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쯤'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나!


많은 사상자를 낸 화재사건을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도할 때면 으레 이런 탄식이 나온다. ‘모두가 질서를 지켰더라면 사상자의 수가...’ 화재현장에서 화마에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다들 ‘나 혼자 살겠다’고 입구로 몰려들면서 압사를 당하거나 질식사를 당해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은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정작 사고현장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론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옛날에 어느 나라의 왕이 큰 잔치를 벌이기로 했다. 음식은 왕이 내고 참석자들은 제각기 포도주를 한 병씩 가져오도록 일렀다. 드디어 잔칫날이 왔고 즐비하게 놓은 술독에 참석자들이 가지고 온 포도주를 쏟아 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건 포도주가 아니라 물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하나쯤 술 대신 물을 가지고 와도 모르려니 생각했던 것이다. ‘나 하나쯤’의 이기주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지 잘 알게 해주는 일화이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탐욕스런 생각이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사회적 재난을 초래하기도 한다. ‘나 하나쯤’의 새치기가 차례를 지켜 기다린 사람들의 줄을 엉망으로 만들고, ‘나 하나쯤’이 버린 담배꽁초 한 개피는 새벽부터 나와 고생한 청소부아저씨가 쓸어놓은 길을 더럽힌다. ‘나 하나쯤’ 앞차 꼬리를 문 교차로 진입으로 정말 급한 다른 차들이 지나가지 못한다. 따라서 ‘나’가 급할 때 또 다른 누군가의 ‘나 하나쯤’으로 정작 ‘나’가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결국 ‘나 하나쯤’의 최대피해자는 바로 ‘나 하나’다.

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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