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우리정부는 현충일과 연계해 6·25전쟁 발발이 있었던 6월을 ‘원호의 달’로 기념했다가 1985년부터 ‘호국보훈의 달’로 명칭을 변경해 기념하고 있다. 호국보훈이란 ‘나라를 보호하고 지킨다는 호국(護國)’과 ‘공훈에 보답한다는 보훈(報勳)’이 합쳐진 말이다.
즉,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추념하며,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자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방의 초석인 병무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인천경기지방병무청장으로서 6월은 어깨가 좀 더 무거워 지는 달이기도 하다.

요즈음 공정사회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공정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음을 인식하고 보다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려는 변화가 여러 정책에서 나타나고 있다. 병무청 또한 예외는 아니다. 과거 병무행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공정사회의 근간인 공정한 병역이행을 위해 법적·제도적 개선 노력을 부단히 해 오고 있다. 공정한 병역이행이란 개인의 신체상태 등에 적합한 형태로 누구나 예외 없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정한 병역이행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크게 세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정확하고 투명한 신체검사 절차와 병역판정의 공정성이 확립되어야 한다. 매해 신체검사 규정을 강화하고, 현역이나 공익근무로 병역처분을 받은 사람이 그 처분을 받은 다음 해부터 4년이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 징집 또는 소집되지 않은 경우에는 5년이 되는 해에 다시 신체검사를 받도록 하는 재징병검사제도가 그러한 예일 것이다. 둘째, 부정한 방법으로 병역을 면탈하려는 시도가 통하지 않는 제도와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병무청은 2012년 4월부터 특별사법경찰권을 확보해 병역면탈시도를 근원부터 차단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병역이행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병역을 이행한 사람들이 존경받고 보상받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사실 징병제를 근간으로 하는 병역법이 시행되고 6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어쩌면 병역에 대한 의무만을 강요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6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묵묵히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나라를 지켜온 자랑스러운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일상의 편안함을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따라서 이 사회는 병역의무를 성실히 마친 그들을 마땅히 존경하고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병역이행이 자랑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병무청은 2004년부터 병역의무를 성실히 마친 사람이 주위로부터 존경받고 긍지를 갖는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해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병역명문가란 3대 가족 남자 모두 현역복무를 성실히 마친 가문을 말한다. 인천경기지방병무청은 2012년 선정된 35가문을 포함해 156가문을 병역명문가로 선정해 예우하고 있다.

올해 선정된 가문 중 권성기 어르신은 1남6여 중 독자로 태어나셨으나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고등학교 재학생이었던 그는 주저함 없이 군에 입대했고, 이어 이국 땅 월남전까지 참전하면서 그의 청춘을 푸른 군복 속에 몽땅 불살랐다고 한다. 전쟁의 참화와 무수한 죽음을 그의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면서 가슴 깊이 새겨둔 교훈은 이 땅에 전쟁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며, 전쟁을 막는 길은 허울 좋은 구호나 외침이 아니라, 오직 적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막강한 국력과 온 국민의 단합, 그리고 철두철미한 안보의식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씀하신다.

이렇듯 평소 안보의식과 막강한 국력의 필요성을 늘 자녀들에게 교육하신 권성기 어르신의 뜻에 따라 국방의 의무는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필수임을 인식하고, 3대에 걸쳐 10명의 남자 모두가 현역 복무를 마친 이 가문이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우대받아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권성기 어르신 가문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병역명문가의 공통점을 보면 부모님의 실천적인 가르침이 자녀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병역이행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가 아니라, ‘병역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내 아이는 할 수 없다’가 아니라 대한민국 남아로서 병역의무를 당당히 했을 때만이 이 나라의 국민으로 자랑스럽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가정에서의 교육뿐만 아니라 병무청도 병역명문가처럼 병역을 이행한 모든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존경받고 스스로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병역이행은 망설임이 아니라 반드시 ‘자랑’이어야 한다.


김종호 인천경기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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