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300억불 통화스와프 체결 굿 호재

31일 현재 환율 사흘째 하락…주가.채권값은 급등

靑, ‘한미간 통화스와프 체결은 긴밀한 한미공조 결과’, ‘가뭄에 단비 대형호재’, 달러 유동성 확보로 외환 시장 불안감 진정 효과 기대, 한중일 통화 스와프도 긍정적.

청와대는 30일, 이번 한미 간의 300억달러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과 관련 ‘긴밀한 한미공조의 결실’ 이라고 공식적으로 환영하면서 그간의 긴박했던 한미 간의 통화 스와프 협상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협정 체결에 대해 “긴밀한 한미공조의 덕이 크다”며 “쇠고기 추가협상, 미 지명위원회 독도 영유권 회복, G20 참여 협조에 이은 네 번째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원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IMF 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에 갔을 때 상당 부분 이야기가 진행되었던 것”이라며 “강 장관은 귀국 이후 곧바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애초 우리나라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는 것에 실무선에서는 부정적으로 봤다”며 “강 장관이 '신흥국의 상황이 악화되면 미국 국채를 팔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이렇게 되면 미국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설득해 긍정적 사인을 받았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특히 “강 장관은 지난 14일 이번 협정에 대한 실무준비를 주도한 미 FRB(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산하 뉴욕연방준비은행의 가이스너 총재를 만나 이야기했는데 가이스너 총재는 당시 10일 내지 12일 안에 결정을 통보해주겠다고 밝혔다”며 “ASEM 참석을 위한 이 대통령의 중국 베이징 방문 때 오케이 연락을 받고 이후 실무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한은 부총재가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시장에 줄 영향이 큰 사안이어서 지난 14일부터 2주간 강만수 장관과 박병원 경제수석이 대통령에게 직접 상황을 보고하는 등 철통 보안 유지에 무척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그는 또 “실무협상 진행 과정에서 한국은행도 애를 많이 썼다”며 “이번 통화 스와프 체결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이룬 합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설명.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기자실에서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실제 이번 실무협상 과정에서 이룬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중앙은행의 공조가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정부 측에서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이, 한은 측에서는 이성태 총재와 이광주 국제담당 부총재보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또 이동관 대변인은 한중일 통화 스와프 체결에 대해서도 “진행 과정이 긍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4/4분기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고 300억불이 추가로 확보된 만큼 외환위기는 없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과 IMF의 단기유동성 지원창구를 통해 한국이 필요하다면 최대 520억달러까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외환시장도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설명.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한은 기자실에서 한-미간 통화스와프 협상 최종 타결을 공식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환율이 경상수지나 자본수지에서 상승할 요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과도하게 움직인 측면이 있다”며 “이번 계약은 막연한 불안감을 진정시키고 국내 외국환은행의 외화유동성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미 FRB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국가는 한국과 브라질·싱가포르 등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총14개 국가이다. 특히 한국과 브라질·싱가포르는 외환보유액 세계 6~8위의 국가들로 이들은 각각 1700억~2400억 달러의 외환이 있는데 대부분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으로선 IMF의 지원만으로는 신흥국의 곤경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FRB는 29일(한국시간) 뉴질랜드와도 15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였다.

한편, 이번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발표 전날인 29일 금융당국은 감독 기준을 고쳐 은행들의 원화 유동성에 숨통을 틔워주기로 한데 이어 한.미 간에 통화 스와프 협정 호재에 따라 자금시장의 경색이 일부 풀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하지만 실물경제의 침체라는 또 다른 복병이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정상을 되찾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기업 M&A(인수,합병)로 2조 가까운 연매출을 올리며 급성장을 한 중견 그룹 C&그룹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 가능성 등 기업들의 자금 경색으로 인한 후폭풍에 기업들의 유동성 문제와 실물경제 침체가 심각해지면 국내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9일 국세청은 연매출 5000억 미만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에도 세무조사를 전면 유예하기로 했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29일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정기 세무조사를 전면 유예하겠다"며"조사착수 통지를 받은 납세자가 세무조사 연기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연기해 주고 진행 중인 조사는 빠른 기간 내에 종결하고, 고지세액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징수를 유예할 예정"이라고 했다.

30일 오후 현재 국내 금융 상황은 한ㆍ미 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소식에 30일 주가와 원화 및 채권값이 급등하는 `트리플 초강세'를 보이며 금융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통화스와프 협정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그 여파로 주가와 채권값이 상승하면서 다시 원화값을 끌어올리는 등 개별시장이 서로 긴밀하게 반응하며 안정을 찾고 있다.

※ 용어 설명(통화스와프 협정)
자국 통화와 상대국 통화를 맞바꿔 예치함으로써 통화가치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협정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해당국 중앙은행 간에 협정을 체결하며 변제할 때에는 서로 예치했던 때의 환시세를 적용하게 된다. 이번 협정 상대국인 미국은 달러를 찍어 내는 기축(基軸) 통화국이므로, 이는 비상시에 달러를 공급받을 수 있는 확실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외환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FRB와 지금까지 통화 스와프 계약을 맺은 국가는 총 14개국이다. ECB와 스위스 영국 일본 등의 중앙은행은 미 FRB와 ‘무제한’ 스와프 계약을 체결해 지금까지 각각 2364억달러, 310억달러, 737억달러, 702억달러를 찾았다. 캐나다와 호주 스웨덴 등의 중앙은행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각각 300억달러 한도 계약을 체결했다. 캐나다는 계약 체결 이후 아직 달러를 찾아간 적이 없으며, 호주와 스웨덴은 각각 178억달러, 270억달러를 인출했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뉴질랜드 등의 중앙은행의 계약 규모는 각각 150억달러다.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은 국가들의 계약 기간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모두 내년 4월까지 한시적이다.

- 김대식 국장 kdskija@korea.com -

safe0119 kdskija@korea.com

트윗하기

safe0119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