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합성=이은 기자 | 산업재해

최근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처벌규정과 함께 제도적 예방책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은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사업장의 미흡한 안전조치로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 기업과 경영 책임자를 강하게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약 330여개 단체로 구성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제정본부)'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갖고 일 평균 7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며 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청원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날 제정본부는 "노동자 죽음에 대한 자본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법 제도와 관행이 우리 사회의 상식이 됐다"고 일갈했다. 이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기업경영이 위태해질 정도로 기업과 최고경영자를 처벌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영계는 이 법이 제정되면 기업의 경영 부담이 강화되고 과잉 처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의 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에 안전업무와 관련 없는 법인의 이사 등을 포함하는 것은 과잉형벌이라는 주장이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에 처벌만 있을 뿐 예방은 없다"며 "산재에 대해 최고경영자까지 형사책임을 묻기에는 무리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제정본부 측은 기업이 중대 산업재해의 발생에 책임이 있는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인데 반해 경영계는 산재 발생과 관련이 없는 경영인에 대한 처벌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의 적절성을 놓고 대치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실질적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기업에 안전을 책임지게 하면서도 노동자들이 스스로 안전의식을 기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질적 안전무시관행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안전관리 담당자의 권한을 강화하고 건전한 감시체계가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안전관리 담당자의 권한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 마련돼있지 않아 노동현장에서 이들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다수의 산재사망자가 나오는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은) 안전관리자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움직이는걸 싫어한다"며 "본사 말 잘 듣고 불만없이 일하는 안전관리자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위험하니 안전장비를 착용하라 말해도 그때뿐이다"라며 "안전수칙 따르는걸 귀찮게 여기는 직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제정돼 최고 수준의 처벌규정이 마련돼도 안전관리 체계와 인식에 대한 근본적 개선 없이는 사고를 예방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의미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은 예방보다 처벌에 가까운 만큼, 예방책이 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의 마련이 시급해보인다.

김재호 기자  safe@119news.net

<저작권자 © 주식회사 한국안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