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찜통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나마 런던 올림픽에서 날아오는 낭보가 열기를 식혀주고 있어 다행이다. 올해는 장마로 인해 큰 피해가 없다 싶었는데 폭염으로 많은 인명과 가축피해가 심각하다. 더욱이 폭염맹위로 인한 물놀이 사고도 잇따라 많이 발생하고 있어 걱정이다.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공사 현장 근로자와 농민, 골프장 캐디 등 뜨거운 햇볕아래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잇따라 열사병으로 쓰러지고 있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폭염으로 정전·화재사고도 잇따르고 축산농가에선 닭·오리 등 가축폐사 피해가 속출하고 전국 수원지의 녹조현상이 확산되면서 식수원 관리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배추와 무·시금치와 같은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식탁 물가까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홀로 사는 노인을 비롯한 사회취약계층의 인명피해다. 냉방기가 없는 극빈층은 살인적인 폭염에서 무방비 상태이다.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이에 따라 폭염도 자연재해인 만큼 정부차원의 지원과 보상대책이 필요하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폭염을 국가재난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폭염도 태풍이나 홍수와 마찬가지로 피해가 큰 자연재해라는 주장이다. 현재 폭염은 법규상 ‘재난’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현행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에 명시된 재난의 범주에는 폭염은 제외되어 있다. 왜나면 폭염의 범위가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피해 여부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폭염은 재난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갈수록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인해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국지적 기상이변까지 겹치면 폭염이 더욱 기승을 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소관 부처별로 폭염에 대한 안전관리대책을 수립하여 대응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인명피해예방을 위한 국민행동요령 홍보를 강화하였고 무더위 쉼터를 실질적으로 운영·활성화하도록 냉방비를 지원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무더운 날에는 가급적 한낮의 야외활동을 피하고, 아침저녁 시간을 이용해 일이나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무더위에 야외에서 활동하다 두통이나 어지러움,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느껴지면 그 즉시 시원한 그늘로 이동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몸을 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요즘처럼 고온이 지속되는 날씨에는 물을 많이 섭취하고 폭염특보 발령 시 열손상 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시원한 장소로 이동조치 후 빠른 시간 내에 119로 신고해야 한다.

폭염과 더불어 물놀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3년(‘09~’11년)간 여름철 물놀이 안전사고는 총 166건에 178명이 사망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그간 지속적인 물놀이 안전대책 추진과 대국민 홍보로 사고건수 및 인명피해는 감소추세에 있어 그 나마 위안이 된다. 물놀이 사고 발생장소는 하천(강)102명(57.3%), 해수욕장24명(13.5%), 바닷가 20명(11.2%), 계곡 18명(10.1%) 등 순으로 많고, 사고원인은 물놀이 안전수칙을 무시한 부주의 97명(54.5%), 음주수영28명(15.7%), 수영미숙20명(11.2%) 등에 의해 발생됐다. 사고 발생요일은 일요일 61명(34.3%), 토요일 50명(28.1%), 월·목요일 각 14명(7/9%), 화·수·금 각 13명(7.3%)으로 나타나며, 주말사고가 전체의 62.4%(111명)로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이처럼 물놀이 안전사고는 하천(강)에서 안전수칙 불이행으로 주말(토·일)에 많이 발생하고 있어 소방방재청은 물놀이안전대책기간을 6월부터 8월말까지 운영하고 TV, 라디오, 인터넷을 통해 집중홍보하고 있다. 또한 하천·강 등 주요 취약지역에 물놀이안전관리요원 7400여 명을 고정 배치하였고, 주말 취약시기에는 간부요원들로 하여금 현장점검을 강화토록하고 있다.

물놀이안전사고의 예방은 중앙 및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없다. 전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물놀이 안전수칙을 반드시 준수하고, 수영금지 등 위험표지판이 설치된 장소에서는 물놀이를 삼가야 하며, 안전관리요원의 안내 및 통제에 적극 협조해 주어야 한다. 특히, 어린 자녀들이 물놀이 할 때는 부모들이 항상 지켜보고 지도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름철 자연재해로 인해 인명과 재산피해가 없길 바라는 마음이 굴뚝같다. 바닷가나 숲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파도소리나 바람소리는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어쩌면 잊어버리고 지낼지도 모른다. 일상적으로 대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존의 익숙한 것들도 낯선 시각으로 바라보면 무궁한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나온다. 폭염의 무더위 속에서 또 물놀이 현장에서 익숙했던 대책들을 낯선 시각으로 보면서 정책을 구성하는 것도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들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성기석 소방방재청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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