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터넷 캡처 | 방역패스

최근 방역패스의 시행을 두고 시민사회와 정부, 또 각 법원의 판단이 달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월 4일 한 시민단체가 질병관리청장, 보건복지부장관,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방역패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는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해 일부 효력정지를 결정한 바 있다. 이어 14일에는 행정4부에서 서울시에 국한해 상점·마트·백화점 방역패스 처분 효력 정지와 12-18세 청소년의 방역패스 적용 처분을 효력 정지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런데 같은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청구인이 낸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해 앞선 법원들과 다른 해석을 내놨다.

재판마다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방역패스가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지, 있다면 그 정도가 어떤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인다. 앞서 행정8부가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의 방역패스 적용을 1심 판결 전까지 중지시킨 데에는 방역패스를 통해 달성되는 공익보다 개인의 학습권 침해가 더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기본권 제한은 공공복리를 위해서만 제한할 수 있는데, 일정한 처분으로 달성되는 공공복리보다 개인의 기본권 침해가 더 큰 경우 행정청의 처분이 정당화 될 수 없다. 당시 재판부는 "백신 미접종자의 학원·독서실 등 이용을 제한해 학습권과 직업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방식으로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청소년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직접 침해하는 것"이라며 방역패스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덧붙여 행정8부는 "학원·독서실 방역패스 미적용으로 감염률과 위중증률 등이 현저히 상승하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초래하리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방역패스의 유용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지역사회 감염을 낮추기 위해 방역패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다.

시민사회의 반응도 엇갈린다. 일부 시민단체는 위험성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며 시위에 나서기도 하는 반면, 의료계에서는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더이상의 백신 접종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 두 가지가 모두 나온다. 한 의대 교수 A 씨는 마트·백화점 등에 대해 "공간 자체가 크고, 실내 환기도 잘 이뤄질 수 있다"며 "마스크 착용,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기본 수칙만 잘 준수하면 대중교통보다 감염 위험이 적다"면서 방역패스의 효용을 부정했다. 그런데 다른 병원의 B 교수는 "매우 아쉬운 판단"이라며 "시급성을 다투는 방역정책이 가처분 인용으로 중단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은 매우 아쉽고 답답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자녀의 백신 접종에 대해 불안감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전국이 통일된 방역정책을 시행할 수 없게 되자 현재는 전국의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도 방역패스 적용을 해제한 상태다. 

한편, 서울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방역패스 시행을 중지하라는 법원 결정에 법무부와 시민사회 양측은 나란히 불복해 상급심 판단을 받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3월 1일 청소년을 대상에 포함한 방역패스가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유행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접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일정에 따르면 24일까지 1차 접종을 받지 않은 청소년은 3월 첫날 방역패스를 받지 못하게 된다. 다만 백신 접종 후 나타난 이상반응이 인과성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와 입원 치료를 받았던 사례는 24일부터 방역패스 예외 대상자로 포함했다. 최근에는 대구지법에도 백신패스 집행정지 신청이 들어왔다.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박석순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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