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안전신문DB | 법원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원청 대표이사가 대법원으로부터 실형을 확정 받은 첫 사례가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 28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 성 모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에 위법이 없다며 실형을 확정했다.

지난해 3월 16일 경남 함안의 한국제강에서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소속 60대 근로자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무게 1.2t의 방열판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크레인과 방열판을 연결하는 섬유벨트가 끊어져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벨트는 오래 사용해 손상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사고와 관련해 원청 대표이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성 모 씨는 하도급업자의 사고방지를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근로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수년에 걸쳐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것임에도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1년의 시행 유예기간이 있었고 이 기간 중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해 다른 사업장에 비해 안전 조치 필요성이 더욱 요구됐던 점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사망 사건이 이번 사건 직전에도 발생하고, 그 전에도 여러 차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지적받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형이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에 대해서 성 모 씨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라면서도 이러한 점이 이미 1심에서 참작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성 모 씨를 기소할 당시 혐의내용 중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는 하나의 범죄라고 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은 별도의 죄라며 이 두 죄의 관계가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산업재해치사와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두 죄를 성립시키는 여러 행위가 있다고 본 반면, 대법원은 두 죄가 하나의 행위로 인해서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이렇게 본 이유에 대해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공통적 목적을 갖고 있는 법이란 점을 들었다. 성 모 씨의 위반 행위가 모두 같은 일시와 장소에서 벌어졌고 같은 노동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사회관념상 하나의 행위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쟁점이 된 경합관계에 대해 "각 법이 산업재해 또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또는 종사자의 안전을 유지·증진하거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명·신체의 보전을 그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판시해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죄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본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원청 대표이사가 대법원으로부터 실형을 받은 첫 판례가 됐다.

김용옥 기자  safe@119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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