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석 구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의 설계 및 시공 과정에 전문기술자가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시급히 법적 제도적 개선이 돼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 관련 부처, 국회, 내진기술 관련단체들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이웃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날아온 안타까운 소식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사망자 수가 5만명이 넘고 지진의 직접 피해자만도 1000만명에 이른다는 전언이다. 핵폭탄 252개의 위력을 지닌 이번 지진은 홍콩은 물론 태국 방콕, 베트남 하노이, 대만, 파키스탄에서까지 감지될 정도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과연 지진에서 안전할까. 최근 지진 발생 빈도나 규모로 볼 때 우리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1978년 충남 홍성 지진 이후 지금까지 리히터 규모 5.0이상의 지진 5건을 포함해 중소 규모의 지진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1988년부터 16층 이상의 고층건물에 대한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는 등 내진설계 대상 건물을 계속 확대해 왔다. 현재는 3층 이상의 건물에 내진설계를 적용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법으로 정한 건축물의 내진설계는 규모 6.0정도의 지진에 건물의 붕괴와 인명피해를 막는 수준이고,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최대 규모는 5.2(1978년 속리산)정도이다.

그런 만큼 만약 건물이 밀집한 도시지역에 규모 6.0이상의 지진이 일어난다면 중국이나 일본 못지않은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내진설계가 의무화된 시점인 1988년 이전에 지어진 고층 건축물은 지진에 무방비한 상태다. 내진설계 규정 적용의 사각지대인 저층의 노후 불량주택은 지진 발생 때 큰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또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의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전문성이 있는 기술자의 참여가 거의 배제되고, 아직도 많은 부분이 비전문가들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특히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의 시공과정에는 골조공사가 내진구조 설계의 의도에 맞게 진행되는지, 구조기술자의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지만 전문기술자의 참여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해외 건설시장에서 매우 우수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안전을 소홀히 하면 한순간에 엄청난 인적 물적 손실을 불러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1995년 500여명의 인명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가르쳐 준 생생한 교훈이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고 현재에 충실한 가운데 미래를 준비합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교훈 삼아 지금부터라도 지진에 철저히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지진과 같은 재난에 대비하는 국민적 의식 전환이 요구된다. 평소에 대피요령을 습득하고 비상식품, 비상용품 등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언론기관 등이 함께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또 1988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을 리모델링할 때 건물의 내진성능을 향상시키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노후 불량주택 등의 개량사업도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노후주택 개량에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국가 차원에서의 장기대책 수립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당연히 지방자치단체도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특히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의 설계 및 시공 과정에 전문기술자가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시급히 법적 제도적 개선이 돼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 관련 부처, 국회, 내진기술 관련단체들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이웃나라 중국, 일본의 지진 참사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선 절대 안 된다. 이들 나라의 재난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지진 그 자체는 분명히 자연재해지만 지진에 대한 무방비는 인재(人災)임을 명심하자.

safe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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