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철
인천서부소방서 현장대응과장

자체적인 안전조치가 불가능 할 경우 119에 신고하여 소방관서의 도움을 받도록 해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릴 적 눈이 온 후 며칠 지나 고드름이 달리면 아침 일찍 일어나 다른 친구들보다 가장 먼저 굵고 큰 고드름을 찾기 위해 동네방네 처마 밑을 기웃거렸다. 그렇게 찾은 고드름으로 칼싸움도 하고 한 입 베어 물고 사탕처럼 녹여 먹기도 하면서 보낸 그 시간은 지금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헌데 요즘은 그런 즐거움을 찾기가 힘들다. 사탕처럼 먹던 고드름은 대기오염과 먼지투성이 도시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며, 처마 끝에 달리던 고드름은 대형건물 등 구조물 꼭대기에 달려 지나다니는 행인들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12일 인천서부소방서에는 고드름 제거를 119구조대원의 출동이 있었다. 빈번한 차량통행과 유동인구가 많은 사거리에 위치한 12층높이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서 있는 복합건축물로 9층 외벽 구조물에 고드름이 달린 것이다. 경인년 새해에 내린 엄청난 폭설에 이은 강추위로 결빙과 해빙을 반복하며 생긴 대형 고드름이었다. 옥상으로 올라가 살펴보니 고드름은 직경 4~5cm에 길이가 긴 것은 50cm에 달했으며, 12층 높이의 창턱에는 흘러내리다 얼어 창턱의 폭 보다 2배나 늘어진 얼음덩어리가 날이 조금만 풀리면 금방이라도 밑으로 떨어질 기세로 곳곳에 붙어 있었다.
우리소방서 소속 119구조대원들이 건물 주변을 통제하고 고드름과 얼음덩어리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는 것을 지켜보는 내내 45m가 넘는 높이의 건물에서 저 얼음들이 떨어져 지나가는 행인 또는 주변에 주·정차한 차량에 떨어졌을 때 벌어질 일을 상상하니 순간 아찔했다.
건축물에 매달린 고드름을 비롯한 안전관리 책임이 소유자 등에게 있다는 것은 보도나 사고사례를 통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폭설과 혹한을 지켜보면서 이젠 건축물의 미관도 중요하지만 건축물의 외벽의 돌출 구조물이 폭설과 혹한이 이어질 때는 고드름이 달려 행인에게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건축설계 단계에서부터 구조물의 안전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불가피하게 건축물 외벽에 구조물을 설치해야 하는 경우 하단에 고드름 등 낙하물 차단시설 설치를 의무화 해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건축물 관계자들은 배수로를 정비하고 발 빠른 제설작업을 통해 고드름과 같은 얼음덩어리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고드름 등 낙하 위험이 있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안전조치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자체적인 안전조치가 불가능 할 경우 119에 신고해 소방관서의 도움을 받도록 해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건축법 등 관련법령의 정비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본다. 일련의 고드름 안전조치 신고사항을 처리하면서 아련한 추억의 고드름이 이젠 시민의 귀중한 생명을 위협하는 또 다른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safe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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