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대기업의 실장급으로 입사를 제안받았을 때 연봉 8천만 원이 제시됐었다. 지금 들어도 큰 금액에 심장이 벌렁거린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직장일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굉장히 많이 고민했었다. 조직에 들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한번 벌려볼까? 나처럼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에겐 대기업의 경력은 어쩌면 또 다른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유혹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제자들에게도 그렇고 여태껏 힘들게 만들어 놓은 우리들의 작지만 의미있는 이야기들이 혼자만의 선택으로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정중히 거절했다. 돈보다는 함께 하는 것, 그리고 우리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물론 힘들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들 사이에서 우리는 늘 고민하고 갈등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힘든 길을 택한 이유는 바로 원하고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생들이나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어쩌면 잘난 척 하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도 할 일이 있고 좋아하는 일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 아니겠느냐 하며 되물을 게 분명하다.

얼마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와 함께 청춘순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의 대학교를 찾아다니며 강연을 했다.

순천대와 한림대 전국의 5개 대학을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연사들과 함께 나도 부족하지만 함께 하게 되어 지방대를 돌면서 강의하고 노하우를 전하고 소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나 역시 지방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우연한 기회에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의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알게 되고 지금까지 10년여 동안 일을 해오면서 맨땅에 헤딩을 하며 얻은 깨알 같은 노하우와 자신감을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참으로 즐거운 행사였지만 막상 현실에서 만나는 대학생들의 질문들은 지금의 내가 고민하는 것들이 아닌 아주 단순한 것들이었다.

2년제를 나오면 어떠냐? 돈은 많이 벌 수 있느냐? 어떻게 하면 그렇게 유명해질 수 있는가? 하는 것들이 먼저였다. 과연 그런것들이 무엇인가? 당장 현실이기에 먹고 살 수 있는 돈이 필요한 것도 맞고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금전적인 보상이 필요한 것도 맞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한 달에 월급 20만 원을 받으면서 불법체류자처럼 아침부터 주말도 없이 하루에 13시간씩 일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마냥 즐거웠기에 가능했던 시간들이다. 지금이야 다시 하라면 할 수 없을 게 분명하다. 그때는 간절함이었기에 꼭 그 일 아니면 안된다는 각오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도 분명하다.

나처럼 되어달라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간절하게 원하고 절실히 하고 싶은 무언가를 반드시 죽기 전에는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인생 전부를 걸어 매달리고 싶은 무언가를 찾는 것! 어쩌면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꼭 이뤄야 할 숙제 일지도 모른다. 그저 그렇게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이 아니라 자신이 만족하고 행복해 하는 일들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 부드러운 커피로 아침을 깨우면서 행복함에 미소지을 수도 있고 매 끼니 흰쌀밥을 먹을 수 있는 게 행복인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작은 길에서 만난 낙엽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행복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이런 감상적인 행복에서부터 시작해 자신이 정말 해보고 싶은 일들을 찾는 것이야말로 어찌보면 인생의 목표일 수도 있다.

돈만 좇아서 날아드는 불나방이 되지말기를 바란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아이들이 메일을 보내고 질문을 하지만 마치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

활활타는 불을 향해 무모하게 돌진하는 열정보다는 조금 더 준비하고 노력하는 열정이 필요하다.

이내 그 불에 데이면 주저하고 포기해버리기보다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도 반드시 해야 한다. 어찌 다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겠는가.

한가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아홉가지의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할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인생 선배로써 한마디만 한다는 게 구구절절 길어졌다. 불나방처럼 무모한 날갯짓이 아니길 그대의 꿈을 위해 무모하게 날갯짓하는 그래서 나비로 날아갈 수 있는 그대가 되길 바란다. 돈보다는 가치가 먼저이다. 그게 당신을 빛나게 해 줄 것이다.


김현학 푸드스타일리스트/iamfoodstylist 대표

담당자  wnes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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