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5일만에 급락, 금융시장 일단 진정국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9월 위기설, 11일 이후면 과장 판명될 것” , 3대 국제신용평가사들, 韓國 신용등급 유지

‘9월 위기설’ 속에 정부와 외환당국의 강력한 시장 개입과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이 닷새만에 급락을 했다. 주가도 안정세를 보이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금융시장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달 8월 29일 이후 천장이 뚫린 듯 가파르게 오른던 원·달러 환율은 4일 하락세로 출발했다. 지난 3일 25억달러 정도 달러를 풀었던 외환당국은 밤사이 역외시장에도 개입해 환율을 끌어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당국은 4일에도 10억달러 정도를 풀면서 시장개입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은 20원 가까이 급락한 1,129원에 마감됐다.

주식시장도 지난 3일에 이어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4일에도 보유주식을 내다 팔았지만 기관투자자들이 사자고 나서 주가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하루에 3, 4천억 원씩 투매를 했던 개인 투자자들도 모처럼 사자에 가담을 했다. 그리고 자금난 소문에 급락세를 보였던 일부 기업들의 주가도 안정세를 나타냈다. 코스닥 지수은 이틀째 올라 430선을 회복했고,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일보다 0.46포인트 내린 1,426.43을 기록했다. 뒤늦은감은 있지만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9월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제히 종전대로 유지를 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한국의 외화표시 장기채권에 대해 'A'등급을 유지했다고 로이터가 보도를 했다.
무디스에서도 발행을 앞둔 한국의 외화표시채권에 대해 종전처럼 'A2' 등급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가 밝혔으며 피치 역시 한국의 장기외화표시채권에 'A+' 등급과 등급전망 '안정적'을 부여했다. 이들 신용평가사는 "한국은 대외채무 지불능력이 탄탄하고 수출산업 또한 다각화돼 있으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내 증권사 연구분석 운용 책임자들도 4일 긴급 시황간담회를 갖고 '9월 위기설'의 현실화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진단을 했다.

9월 위기설의 진원은 오는 9일과 10일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67억 달러이다.
외국인들이 이 돈을 재투자하지 않고 모두 달러로 바꿔가면 우리나라의 달러가 부족해 환율과 금리가 폭등한다는 게 '9월 경제위기설'의 시나리오이다.

이번 사태가 과거 환란 때와 같이 외부자본의 국내 외환시장 공략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외국인들의 환매와 단순한 불안감에 따른 외환시장의 단순한 교란이라고 본다면 일단 큰 흐름은 잡혔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외환시장에서 변동성이 일단 기정사실화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환율이 춤출 가능성이 커졌다. 먼저 오는 9∼10일로 몰려있는 외국인들의 보유 채권 만기 시점이 주목된다.

이때 외국인들이 달러화로 바꿔나가려는 수요가 외환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대규모로 늘어나거나 금융기관의 외화차입이 어려워질 경우 환율이 폭등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최근 상황을 보더라도 국내 은행들의 중장기 외화차입 비용이 급등하면서 외화대출 운용을 자제하고 있는 등 불안감은 아직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상황이다. 정부와 외환당국의 모니터링과 감시감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오후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제7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 앞서 모두 발언을 통한 '9월 위기설'과 관련해 "외국인 보유채권의 만기가 집중된 다음주 11일이 지나면 금융 위기설이 과장됐다는 게 판명될 것" 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인위적 루머가 떠도는 것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에서 앞장서 잘 해주고, 소문들이 위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시장 참여자들도 안심해 달라" 고 자신했다.

강 장관은 1997년 외환위기 발생의 책임이 있는 인물 중 한사람으로 꼽혀 이같은 자신감이 두드러졌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외환딜러가 관련 법규를 위반하며 매매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시장 불안행위에 단속방침을 밝히며 시장안정을 유도했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1997년 말 겪었던 외환금융위기 같은 의미에서 위기라는 단어를 쓴다면 그 가능성은 0%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하반기 차환 발행 예정이던 외평채를 발행하기 위해 로드쇼를 나간다"면서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나오는 9월 위기설이 진짜인지 아닌지 보여주러 간다"고 언급,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9월 위기설과 관련 "9월 위기설은 공교롭게도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가 집중돼 작은 문제가 크게 번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허찬국 본부장은 "정부의 대처능력이 외환위기 때보다 투명해졌지만 당국이 미리 대처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시장 안정세가 일시적인 지 아니면 계속될 것인 지 외국인 달러 매입이 계속되고 있어 아직은 현재 금융 상황을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이어서 당국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 대한산업경제신문 김대식 기자 kdskij@kore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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