거움과 의미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신년사에서도 직원들에게 ‘성공에는 비밀들이 없다. 그것은 준비, 열심히 일함, 그리고 실패로부터 배운 것의 결과이다’라는 Colin Powell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새로움에는 항상 고난과 역경이 동반되지만 새 길을 여는 것에는 어떠한 두려움도 없다고 말했다.
실패는 또 다른 도전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하는 정정기 이사장, 그의 모습만으로도 소방산업공제조합의 앞날은 밝아 보인다.  
 

김재호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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