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철 호
인천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


공동주택 주변의 불법주정차량과 복잡한 전선줄은 아파트 화재 발생 시 꼭 필요한 고가사다리차의 진입을 불가능하게하며 진입하더라도 현재의 좁은 공간으로는 사다리를 전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서울과 지방에서 가슴 아픈 화재사건이 발생했다.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매달린 시민을 구조하지 못해 추락사하는 끔찍한 사건이었다.

연이어 발생하는 유사사건을 바라보면서 소방공무원의 한사람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아파트 단지 내 소방활동공간 확보 상태 등 현실을 생각해보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쾌적한 주거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공동주택의 조경 및 발코니 확장은 빠질 수 없는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로 인해 에어매트를 빠른 시간 안에 설치하기 힘들며, 아파트 내부 대피공간인 발코니가 없어, 화재 발생 시 20여 분간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지고 말았다.

공동주택 주변의 불법주정차량과 복잡한 전선줄은 아파트 화재 발생 시 꼭 필요한 고가사다리차의 진입을 불가능하게하며, 진입하더라고 현재의 좁은 공간으로는 사다리를 전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국 아파트의 약 6%가 단지 내 도로 여건이나 주차된 차량, 각종 구조물 등으로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하거나 진입에 5분 이상 지체돼 화재 발생 시 대형 참사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현실이다.
참으로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까?
우선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보자면, 완강기 혹은 로프를 비치해서 아래층으로 탈출하거나 발코니 부분에 탈출구를 뚫어서 사다리를 이용해 아래층으로 피난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아파트 단지 내 소방 활동 공간 확보 의무화를 빠른 시간 안에 법제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파트 옥상 비상구를 상시 개방해두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집중적인 안전대책 추진을 통해 주택화재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일이다.

최근 5년간 발생한 화재의 24%가 주택, 아파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인천소방에서는 주택화재 10%줄이기 운동을 올해의 역점 사업의 하나로 선정해서 추진하고 있다.

공동주택을 월1회 이상 각 119안전센터 전담반이 순회하며 소방안전관리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고, 분기별로 아파트 주민과 함께하는 안전 캠페인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시민이 안전진단을 요청하면 소방검사를 해주는 「소방검사신청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관내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매월 등교하는 토요일을 「학교안전 교육의 날」로 정해서 화재 및 안전사고 사례 등 대화 나눔식 진행을 통해 아파트 등에서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방법 및 초기대응요령을 교육하고 있다.

2009년 5월 8일 법률 제 9648호로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종전에는 불을 낸 사람에게 현저한 중과실이 없다면 화재가 번져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과실의 경중에 관계없이 최초로 불이 난 곳의 소유, 관리자와 연소 확대에 원인을 제공한 자 등이 화재로 인한 주변의 모든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게 된다.

우리가 화재예방에 각별한 관심과 참여를 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고 할 수 있겠다.

safe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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